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 보고 결혼 결정했습니다 - 미즈넷 미즈토크 행복한 시댁썰
결혼한 지 만으로
3년 꽉 채운 전업주부입니다.
신랑이랑 결혼한 지
결혼 3년 7년째
얼굴 보고 살고 있지요.
이런 말 하면 어찌 들으실지
모르지만 우리 신랑은
어느 누가 봐도 진짜 잘생겼다
할 정도로 좀 생겼습니다.. ㅎ
키도 작은 키도 아니고
어깨도 넓고 성격도 둥글둥글하지요
제 주위 엄마들은 저더러
복받았다고 할 정도로 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엄청 못난 건 아닙니다ㅋ
그런데 결혼 전 저희 집은
이런 제 신랑과의 결혼을 반대했었어요.
잘생겨서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말이죠ㅋ
나중에 얼굴값 할 거다
네가 고생할지도 모른다..ㅡㅡ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어이없고 웃기네요
근데 전 이 남자가 아니면 안되겠더라고요
신랑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제가 시아버지 시어머니를 2번째
뵙던 날이 시골에 모내기로 한창 바쁠 때였죠.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모내기에
ㅁ자도 모르던 전 그냥 여기저기 빈 모판
정리하는 정도로 시아버지 시어머니 뒤를
쫄랑쫄랑 따라다니고 있었어요.
그러다 시아버지랑 저랑
논 한쪽에 같이 있게 되었죠
그런데 저희 시아버님이 저에게
다가와서 조용히 말씀해주셨어요.
어디 가서 사람들이 너네 아빤 머 하시니?하고
물으면 촌에서 농사지으세요라고 말하라고
내가 너 아빠 해주마.라고
그리고 뻘쭘하신지 담배를 태우시며
다시 논안으로 들어가셨어요.
전 그 자리에서 한참을 훌쩍이며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느라 정신없었고
꼭 이 집에 시집오겠다 생각했죠
사실 전 중1 때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첨 인사드리러 갔을 때 어느 어른들이
다 그렇듯 부모님은 머 하시니?
라는 질문을 들었지요.
전 조용한 목소리로 엄만 건물 청소를
하시고 아빤 하고 말을 못하고 있은데
그때 제 신랑이 옆에서 그런 건 나중에
물어보라며 하는 바람에 그 순간이
어영부영 지나갔지요
그리곤 제가 집에 간 뒤에
신랑이 말했나 보더라고요
어릴 적 돌아가셨다고
나중에 들었는데 그렇게 질문하셨던 게
맘에 걸리셨었나 봐요.
제가 혹여 상처받았을까 봐요
그리고 어디 가서 또 그런 질문에
상처받을까 봐 그렇게 말씀하신 거지요
당당하게 대답하라고
지금 전 시아버님 곰탕을 끊임고 있어요
얼마 전 시아버님이 교통사고로
다리가 다쳐 병원에 입원해계셔요
아이가 둘이 되어서 매일같이 찾아뵙는 건
힘들고 이삼일에 한번 뵈러 가는데
이번엔 곰탕 들고 가서 뵈려고요
아버님 빨리 나으세요.
돌아오는 영덕게 축제에
아버님 어머님 모시고 놀러 가고 싶어요
더 살아보고 말하라는
분이 있으시더라고요~~
네 더 살아봐야겠죠..근데요..
제 시아버님은 제가 이 집에
시집와서 알게 된 후로
어머님 혼자 장 보러 가게 하신 적이 없어요.
항상 함께 가셔서 짐도 들고
어머님이 가끔 미장원에 가실 때면
같이 갔다가 머리 다하고 나오실 때까지
근처 친구분에서 기다리다가 같이 오세요
가끔 어머님이 운동 가신다고
하면 바려다 주시고 데리고 오시고
내년쯤에 다리가 다 나으면 어머님이랑
함께 전국 일주하시며 여행 가고 싶으시다
하시는 분이시죠
저희 어머님 자랑도 해볼까요?
저희 어머님은 지금 병원에 계셔요
아버님이 다리를 다치셔서 함께 계시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병원에서 먹고 자는 거
힘드실 법도 한데 집에 오셔서 주무시라 해도
당신이 오시면 며느리가 애 보기 힘든데
반찬이며 이것저것 신경 쓰인다고
안 간다 딱 잘라 말씀하시는 분이세요.
제가 괜찮다고 어머님 아들 집인데
눈치를 왜 보시냐 해도 그래도 그런 게 아니라고
난 내 남편 옆이 더 좋다 하시며
거절하시는 분이시죠
울 어머님 나라에서 주는 대통령 효부상?
암튼 착한 며느리 상 그런 것도 받으신 분이세요.
막내며느리면서도 30년 넘게 앞이
안 보이시는 시할머니까지 모시며
사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가끔 어머니 미장원 가셔서
이쁘게 하고 파마라도 하고 오시라고
5만 원이라도 챙겨드리면 고맙다고
웃으시며 받으시곤 저 몰래
가방에 다시 넣어주세요
아직은 당신이 벌 수 있으니 괜찮다고
그러면서 저희한텐 너희들끼리만
행복하면 된다 하시는 분들이세요.
그분들에게서 태어난 우리 신랑은
지금 저랑 7년이라는 세월 동안
함께 하면서 제 맘을 아픈 게 한 적이 없어요
아주 가끔 별것도 아닌 일에 삐친척하면
우리 신랑은 발을 동동 구르며
ㅇ ㅇ아 마음이 아파? 속상했어?
실수한 거 있음 담에
그렇게 하지 않을게 라고 말하죠.
그럼 오히려 제가 더 미안해져서
어쩔 줄 모르고요
하지만 앞일은 모르니
더 살아봐야겠죠..
그래도 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 거예요..
항상 저에게 우리 착하고 이쁜 며느리
우리 며느리가 최고라고
말씀해주시는 시부모님과 사이좋게
알콩달콩 지지고 볶으며 잘 살겠습니다
한 10년째 될 때 다시 한번 글 올릴게요ㅎㅎ
베플
저도 저희 시아버지 뵙고
결혼 결정했는데...
잘하셨어요 ㅎㅎ
행복하시길
베플
19에 아빠 돌아가신 저한테 시모 늘
'아빠 없이 큰 ' 너 라 하셨어요...
아빠처럼 의지하고 싶던
시아버지도 권위적이고 딱딱하셨고
아빠가 안계서 영 못마땅하고
못 배운 당신 아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며느리로 시작했어요.
님 농사하시는 그 아버님이 많이 배우신
제 시부모 보다 교양 있으시고 현명하시네요.
부러워요.
베플
저도 남자인데요. 시아버지라는 분
진심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나이 들어 늙어질 때면
저런 지혜가 생길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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