추석 날 며느리 친정부터 가면 뭐 지구 멸망합니까? - 네이트판 결시친 시댁 명절 스트레스 썰
안녕하세요
전 결혼한 지 1년 넘어가는 새댁입니다
제가 이곳에 글을 쓴 이유는 제목과 같습니다
이번 추석에 전 친정부터 갑니다
그래서 지금 아주 난리가 났죠
시댁에서 못 배운 집안 자씩 부터 시작해서
근본도 없는 집안까지 그야말로'난리'가 났습니다
지금 어질어질한 상황이라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고 이상하더라도 이해 부탁드릴게요
죄송해요
우리나라 관례상 가족 행사 있으면 당연히
시댁부터 가는 것처럼 되어있는데
전 그게 너무 싫었어요
시댁만큼이나 우리 부모님도
못 입고 못 쓰고 저 이만큼 키워놓은 건데
왜 우리 부모님께는 명절, 제사, 어버이날 기타
등등 먼저 가면 안 되는 건가요?
그래서 결혼 전에 신랑한테 말했습니다
"나는 시댁한테 하는 만큼 우리 친정에 할 거고,
또 자기가 우리 집에 하는 만큼 나도 시댁에 할 거야
그리고 명절, 제사 같은 거 자기 집에 한 번
우리 집에 한 번 먼저 가는 걸로 하자 "
라구요 그랬더니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미리 어머니께 말씀드릴까 하다가
아직 다음 추석도 남았고 당일 되기
전 주에 말씀드리자 했어요
사실 작년 추석도 우리 집부터 가고
싶었지만 참 이 관례라는 것이 무서운 게
시댁 먼저 가야만 할 것 같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돼서 처음 맞는
행사라 미움받을 것 같기도 하고
(나중에 이것도 슬프더라고요 우리 집
먼저 가는 게 이렇게 걱정할 일인가 )
그렇다고 신랑이랑 가위바위보 해서 누구 집에
먼저 갈까 이러기도 그런 것 같아 시댁에 먼저 갔습니다
저희 신랑이 2남 1녀 중 장남이거든요
아가씨도 나름 돕고 또 도련님도 도우시고
(당연한 거지만요 ) 그런대로 잘 치르고 왔었습니다
그리고 본론이죠
오늘 어머니한테 전화 와서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 이번 추석 전날에 저희 집 먼저 가고,
어머니께는 당일 저녁때 갈게요 "
이 말을 시발점으로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말이 되는 소리냐 어느 나라 법이 그러하냐
네가 큰 며느리인데 말이나 되는 소리냐
네가 안 오면 누가 음식을 하냐
아무리 세상 바뀌었다 해도 시댁은 시댁이다 나를 무시하는 거냐
너네 집에서 너 그따위로 가르쳤냐
너네 집 부모들은 제정신이냐
네가 집이랑 혼수 사는데 반반씩 했다고 지금 유세 떠는 거냐
뭐 대충 정리하자면 위에 일곱 가지입니다
부모님 이야기랑 집 이야기
나오는데 정말 못 참겠더라고요
잠깐 집 이야기를 말씀드리자면, 저는 남편과
직장에서 만났는데, 처음부터 결혼을 전제로
만난 사이인지라 사귄 지 두어 달 뒤부터
공동 통장 만들어서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적금 넣었었거든요
