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타클 29주 임산부 유도분만 출산 후기 - 네이트 판 레전드 썰
예정일 : 7월 21일
분만일 : 5월 5일
무통 : X
유도 : O
4월 18일
평소와 같이 언니와
함께 수영을 다녀왔다.
하지만 왠지 모를 피곤함과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느꼈음.
내일은 수영을 쉬고 집에서
조용히 있어야겠다 생각함.
4월 19일
수영을 쉬고 달콤한 낮잠을 자고 있었음.
잠결에 뭔가 흐르는 느낌이 남.
화장실에 가보니 소변인지
뭔지 모를 뭔가 몇 방울 흐름.
난 이게 말로만 듣던 요실금인 줄 알았음.
팬티라이너를 하고 다시 잠.
다시 누운지 5분도 되지 않아서
라이너가 흠뻑 젖을 정도로 뭔가가 흐름.
화장실로 가서 찝찝한 마음에 샤워를 하기로 함.
샤워를 끝낼 무렵 다리 사이로
뭔가 뜨끈한 것이 자꾸 흐르는 느낌이 남.
절대 이건 물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음.
갑자기 불안해지면서 수건으로
몸을 닦는데 엄청난 양이 흘러나옴.
마른 수건 두 장을 흠뻑 적실 정도
아 이건 양수라는 필이 이제야 꽂혔음.
다급하게 산부인과에 전화함
당장 튀어오라고 했음
남편에게 전화할 생각도 나지 않고
일단 가야겠단 생각에 혼자 덜덜 떨면서
선물로 받은 신생아 기저귀를 깔고
(생리대로는 양이 감당할 수 없어서)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날아감.
병원에 도착하니 더 불안해지면서
엉엉 울며 아무 간호사를 붙잡고
양수가 터진 것 같다고 함.
점심시간이었는데
내 담당의가 헐레벌떡 와서 내진함.
자궁문이 6미리 정도 열려있고,
양막파열로 양수가 거의 다 빠졌다고 함.
정말로 남산만 하던 내 배가
고무풍선에 바람 빠지듯 홀쭉해졌음.
이때 겨우 26주 5일 40주 만에 나와야
하는 아가를 지금 낳아야 할 수도 있다고 함.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
남편은 누가 장난치는줄 알았다고
우리 와이프 집에 있는데 무슨 소리?
일하다 말고 미친 듯이 달려와주었음 ㅠㅠ
담당의가 사색이 되어서는
이 병원에서는 불가능하다며
주변의 대학병원에 급히 연락함.
가까운 곳에는 자리가 남아 있지 않았고
그나마 가까운 곳이 부산의 모 대학병원
앰뷸런스를 타고
30분 만에 날아가듯 도착했음.
심전도, 엑스레이, 초음파, 태동 검사,
소변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와 피를
엄청나게 뽑아감.
저녁 즈음, 담당 교수가 아기가 아직
너무너무 어리니까 최대한 뱃속에서
키우자고 함.
혹시 자궁수축이 올 수도 있어서
수술을 대비해서 이쑤시개만 한
바늘을 꼽고 링거를 맞음.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해 항생제와
자궁수축 억제제, 폐활성 주사를 맞음.
이제 더 이상 양수가 새는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안정하며 누워서 지내야 한다고 했음.
입원 생활 시작
4월 20일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음
자꾸 나쁜 생각이 들어서 눈물만 흐름
하루 종일 엉엉 울었음
4월 21일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짜증이 남. 옆에 있어주는 남편도,
멀리 서울에서 온 동생도 반갑지 않음
4월 22일
하루 종일 비가 내림.
자궁수축 억제제 부작용이 일어남.
열이 나고 입에선 불을 뿜을 지경
감기몸살을 심하게 앓을 때처럼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픔
너무 아파서 엉엉 울었음.
4월 23일
매일 양수가 많이 새는데도
일정량을 유지하고 있다
10점 만점에 3점 정도이지만
원래 양수가 많은 편이어서 다행임.
옆 침대에 새로 사람이
들어왔는데 쌍둥이 엄마임.
미숙아로 태어났지만 지금 돌인데
아주 건강해 보임.
의사가 이번 달 안으로 날 잡아서
분만하자고 함.
4월 24일
난 혈관이 좋지 않아서
혈관 통도 심하고 주사 놓기가 힘듦.
링거 바늘 바꾸는 날이면 2~3번은
기본으로 찔러야 겨우 꽂음
밤새 팔이 너무 아파서 잠을 한숨도 못 잠.
산소 호스를 꽂아서 그런지 코에선
자꾸 피가 나고 짜증이 극도로 치밀어 옴.
사랑하는 남편이 눕혀서
머리를 감겨줌 얼마 만에 감은 건지
파라다이스를 경험함.
세상이 아름답게 보임.
