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는 우울증 - 92쿡 자유게시판 심리상담
저는 한 달째 소파에 앉아서
있는데요 종일 책 봐요
하루두까 밥 먹을 때만 딱 20분씩
일어서고 계속 앉아서 책만 봐요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책은 아니고요
심리학 정신분석학 책 읽는데
읽을수록 끝없이 눈물이 흐르네요
낮에 해가 중천일 때는
하루가 빨리 지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소파에 길게 누워 자고요
그리고 계속 책을 읽어요
하도 안 움직 어서 온몸이
마비가 오는 것 같아요
이게 한 달째인데요
오는 전화 아무것도 안 받아요
세상 사람들한테 이제
지쳤는지 몸이 말을 안 들어요
제가 제 몸을 아무리 달래도 몸이
저한테 반항하는지 꼼짝을 안 하네요
저 의지가 아주아주 강한 편이었는데
평생 부모님 문제로 힘들었더니
결혼도 안 하고 싶고
온몸이 온 마음이 너덜너덜해지고
물먹은 솜처럼 되었어요
또 자고 일어나서
계속 살아봤자 죽을 때까지 저한테
태클 걸고 고통만 주실 텐데
차라리 지금 다 그만두고 싶어요
원망과 미움 적개심에 아버지한테
못다 한 말 하루 종일 머릿속에 떠다녀요
아버지한테 대드는 대사
저도 모르게 이런거중얼거려요
아버지한테 대들었다가 온갖 폭력에 구타에
너무 무서워 불안 증세에
공황발작 증세까지 나타났었어요
이제는 다 귀찮고 다
안 보고싶고 관속에 드러눕고 싶네요
하늘나라에 할머니 보고 싶어요
직장을 구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얼마 전 자격증을 땄어서 눈만 좀 낮추면
어찌어찌 구구 해질 것 같긴 한데
그동안 시간이 많았는데도
어쩐지 구 인사이트도 한번
안 들어가고 검색 한번 안 하고
이력서도 작성 안 하고
그냥 멍하니 초점 잃은 채로
종일 책만 보다 말다 하네요
제 몸이 제 몸이 아닌 듯 전혀 말을
안 듣고 올스타입니다.
제 부모님 열심히 살고 있을 때마다
뒤통수에 충격을 주시고 그 기억에
아직도 몸서리치고 밤마다 우는데
또 일어나서 열심히 살면
또 그러실 거 뻔한데
이젠 내가 왜 또 일어서야 하지?
이런 생각만 들어요
이젠 너무 지쳤어요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못해 다 싫어요
사람이 기라는 게 있어야
살아있는 건데 저의 기를
다 쏙 빨린 것 같아요
진짜 허깨비고 산송장 같아요
정말 이제 저는 다 그만두고
싶기만 합니다.
댓글
세상과 등질 바에는
부모와 등지는 게 낫지 않나요?
댓글
이해합니다.
저도 심리학 책, 자식에게 해가 되는
부모에 대해 다룬책 엄청 읽고 그거
곱씹으면서 빠지고 그랬어요.
잠은 잘 주무시는지요?
힘들면 조금 쉬시고 너무 정신분석
이런 데에만 빠지지 말고 재밌는 책도
읽으시면서 기력을 충전해주세요
댓글
심리학 책 너무 많이 읽으시면
점점 상처에 매몰돼요.
적당히 문제점을 알았다 싶을 때
책을 덮고 일어나야 하는데
어렵겠지만 이제 조금씩 움직이시는 게 어떨까요
댓글
상 당하고 정신없는 일 년 지나
두해를 활자 중독 수준으로 책 읽었어요
졸려 몸 비틀면서도 쓰러지기 전까지는
책만 읽었죠. 철학 고전 심리 에세이만
이해할 근거를 찾고 싶었는지 몰라요.
내 나름의 푸는 방식이었던 듯.
이런 글 올렸으니 일어설 준비가 된 거예요.
내일 아침부터 책 들고 커피숍 가서 읽으세요.
밖에 일단 나가기라도 하시고
억지로라도 구직등록하세요.
힘내요. 봄이잖아요
댓글
어려서 학대받은 경험이 있으면
우울증이 올 확률이 엄청 높아집니다.
그렇게 골수에 박힌 기억에서 오는
우울증은 약물 외에는 치료가 안되네요.
더 늦기 전에 정신과에 가서 항우울제를 드세요.
그리고 부모님과는 연을 끊도록 하세요.
상처의 근원은 안 봐야 치유가 됩니다.
꼭 병원에 가세요. 치료됩니다. 꼭 가세요.
댓글
책을 읽는다니 개선이 가능해 보여요.
폴 오스터가 가난할 때 종일 꼼짝 않고
책을 봤다던데, 아마 곧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예요.
댓글
자가 치유에 매진하는 중이시네요.
아직 괴롭지만 천천히 치료가 되고
있으신 걸로 보이는데 좀 한숨 돌리면서
치유하고 싶으시면 팟 캐스트도 들어보세요.
