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불효녀였다 - 다음 미즈넷 미즈토크 레전드 썰
작년 여름 산 원피스가
살이 쪄서 입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는 오늘 그 원피스를 입었다
어제 친정아버지의 삼우제가 끝났다
20년 전 친정엄마가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을 때만 해도 나는 엄마의
입관식 이후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삼우제가 끝난 지금
마저 마시는 거 외엔 음식을 넘길 수가 없다
죽을 거 같아 먹으면 탈이 나고 더 힘든 거 같다
나는 아버지에게 착한 딸이 아니었다
감정보다는 이성적으로 아버지를 대했고
싫은 소리도 제일 많이 하는 딸이었다
언니로부터 듣는 아버지의 힘듦에
달려갔고 능동적으로 뭔가를 아버지께
해드리지 않는 딸이었다
나의 언니가 효녀의므로
나는 조금 뒤로 물러서 있어도 된다고
마음의 짐을 덜었었는지 모른다
아버지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나는 먹고살기 참 바쁜 딸로 아셨을 게다
아버지가 입원하시고 간호를 위해
짐을 싸고 다음날 새벽쯤 출발하려는데
언니의 급박한 전화에 택시를 타고 출발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안정을 찾은듯했고 간병을 하려던
나만이 나의 아이와 병실을 지켰다
괜찮을듯하여 아이를 집으로 보내는데
아버지는 내 아이에게 손을 흔들며 웃으셨단다
내 아이가 아버지의 상을 치를 때 할아버지의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아버지의 간병을 위해 휴가도 내고
준비도 했지만 가기 싫고 자신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때는 내가 효심 없는
딸이라서 귀찮아하는 거라 생각했지만
나와 있는 동안 아버지는 편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셨다
거울을 달라는 아버지의 말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고 시계를 자꾸 보는 아버지의
행동에 내 심장은 멈춘 거 같았다
아버지의 모습이 이상하다
느꼈음에도 나는 아니라고 내 착각이라고
아니라고 자꾸만 아버지 손에 달린
집게를 만져야만 했다
효녀의던 언니만 아버지의
마지막을 못 본 채 나의 아버지는 이제 없다
언니는 마지막 모습을 못 본 게 가슴에
사무친다지만, 나는 안다 그게 효녀였던
언니에 대한 아버지의 마지막 배려라는 걸
또한 착하지 못한 나에 대한
아버지의 따끔한 훈육이란 것도
나는 편한 모습이 아닌 아버지의 모습을
평생의 모습으로 기억할 거 같다
아무것도 해 드릴 수 없음에
가슴 치며 눈물조차 흘리지 못했던 나약하고
뒤늦은 후회에 대한 모습 또한
아픔으로 남을 거 같다
내가 왜 아버지의 간병을 위해 출발하려는
전날 저녁까지 자신 없다는 말을
혼잣말처럼 한지 알 거 같다
효녀였던 언니는 아버지의 마지막을
못 봄에 착하지 않던 나는 아버지의
마지막을 봄에 가슴을 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의
벌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그렇게라도
미련 남기지 말라는 아버지의 깊은
뜻이었을까도 싶다
내가 사는 하늘 아래 부모라는
존재는 이제 없다 머리는 이성적이라
느끼는데 나의 몸은 자꾸만 죄책감에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 거 같다
베플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내 친정 형제들의 시댁 식구들이 각각
다른 예를 표하는 방법을 접하고 20여 년을
시댁의 노예처럼 살아온 나는 완전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아버지가 내게 준 남은 생의 배려였다
씨가 일에 대한 모든 것을 내려놓는
계기가 되었다
베플
이래서 살아생전에 한 번이라도
더 뵙고 살아야 하는데 우리는 항상 지나간 뒤에
후회하며 자책감에 땅을 치며 울곤 하지만
후회와 반성은 늘 늦게 오는 법
님의 심정 미루어 짐작하고 남음이 내요
그래도 마지막에 모습을 님께 보이고
싶어 같이 하셨음을 그나마 회한을 덜 수 있는
핑곗거리라도 삼으세요
잊는다고 잊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가신 아버님을 위해서라도 남겨주신 정만
생각하며 사시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위로 드립니다
베플
나 또한 불효녀였어요!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버지가 참 미웠죠!
그래도 돌아가시고 3년 정도는
참 힘들었던 거 같네요
20대 후반에 아버지 가시고 지금 20년이
더 흘러 님 글에 눈물 나네요
님은 착한 딸이었어요
우린 늘 후회를 남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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