다시 긍정적 마인드로 돌아옴.
4월 25일
새벽에 깼는데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려 옴.
분만실에 누가 아기 낳으러 왔나 봄.
마치 짐승의 포효 소리 같았음.
나는 절대 소리 지르지 않으리라 다짐함.
초음파 결과 울 아가 몸무게가
200그램이나 늘었음. 폭풍감동
다리뼈와 근육을 보더니 의사선생님이 깜짝 놀람.
27주인데 29,30주의 크기라며
이 주수에 이런 다리가 나올 수가
없다고 함. 뿌듯!!
4월 26일
오랜만에 잠을 잘 잠.
하지만 약기운에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띵함
4월 27일
양수가 한동안 조금씩만 새더니
밤에 패드를 두 장이나 버렸다
퍽 터지는 느낌과 함께 미친 듯 쏟아진다
결국 오후엔 펑펑 움.
하루 종일 새더니 잠시 일어났는데
엄청나게 쏟아짐. 순간 주사 꽂은 팔도
너무 아프고 하루 종일 참고 있던 게 폭발해서 울어버림.
4월 28일
어제부터 주사가 안 받음.
팔은 순두부처럼 퉁퉁 붓고 시리고
한쪽 눈알이 빠질 듯이 아파짐.
억제제의 부작용이 점점 심해지는데
농도를 낮출 수는 없다고 함.
조금이라도 줄이면 수축이 일어나서
아가를 낳아야 할 수도 있다고 함
5월 1일
하루 종일 남편에게 짜증을 냄.
자꾸만 불안해서 어쩔 수가 없음.
마지막 양수 쟀을 때 얼마 남아있지
않았는데도 왈칵왈칵 잘도 쏟아짐..
불안해서 초음파 보고 싶은데
주말이라 의사들이 코빼기도 안 보임
약기운에 더워죽겠고 식은땀이 줄줄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는데
이놈의 황사 때문에 창문도 못 열고 미치겠음
5월 3일
초음파 결과 양수가 거의 다 빠짐
아가 옆에 공간이 하나도 없고
태반과 딱 붙어서 움직이는 게 힘들어 보임
양수가 없으면
아가가 잘 자랄 수 없다고 함
내일 유도 분만하기로 함.
그래도 2주 넘게 누워서
버텼다고 장하다 칭찬해 줌
5월 4일
새벽 일찍,
내진을 하고 질정제를 넣음.
8시 40분 분만대기실 옮김.
하루 종일 금식에 심한 생리통 만큼 아파짐..
식은땀이 흐르고 허리도
끊어질듯하지만 참을만함.
5시 반, 내진 결과 하나도 안 열림
질정제 빼고 내일 다시 하기로 함
5월 5일
잠이 덜 깨어 있는 사이,
내 침대로 간호사 6~7명이 쳐들어옴.
다 보는 데서 내 치부를 제모 했음
( 남편이랑 나랑 완전 어이없음)
아무리 견습 기간이라지만 내 치부를
무슨 구경거리 보듯 아주 기분 나빴음
분만 대기실로 옮기고 관장을 했음.
약한 약인 건지 15분이나 참았음
못 보던 링거로 바꾸고 누워서 천장만 바라봄
오전에는 그냥 조금밖에 안 아파서 코 골고 잠
12시 반 즈음, 자리를 넓은 곳으로
옮기고 인턴이 태동 검사기를 달아주고 감.
30분 새에 진통이 아주 세짐.
간격도 좁아지고 신음소리가 조금씩 남.
내진해보니 2센티가 열렸다고 함.
2시가 다 되어갈 때 난 울고 있었음
아으 아으 이러면서 엉엉 울고 계속 아파함
하지만 의사가 와서 태동 검사기를
보더니 아직 멀었다고 함
이정도로 뭘 아파하냐고 수축이
50~70밖에 안 찍힌다고 엄살 피우지 말란 식
정 아프면 진통제를 한 대 놔 준다고 해서
바로 네네네!! 놔주세요 했음
한 10분 괜찮더니 아 더 아픔..
수축이 없을 때는 거의 정신이
희미해지고 수축이 오면 난 소리를 질렀음
의사선생님 또 오더니 응
왜 이렇게 아파하냐고 이상하다고 함..
난 아파 죽겠는데 아직 한참 한참
남았다니 진짜 미칠 지경이었음.
하지만 첫 아기라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원래 더더더더 아픈가 보다 ㅠㅠ
하고 참고 참고 또 참았음
진짜 대성통곡을 하면서
남편 멱살을 잡고 못하겠다고
소리가 절로 나옴
남편이 수술할래?
물어봐서 그건 또 싫다고 함..
숨도 잘 못 쉬겠고 정신이 흐릿해짐..
