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 많은 예비 신랑, 파혼합니다 - 네이트판 레전드 썰
안녕하세요 3년 정도 연애하고 내년 봄에
식 올릴 예정이었던 평범한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전 파혼합니다.
물론. 이것 말고도 다른 자잘한 이유는 많지만
정말 솔직하게 말해서 식탐 문제가 제일 컸습니다.
다른 건 다 참아도 더럽고 치사하게
먹는 걸로 화나게 만드는 남자와 제 남은 삶을
함께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결국 일이 이렇게 됐네요.
아무튼 막상 글로 옮기려니 다 생각은
안 나지만 짤막 짤막하게 에피소드 전해드립니다.
1. 굽* 치킨 계란
굽*치킨 오리지널(?) 시키면
구운 계란이 한 개만 딸려 나옴
치킨 왔다~하고 손 씻으러 간사이
지가 까서 다쳐먹고 없음
이 새끼랑 사귀고 나서 굽*치킨
구운 계란 단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음
한 달에 한두 번꼴로 매달 시키는데도.
물론 그거부터 쳐드시고 바로 나머지
치킨을 지가 싹쓸이함
제 혼자 다 처먹고는 아 배부르다 배 안 불러?
배 터지겠다를 두어 번 반복함
이걸로 매달 싸움
2. 원할머* 보쌈 계란
보쌈 커플세트 자주 시켜 먹는데 비빔국수가
포함돼있음 비빔국수 역시 마찬가지로 안에
계란 반 조각이 딱 한 개 있음
포장지 뜯자마자 내가 섞을 게하고
섞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계란 지입에 쏙 처넣음
한 번은 나도 계란 좋아한다고 진짜 더럽고
치사해서 안 먹는다 하고 가방 싸 들고 집에 감
이후로 한 몇 번 계란 먼저 주는척하더니
다시 도돌이표 됨
3. 맥도 날* 세트메뉴
햄버거는 고이 모셔두고 감자튀김부터
무슨 전쟁 난 것처럼 다쳐먹음
두 손으로 잡아서 한 움큼씩 쥐고 먹음
몇 번 그러는 거 속으로 그래, 감자튀김
많이 먹으면 살찌니까 그냥 먹게 내버려 두자 하고
연애 초반 땐 넘겼음.
근데 이게 가면 갈수록
더 꼴 보기 싫고 짜증 나고 해서
감튀 나오면 내 것 따로 챙겨 둠.
근데 너 그거 다 먹을 수 있어?
배 안 불러? 다 못 먹음 나 줘~ ㅇㅈㄹ
너 요즘 따라 살찐 거 같은데
다이어트한다 하지 않았어?
이 말 듣다 듣다 짜증 나서 그냥 줌
4. 치즈 닭갈비
치즈 닭갈비 시켰는데 위에
치즈 있는 부분만 쏙쏙 골라 처먹음
하도 짜증 나서 야!!! 네 입만
치즈 처먹는 입이냐!!!!! 하고 그냥 나옴
웃긴 건 나중에 알았지만 난 집에
먼저 가고 지는 혼자 끝까지 처먹었다고 함
5. 스팸 들어간 김치찌개
김치찌개에 스팸 넣고 끓여줌.
예상했듯 스팸만 골라서 제 혼자 먼저 다 처먹음
난 스팸 딱한 조각 먹음. 한 통을 다 넣었는데.
6. 김밥 꽁다리(?)
참치김밥 치즈김밥 일반 김밥
한 줄씩 시키고 치즈 라볶이 시킴
돼지 새끼 처먹는 순서 ->
김밥 꽁다리(끝부분)만 지가 다 우걱우걱 처먹고,
치즈 라볶이에 치즈만 쏙 골라 먹고,
떡은 빼고 라면만 쏙 골라서 뻥 안치고
5분 만에 다 쳐드심
진짜 화났는데 아무 말 안 하고
난 그대로 김밥 세 줄 치즈 라볶이 시킴
이렇게 많은데 왜 또 시키냐고, 돈 아깝다고
ㅈㄹ하는거 네 입만 입이고 내 입은 입도 아니냐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가 쫓겨날뻔함
(김천 아주머니 죄송해요 ㅠㅠ)
7. 꼬막 무침
전 꼬막무침에 라면 자다가도
벌떡 깰 정도로 좋아함. 물론 그 돼지 새끼도
이 사실을 세상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
하루는 엄마가 오랜만에 꼬막 무침 해서
집으로 가져다 줌. 근데 그날 아파서
하루 종일 누워있었음.