둘 다 환경이 비슷해서
(아마 저나 신랑 둘 중에 하나가 더 많이 버는 쪽이거나,
더 잘 살았다면 그쪽이 더 많이 넣었을 거예요 )
같이 집사자(사지는 못했어요 회사
근처 집값이 워낙에 비싼 터라) 이랬었거든요
이 이야기를 들으셨던 시댁에선
저를 아주아주아주 개념 찬 신여성으로 생각하시고
처음부터 참 좋아해 주셨어요 집 때문에 예쁨 받다니
우리 집은 신랑 그 자체로 이뻐했었는데
그래서 말씀드렸습니다
신랑이 집을 다 해왔다 하더라도
나는 우리 집에 먼저 갔을 것이고, 내가 집을
다 해왔다 하더라도, 나는 또 다음 해에
어머니께 먼저 갔을 거라고요
그리고 부모님에 대해서 함부로 말씀하시지 말라고,
신랑한테 어머님 아버님이 소중하듯이
저에게도 우리 부모님이 소중하다고
뭐 안 들으시더라고요
네 부모하고도(세상에 사돈이라고도 안 하시네요)
전화통화해봐야겠다고 어디서 돈 좀 벌고
집 좀 같이 했다고 그 유세냐, 요즘 괜찮은 며느리들은
아예 집도 사 오고 결혼할 때
시어머니한테 명품 가방 턱턱해준다고, 거기다
네가 우리 00(=아가씨)한테 잘한 게 뭐냐,
우리 00가 착해서 작년 추석에도 같이
일해준 거다 아주 신식으로 해주니 뵈는 게
없다고 그냥 쏟아 내시더라고요
방금 말씀 들으신 바와 같이
우리 시부모님들은 자신들이 매우 쿨하다며
어딜 봐도 우리 정도 되는 시부모는 없다고
자랑하시는 편입니다
맨날 말 같지도 않은 불륜 드라마,
며느리=심심풀이라고 생각하는 아침드라마만
보셔서 그런가 하 아니 그 1%의 사실과 99%의
픽션으로 이루어진 사랑과 전쟁에 나오는
시댁 많은 줄 알고, 또 그게 왜 당연한 줄 아는 걸까요?
(설령 많다 하더라도 그건 정상이 아니잖아요)
왜 그런 시댁과 비유하시나요?
전화 중간부터 같이 듣고 있었던 남편이
(하도 소리를 질러대시니 안 들릴 수가 없죠 )
여기까지 듣자 전화를 뺐어서는 어머니한테 뭐라 하더군요
"내 안사람이 우리 집 무시하거나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어머니는 말씀을 왜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00(저요 )가 우리 집에 며느리로써
잘하는 만큼 저도 어머니 아버님(저희 부모님이요)
한테 잘하는 거 당연하잖아요 그래서 이번 추석엔
처가에 먼저 가는 구요 그리고 저희가 어머니 아버지
안 뵈러 간다 했어요? 그냥 장인 장모님 먼저 뵈고
어머니 뵈러 간다는 거잖아요 "
그랬더니 여자한테 홀려서 어미도 못 알아본다고 역정
이번엔 시아버님이 전화받으셔서
어머니가 하신 레퍼토리를 다시 읊으시더라고요
그리고서 왜 이 말도 안 되는 싸움의 원흉인 애가
안 받고 네가 받고 있냐고 저 바꾸라고 고함치셨어요
그렇지만 저희 신랑 (정말 고마워서 눈물 나더라고요 )
"제가 처가댁 가서 아버지 어머니 욕되는 소리
들으시면 좋겠어요? 집 이야기할 때는 신식이네
뭐네 하시면서 그렇게 좋아하시더니 추석 때 먼저
간다는 이유로 이렇게 모욕을 주세요?