갑자기 더더더더더더더더 더
미친 듯한 진통이 옴!
신음이 아니라 비명을 질렀음!
갑자기 의사선생님 이상하다며
내진을 하자고 함.
남편 있는데 내 치마를 훌렁
올리고는 미친 듯이 쑤심
아프다고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음
내가 뭘 잘못했다고 ㅠㅠ
나한테 왜 이러나 싶었음
갑자기 자궁문 다 열렸다고 함
3시간 전에 2센티 열렸었는데
수축도 50~70밖에 안 찍혔는데
다 열림????
이놈의 인턴이 기계 잘못 달아놓음
제대로 달으니까 120이 확 올라감
그렇게 나는 무통이고 뭐고 그냥 생으로
대성통곡을 하며 실려서 분만실로 감..
힘 세 번??? 끙 정말 똥 싸는 기분으로
주니까 금방 아가가 쏙 나왔음!
오후 3시 53분
회음부 절개는ㅠㅠ 어떤 분은
시원하다고 하던데 난 정말 아팠음
마취를 안 한 걸까??
옆에서 아가 조치 취할 때 살짝 보니
너무너무 조그맣고 이쁜 아가가 있었음
29주 0일 만에 태어난 우리 아가
울지도 못할 줄 알았는데 애앵
하며 조그맣게 울었음..
나 닮았는지 머리카락이
아주 까맣게 자라 있었음..
나도 모르게 또 눈물이 주룩주룩 ㅠㅠ
우리 아가 건강해요?
물어봤는데 목이 쉬어서 소리가 작았나
아무도 대답 안 해줌 ㅠㅠ
그냥 울지 말라고만
바로 인큐베이터에 넣어서 데리고 감
아가 안아보고 자시고
젖 물리고 자시고 없었음..
아빠가 탯줄 끊어주는 로망 따위 버렸음
그러고 나서 후처치 태반을 꺼내야
하는데 조산이라서 태반이 잘 안 떨어짐
내 밑을 뭘로 그렇게 쑤시는지
또 아랫배를 미친 듯 후벼파고
너무 아파서 의사선생님한테
그만하면 안 돼요? 하니까 안된단다
그럼요. 네네 포기하고
아파죽겠지만 누워있었음
한참을 그렇게 하더니 또
뭉클한 게 꿀렁꿀렁 나왔음 기분 이상함
회음부 꿰매는데 왜 또 그렇게 아픔?
아기는 힘 세 번 만에 쏙
나왔는데 후처치가 훨 오래 걸림.
다시 침대 옮겨서 대기실로 와서 누웠음
하루 종일 굶었는데
배고픈 것보다 너무너무 졸렸음
나중에 듣고 보니 피를 엄청나게 흘렸다고 함
간호사가 와서 똥구멍에 뭔가를
넣고 감;; 뭔지 나도 모름
그리고는 이제 밥 먹으라고 함
아 이래서 자연분만이 좋은 거구나
하지만 너무 잠이 와서 나 그냥 자면
안되냐니까 젖나 와야 한다고
미역국 한 대접 다 먹고 자란다
밥 먹으면서 또 울었음
나 이제 엄마인 거야? 하며
믿기지가 않고 그렇게 아팠던 게 거짓말 같고
남편이랑 끌어안고 엉엉 울었음 이상!!
난 참 내가 건강하다고
자부하며 사는 사람임..
너무 내 건강을 과신해서인지
임신하고 더 싸돌아 다닌 것 같음.
매일매일 외출에 안 하던 운동까지 하고
온갖 꽃놀이에 매주 영화 보러 다니고
데이트하고 내가 양막파열??
양수가 터져? 조산? 상상도 못해봤다.
임신하면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는 말
이제야 공감한다.
29주 만에 나온 이른둥이 우리 아가,
처음에는 호흡기에, 링거에 이것저것
주렁주렁 달고 있었는데
지금은 다 빼고 혼자 숨도
잘 쉬고 젖도 잘 먹는단다.
처음엔 5일 동안 젖도 안 나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소아과 교수님은 빨리 젖 가지고
오라고 미숙아한테 젖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냐고 다그치는데
안 나오는 내 맘은 오죽하냐고요.
그런데 아가를 못 봐서 젖이 안 나왔나 보다.
첨 낳을 때 희미하게 보고 그 뒤로
면회가 안돼서 못 봤는데 5일 만에
첨 보고 안쓰러워서 대성통곡을 하고 온 날
저녁에 남편이 마사지 해주는데
"어어야 어 나온다 나온다 "
둘이 또 엉엉 울었다
지금은 너무너무 잘 나와서
주체할 수가 없는 정도
하여튼 임신한 모든 분들
조심조심하시라고요
난 그런 일 없어, 난 건강해
과신해서는 안돼요
모두 이쁜 아가 낳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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