병문안 온다해서 들여보내놓고
난 약 먹고 잠든 사이, 그 많은 꼬박 무침을
혼자 다쳐먹음. 나 그날 울었음.
꼬막 무침 자기가 사다 준다고 왜 그러냐고
아파서 그러냐고 날 미친년으로 몰아가는것같아서
헤어지자고 했지만 결국 다시 사귀었음
(내가 미쳤지 그날 끝냈어야 하는 건데)
8. 오징어 파전
오징어 파전에 오징어 있는
부분만 지가 다 골라 처먹음.
등등... 사건이 너무너무 많은데
다 기억이 안 나네요.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요.
연애 초반 때는 거의 다 그냥 넘겼어요.
진짜 좋게 생각해서 자동 다이어트
된다고 최면 걸었고요
특히나 첨엔 약간 장거리여서
밥같이 먹을 날도 많지 않았는데
사무실 옮기면서부터 저녁을 거의
매번 같이 먹거든요 주말 포함
진짜.. 더 이상은 못하겠네요
먹는 걸로 싸우는 거 자체도 웃기고,
매번 열 내야 하는 것도 사람 미칠 것 같고
더 큰 문제는 제가 화내면 절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그 뉘앙스에요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냐,
컨트롤이 안돼서 큰일이다 이런 식이에요
이거 땜에 감정 조절이 안돼요
같이 밥 먹을 시간 되면 가슴이 답답하고 토할 거 같고.
괜히 내 음식 지켜야 한단 생각에 심장이
두근두근해요 정말 농담 아니라
심각한 거 맞죠?
주변엔 이런 걸로 파혼한단 소리 못했어요
이거 당해본 사람만 알 거예요.
저 사실 계란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에요
계란은 물론이고
닭갈비 위 치즈 안 먹어도 돼요
근데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면
먼저 먹이고 싶고 챙기고 싶은 게
정상 아닌가요?
못 먹고 사는 시대는 지났잖아요
이걸로 대화도 많이 해봤고, 나 좀 챙겨주라,
내가 너를 챙겨주는 만큼은 바라지도 않는다
어른도 달래도 보고 부탁도 하고
사정도 하고 울고 불고도 해봤고 화도 내봤고
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마무리 짓죠?
이글 읽은 모든 분들 하는 일 다 잘 되시고
행복하시고 저처럼 돼지 새끼
안 만나 시기를 기원합니다
베플
난 쓰니 맘 이해함.
충분히 파혼 사유 되는 거고.
우리 친척 언니의 남편이 될뻔한 놈이
딱 저런 놈이었음
베플
여러분 에이설마 어떻게 사람이
저 정도로 추잡하게 저 많은걸 빨리 먹어?
글쓴이가 오버 보태서 말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 드시겠지만 저런 사람이 실제로 있습니다
오버 보탠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저렇게 ㅂㅅ같이
먹는 사람이 있어요
그게 극소수가 아니라 은근 많다는게 팩트입니다
베플
전에 아귀찜 때문에 파혼했다는
글을 읽은 적 있어요.. 본인은 안 먹겠다고 해서
소자 시키면 어느샌가 다 쳐묵쳐묵 하고,
그래서 또 참고 중자 시켜서 같이
먹자고 했더니 자긴 생각 없는데 낭비한다고
ㅈㄹㅈㄹ 해서 소자 시키면 또 한입만 하고
다 쳐묵쳐묵 해서 파혼했다는 글이었던 거 같은데ㅋㅋ
암튼 쓰니 맘 이해합니다.
그런 사소한 거에 기분 상하면 돌이키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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