저는 살려는 드릴게, 황심 손, 공공 상담소 등이
좋았는데 원글님에게는 어떤 것들이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
실컷 아파하시고 책이든 뭐든
귀 기울이시다 보면 오늘 보다 내일이 낫고,
내일 보다 모레가 더 나아질 겁니다.
그리고 어느새 훌쩍 넘어서실 거예요.
댓글 [ 글쓴이 ]
위로 격려 감사해요 마치 얼음 땡 놀이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저는 저금 얼음이,
정지 화면이 되어있는 것 같아요
치유를 스스로 하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는데 노력할수록 자꾸
늪으로 빠지네요
지금은 노력하다 하다 몸 부임치다
지쳐 늪 속으로 서서히 침잠해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정말 총 하나 구하고 싶어요.
매일 이 생각이 굴뚝이네요
언짢으셨다면 죄송하고요
그래도 위로해주시는 댓글에서
잠시나마 위안 얻고 갑니다
댓글
사회적 활동도 안 하시고 외출도
안 하시고 움직이는 것도 잘 안 되고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등등.
너무나 전형적인 중증 우울증인데요.
저는 제 자신과 가까운 가족 친구 등이
오랜 기간 병원 치료를 받았는데 님의
상태 정도면 보통은 약물 치료를 가볍게라도
시작하라고 진단할 것 같아요.
책으로만 자기 치유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어요.
단기간에 나아질 걸 기대하지 마시고
병원에 가서 약을 받으세요.
우울증 약은 최소 2주 정도는 복용해야
효과가 나는 듯 안 나는 듯 서서히 나타나고
자기 판단에 의해 복용하다 말다 하면
부작용이 굉장히 심해진다는 거 명심하시고요.
댓글
그리고 님의 마음에 지금 활자가
들어오고 안정을 준다는 건 너무나 다행이지만
스스로 자가 진단할 수 있는 평온한 상태가
아니니까 너무 자신을 믿지 마세요.
저는 증상이 너무 심하던 오랜 기간
동안은 오히려 심리학 책등을 멀리했어요.
제가 헛똑똑이 기질이 굉장히 심해서
조금만 알아도 다 안 것처럼 제 병을
제가 진단하려고 하고 의사보다
더 잘 알려고 하곤 하거든요.
그랬더니 이제 한 3년 지나니까
정말 많이 나아졌네요.
제 삶의 환경도 나아졌고,
마음의 평온도 비교적 많이 찾았고요.
병원으로 가세요.
지루한 치료 과정에 조급해 하지 마시고요
댓글
우울증 증상에 약물이 도움 됩니다만
상담 과정이 필수예요.
약물에만 의존하는 건 약물이
끝나는 순간 재발할 위험을 안고
간다는 한계가 있어요.
상담은 경험을 해석하는 방향을
잘 잡아서 우울 사고, 감정에 빠지는 데
저항력을 길러주는 것이 키포인트입니다.
책을 본다는 건 선택만 잘못하지
않으셨으면 상담 효과가 있는
멘토를 만나는 것과 같은데요
여태 잘 해오셨으니 이제
응원군의 폭을 더 넓혀보세요.
적절한 조언과 물리적인 도움이
많아질수록 쉬워집니다.
댓글 [ 글쓴이 ]
상담도 꽤 받았는데요
일 년 정도 받았는데 뭐랄까 그때그때
해소는 되지만 더 이상은 제게는 효과가 안 나는 것
같아서 비용 부담 땜에 중도에 그만두었고요
책 선택을 잘해야 한다면 예를 들면
추천해주실 책들이 있으신가요?
책 읽는 건 그나마 하고 있으니 꼭 알고 싶습니다
댓글
제가 댓글을 늦게 보았네요.
이미 책을 많이 읽으신 분에게 특정한 책을
추천한다는 건 조심스럽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한데요
대학에서 상담 주 교재, 부교재로
쓰이는 책들은 웬만큼 읽으셨죠?
본인 상황에 대한 파악과 치료 원리에
대한 이해가 좀 되셨다면
어느 수준에 오르고부터는 본인의 심리 도식에
대한 꾸준한 작업이 장기전의 진지가 됩니다.
흔히 종교 경전이 우울에 도움 되었다고들
하시는데 매일 일정량을 꾸준히 접하고
묵상하는 가운데 우울 탈출의 키를
쥐게 된 분이 많은 걸로 알아요.
인지 치유의 효과가 있어요.
그러나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너무 달라서 조심스러우니 그저 대략의
팁만 드리면, 어느 책이든 읽고 나서
마음을 넓게 하고 따뜻하게 덥혀 주는
결론을 얻게 한다면 안전하다고 보세요.
책의 유익 여부를 감정에 의존한다는 건
미흡할 수도 있지만 오도된 이성을
바로잡아주는, 의외로 꽤 정확한 감별사랍니다.
원글님이 무엇을 얻었는가 하는 것은
원글님의 감정이 적절하게 알려 주죠.
감정을 확신할 수 없으시면
몸의 상태를 살펴보세요.
과정이 도전적이라도,
끝내는 시야를 넓게 하고
맘에 봄바람이 불게 하는 책들을
위주로 친해지세요.
더 속물이 된다고 느껴지면 덮어두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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