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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썰/결혼 & 부부

딩크족 7년차 부부의 이야기 - 네이트판 톡톡



딩크족 7년차 부부의 이야기 - 네이트판 톡톡


얼마 전에 불임인데 왜 아이 갖지 
않냐는 질문을 하느냐란 주제로 
어느 분이 올린 글을 읽고 
공부하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 몇 자 끄적거립니다. 
  
저희 부부는 불임은 아닙니다만, 
결혼 전부터 아이는 없이 사는 것으로 
약속하고 결혼하고 사는 
소위 딩크족입니다. 

솔직히 저 칭호가 맘에 들진 않지만, 
사회적으로 그렇게 불리고 있으니까요. ㅎㅎ 
  
지금은 이직을 위해서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그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사장님 최종 
인터뷰 중 있었던 일입니다. 

이러저런 업무와 관련된 질의응답 후에
 점심을 같이 하 자시던 사장님이 여담으로 
제게 질문을 하시더군요. 
  
"0과장은 결혼한 지 꽤 
지났는데 왜 애를 안 갖지?" 
  
"저희 부부는 아이 계획은 없습니다." 
  
이 대답을 필두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일꾼이 부족하다, 

대한민국의 저출산율이 매우 심각하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건 대한민국 
국민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등등 사장님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실컷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사장님, 혹시 저나 제 남편이 
불임이라서 아이 계획이 없다고 
대답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시진 않으셨나요?" 
  
그랬더니 사장님이 불임이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저는 불임이 아닙니다만, 
제 지인들 중에는 불임인데 자녀계획이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서 여쭤봤습니다. 
만일 불임부부였다면 사장님을 포함해서 
매번 만나는 사람들에게 아이를 낳는 문제로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게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희 부부는 결혼 전부터 
아이 없이 서로에게 충실하고, 
여가도 즐기고, 일에도 집중하면서 
살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리기 어려운 다른   
이유들로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고요. 

만일 이 시점에서 제가 자녀 계획이 
있다고 말씀드렸다면, 
사장님께서는 저를 채용하셨을까요?" 
  
뭐 더 길었던 것 같지만, 
지금 제가 생각해도 좀 
당돌하리만큼 얘기했네요. 

왠지 그동안 아이를 왜 갖지 않냐는 
질문들을 수없이 들어서 쌓인 스트레스가 
엉뚱하게도 이런 불편한 자리에서 
터져 나왔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리고는 뭐.. 
별다른 얘기 없이 그 자리는 끝났습니다. 
이미 채용이 확정된 상태에서 
의례적인 인터뷰 자리였기 때문에 

제가 입사 취소가 된다거나 
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벌써 한 3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억이 자주 떠올려집니다. 
  
아이가 없냐, 왜 안 갖냐, 
애 한 번 낳아봐라 생각이 달라질 거다.. 등등.. 
아이와 관련된 수없는 질문

아니, 질타를 받을 때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부모들은 얼마나 가슴이 
미어질까 생각합니다. 

저희 부부야 대충 생기면 낳을게요. 
아직은 생각 없어요. 하고 넘기고 말지만 
불임부부들은 그때마다 가슴이 미어지고,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하게 쌓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가 카카오스토리를 하지 
않게 된 이유도 바로 아이 때문인데 
수도 없이 올라오는 똑같은 아이들의 
사진에 예의상이라도 예쁘다, 

씩씩하네.. 하고 댓글을 달아주면 
마치 기회라도 잡은 양, 너는 왜 안 갖니, 
어서 하나 낳아라, 이렇게 이쁘다 등등

그래서 하루는 신경질이 나서 
누가 봐도 싹수없는 글을 
싸지르고 탈퇴해 버리고 말았다지요. 

친구들 보라고 쓴 거라 지금 
찾아보니 생각보다 더 말투가 싹수없지만, 
그때는 거의 매일같이 아이를 
왜 안 갖냐고 묻는 사람들 때문에 
이보다 더한 글을 썼다 지우면서 
최대한 순화했던 기억이 납니다. 
  
의지대로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지만,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아이에 대해서는 함부로 질문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해서입니다. 