아버지 방은 하신 말씀 전부 이 사람한테
사과하실 거 아니시면 못 바꾸어 드립니다 "
하더라고요 그리고 아버님이 알겠다고,
내가 걔 부모하고 얘기할 테니 그런 줄 알라고
전화 끊어버리셨습니다
저는 진이 다 빠져서 어떻게 더 못하고
신랑은 전화 끊기자마자 저희 집에 전화했어요
아버님이 저희 집에 전화할 까봐
엄청 다급하게 하더라고요
그리고는 대충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하고
(부모님 욕하고 저 욕 한 이야기는 안 했어요
일부러 저희 부모님 속상하고 상처받으실까 봐 )
"어머니, 어머니 하나뿐인 딸 데려가서
(제가 외동이거든요 ) 행복하게 해준다고 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결혼 승낙해주신 그날부터
아들 되기로 해놓고 이런 일 하나 제대로
못해서 더 죄송합니다 "
라구요 그러면서 29일 날 가서
같이 음식 하고 추석 보내겠다고요
그다음부터는 그냥 혼 빠진 사람처럼 앉아있었었어
무슨 대화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아 추석날 우리 집에 먼저 가는 게
이렇게 큰 죄라니 이제는 아가씨랑 도련님한테
전화 오는데 그냥 안 받고 있어요
남편은 다시 시아버님과 전쟁
여러분 이게 그렇게 큰 죄인가요?
제 부모님께 먼저 가는 게
그렇게 못돼먹은 행동인 가요?
도대체 저런 상식은 어디서 나와서
아직까지도 지배하고 있는 걸까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박살
날 줄은 몰랐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이곳에 글 올립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전 정신 좀 더 차리고 아가씨랑 전화통화해야겠어요
아무래도 전쟁 전화일 것 같네요
어쨌든 전 이번 추석 저희 집부터 갑니다
베플
받아 처먹을 때는 신여성이고 깨어있는 사고인 거고
부려먹을 때는 아직도 조선시대냐?
자기들 편할 대로만 생각하지 아주
베플
신식 좋아하네 신식 껍데기를 가진
구형 모델이구먼 꺾이지 말고 서방님과
잘 해결하세요 남편만 신식이네요
베플
남편이 그나마 님 맘을 알아줘서 다행입니다
남편이 내 편이란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더군요
저도 추석엔 친정부터 가요
후기
방금 전 저녁 불안한 마음으로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가씨 걱정 말라며
"어차피 우리 아빠는 나 못 이기고 엄마는
오빠 못 이겨요~우리가 언니 편이잖아요
그리고 어제 엄마가 했던 말 들은데 저 기절할
뻔했어요 우리 엄마 아빠는 안 그럴 줄 알았거든요
저도 이제 결혼 생각하다보니까
시월드 생각 안 할 수 없더라고요
근데 내가 생각한 최악의 시어머니 후보에
우리 엄마도 있었다니 언니가 하는 행동
틀린 것 없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전 집 반 씩 못해요
그럴만한 돈이 없거든요
그래서 우리 오빠가 해와요 난 큰 오빠
결혼 전가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큰 오빠가 집 걱정
(저랑 통장 만들기 전가지는 걱정했었대요)
하는 거 보니까 또 왜 남자가 다 해야 되나
하더라고요 저도 이기적이었던거죠
어쨌든 난 언니처럼 번갈아 올 거예요
애초에 그렇게 생각했고요 그러니까 언니도
이번에 꺾이지 마세요
저도 그럴 거니까
그리고 작은 오빠 신경 쓰지 마세요
엄마 등쌀에 전화만 누른 거지,
관심 없어요 "하더라고요
와 정말 놀랬어요 전쟁2 할 줄 알았는데
대신 사과하시더라고요 미안하다고 내가 오늘
엄마한테 가서 나도 엄마 같은 시어머니 만나면
좋겠냐, 난 집 안 해가니까 엄마가
새언니한테 한 거보다 더 한 취급받을 텐데
그거 괜찮냐고 대신 싸우겠다하셨어요
그리고 항상 우리 집까지 신경 써줘서
(수산시장이나 어디 놀러 가면 지역 특산물
같은 것 항상 보내드렸거든요)
고맙다고 하셨고요
받을 땐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입장
바꿔보니까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고
저녁 먹기 전가지만 해도 콩닥거렸는데
아가씨 만나고 와서 기분도 좋아지고
제 편 하나 더 있는 것 같아서 안도감도 들었습니다
다음 달에 월급 나오면 화장품 사드리려고요 고마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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