정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열에 두 셋은 계실 겁니다. 
  
제가 아는 부부도 불임인데, 
가장 힘들 때가 왜 애를 안 낳냐는 
질문을 받을 때라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아직은 계획이 없다. 
차차 낳겠다. 대답하셨는데 
시간이 좀 지나도 집요하게 묻는 
사람들이 있어서 불임이라고 
대답하셨답니다. 

그러니 그때부터 무슨 병자 취급하듯이 
보면서 어디 병원이 용하고, 
시험관은 어떻고, 양자는 어떻고, 
심지어는 씨받이 얘기를 하는
(진짜 그런 사람이 있다더라고요;;;) 

경우도 있더랍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해 없이 살려고 
한다고 대답하고 넘어가는데
이런 경우도 그냥 곱게 넘기진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사회야 벌써 40년을 가까이 
산 저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지금 이 글을 보고 넘기시는 분들도 
제 또래나, 저보다 어리신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어쩔 수 없지만, 
우리끼리라도 자녀 문제만큼은 
남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부부들끼리 선택할 수 있는, 

그들의 생각을 온전히 존중해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자녀 문제야말로 
가장 프라이빗 한 문제인데, 
엄청 보수적이고 유교사상에 절어있는 
한국사회에서 오히려 그 문제를 
공공연하게 강요하고 입에 올리는 건 
참 앞뒤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또 불현듯 스쳐가네요. 
 

어이쿠, 그냥 몇 분 정도만 
읽어 주시겠지 했는데..
그 자고 일어나니 되어 

있다는 톡이 되었네요.

내용이 막 긍정적인 내용도 아닌데
 
제 글의 요지는 간단합니다.
[아이 문제는 부부에게 맡겨라]입니다.

애를 왜 낳지 않느냐, 
애를 안 가지는 게 더 행복하다,
등등의 설전은 의미가 없고요.

댓글을 보니까 이미 자녀가 있는 분들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크시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아이를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고,
아픔을 겪으신 분들도 계시고요..

모두 모두 힘내시고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자녀와 관련된 질문은
정말 엄마들이나, 자녀가 없는 기혼 분들, 

결혼 예정이신 여자분들..
거의 여자들에게 집중포화되는군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왜 애를 안 가지냐는 
시어른들의 질문에는

남편에게 답을 미루는 게 
젤 좋다고 하네요. 
물론 그 자리엔 남편이 없어야겠죠?
사전 동의는 필수! ㅋㅋㅋ

"저는 빨리 갖고 싶은데요, 
그이가 자꾸 미루자고 하네요~"
정도가 제일 좋다고 하던데..

물론 장단점이 있지만 
혹시 필요하신 분께서는 
한 번 사용해 보세요.

제 친구는 이게 와방이라고 하더라고요.
 
대한민국의 모든 부부들이 

자녀와 관련된 질문에서 
자유로워지는 그날까지!
우리 서로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며 살아 보아요~!
 
다들 행복하세요!!





베플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외다.
남 이사 애를 안 낳든 못 낳든 
열을 낳든 백을 낳든 자기들이 
뭐라고 떠들어대는지...

어찌나 논리 정연하게 글을 
써놓으셨는지
공감백배하고 갑니다

베플
우리도 딩크족인데 사십 넘어가니까 
주위에서 더 난리... 혹시 불임이냐고
우리끼리 재미있게 산다는데 
뭐라고 그렇게 들 지껄여대는지

솔직히 애들 있는 집 부럽지가 않아요 
지금부터 허리띠 졸라매고 가리켜야지 
독립시켜야지... 가끔 사교육에 미친 
친구들 보면 어차피 그렇게 돌쳐 발라도 
잘 돼봤자 대기업 회사원밖에 더 되겠냐

차라리 그 돈이 모아서 나중에 
결혼시킬 때 집 한 체해주라고 싶어요
자기들끼리 지껄이다가 결론은 마음대로 
사는 게 부럽다고... 에효

남들 사는 만큼 재미나게 살다가 
나중에 손잡고 실버타운
들어가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