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동생까지 사랑해주겠다는 예비신랑 - 네이트판 결시친 레전드 감동 사연 썰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신부입니다
어제오늘 자폐아 시누를 돌봐야 하는
새댁이야기를 읽고 남 일 같지 않아
생각이 많습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제 이야기를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막상 글을 쓰려니 어떤 것부터
적어내려가야 할지 모르겠군요
달달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면
예비신랑과 저는 직장에서 만나 소위
'첫눈에 반해' 정신 차려보니 지금까지
달려온 케이스입니다
친하지도 않았던 예비신랑이
네이트온으로 그것도 새벽에
"선생님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라고
물어봤을 때 떡이 먹고 싶었던 저는
"저 인절미요 방긋 아니다 개피떡이요
짱 아니 백설기 요 윙크 아니 인절미요 음흉"
그 다음날 빨개진 얼굴로 인절미
개피떡 백설기를 무식하게 몽땅 사 온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지금 까지 달려왔습니다
처음 보자마자 '이 여자랑 꼭 결혼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네요 고마운 일이죠
성격도 외모도 몸매도 뭐 하나 빼어나지
못한 저를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사랑한다
아껴주겠다 말해주는 예랑님이 감사할 뿐입니다
정말 고마운 내 사람입니다
하나 미안한 것이 있습니다 아니 사실 미안한 것이
아주 많은데 그중 가장 신경 쓰였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세 살 어린 자폐아 동생이었습니다
결혼은 연애하는 것과 다르게 이제 내
가족과 평생을 마주 봐야 하는 사람을
찾는 것인데 이 사람이 과연 내 동생을
이해해주고 아픔을 함께 나눠줄 수 있을까
내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이 사람에게 그런 아픔을 함께 나눠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
혼자 잠 못 들고 뒤척이던 날도 많았습니다
자폐아들은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천재성을 숨기고 있는 특출난 아이들이
아니라 냉정하게 말하자면 평생을 돌봐줘야
하는 자라지 않는 어린아이들입니다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일반 아이들도
잠시만 한눈팔면 잃어버리기 십상인데
우리 아이들은 잃어버리기라도 한다면
정말 찾을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 마트에서 잠깐 장 보는 사이에
동생이 없어져서 울면서 마트를 헤집고 다녔던걸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요
한때는 정말 죽어버렸으면 내 인생에서
사라졌으면 간절히 원했던 동생인데
막상 눈앞에서 없어지니까 왜 그렇게
눈물이 나고 미안하던지
우리 엄마 소원은 오래 사시는 것입니다
무병장수해서 나 혼자 좋은세상
잘 보고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꿈이 아니라
저한테 큰딸인 저한테 짐을 지우기 싫어 서랍니다
엄마랑 아버지랑 일찍 돌아가시고 나면
둘째 동생 돌보는 건 첫째인 네 몫일 텐데
어떻게 그 큰 짐 너한테 넘기고 가겠냐며
엄마 소원은 엄마가 조금
오래 살고 둘째 동생이 조금 적게 살아서
비슷한 날 같이 죽는 게 소원이라고 그래야
남아있는 나에게 미안하지 않다며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나네요 )
가끔은 깜깜합니다 저도 사람인데
저도 신랑이랑 우리 태어날 아가랑 부대끼며
잘 살고 싶죠 다른 평범한 형제들처럼 명절에
모여서 조카 이번에 무슨 대학 갔다며?
이번에 반에서 몇 등 했다며?
여자친구 생겼다며?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는 내 삶에서 동생과 함께
나의 약간의 자유를 포기하고 나의 약간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나의 약간의 경제적 여유를 포기하고
살아가야만 한다는 의무감은 때론
어깨를 무겁게도 합니다
그래도 제가 사랑하는 동생이니까
저는 잘 버티고 살 수 있을 자신이 있어요
문제는 신랑이었죠
어려웠어요 말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 사람이 나의 이런 내가 선택할 수 없었던
단점을 보고 너랑 결혼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할지라도 이해해야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내 동생은 23살짜리 잘생긴
남자앤데 실은 네 살도 안되는 아기나 마찬가지다
평생을 돌봐줘야 한다 부모님 살아계실 땐
걱정 없겠지만 엄마가 기력이 다하고 만약에
돌아가시게 된다면 큰 딸인 내가 돌봐야 한다
10년 동안 돌보게 될지 20년 동안
돌보게 될지 모른다 정말 힘든 일이 될 거다
당신에게 함부로 강요할 순 없다 선택은 오빠가 해라
예랑이에게 조금은 울먹이며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렵게
이야기를 꺼낸 나와는 다르게 예랑이는
너무 쉽게 대답했습니다
너한테 가족이면 나한테도 가족이라고
외동아들인 거 너무 외로워서 동생들 있었으면
한데 너랑 결혼하면 평생 없던 동생이 갑자기
둘이나 생긴다고 그거 너무 신나는 일이라고
정말 괜찮겠냐고 열 번은 물었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지금 당장 내가 좋으니까
대충 이야기하지말고 집에 가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다시 대답해달라고 했지만
대답은 같았습니다
내가 나이가 서른두 살인데 그런
미래도 생각 안 하고 대뜸 결혼하자고 하겠냐며
이미 머릿속에 어떻게 살지 다 생각해놨으니까
걱정 말고 따라오라는 남자친구 말에
집에 와 엄마에게 이야기하며 조금 울었네요
그전까지 예랑이를 조금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엄마도
그 마음 씀씀이에 반해 지금은 저보다도
더 예랑이를 아껴줍니다
그렇게 저희는 결혼합니다
앞서 말했듯 내가 선택할 수 없었던
나의 단점까지 안아주는 예비신랑을 만나
요즘 행복에 젖어 삽니다
저에게는 너무나도 과분한 사람입니다
장애를 가진 형제를 둔 가족들도
심리적인 '피해자'라고 합니다
피를 나눈 형제도 상처를 받고
불편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많습니다
하물며 이해하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혈육도 하기 힘든 일을 남이 쉽게 할 순 없겠죠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면
이 사람이 가진 모든 핸디캡도 감싸 안아야 한다
그것이 장애를 가진 가족이라 할지라도
그건 억지입니다 선택이겠죠
사랑하는 사람과의 평생을 위해 큰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것도 나름의 옳은 선택이고
소중한 단 한 번의 삶을 아픔과 고통 없이
행복하게 누리고자 길을 피해 가는 것도 옳은 선택이죠
입장 바꿔 내가 만약 예랑이의 입장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나와의 결혼을 콜!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정말 우리 예랑님 대단합니다
정말 저에게 미쳤나 봅니다
그래서 저도 더 잘해주고 싶습니다
예비 시어머니께서 그러셨다고 합니다
그래도 장애가진 가족 돌보는 거 쉬운 일 아니라고
너(예랑이)가 정말 많이 힘들 거라고 그렇게
예랑이에게 말씀했다고 합니다
예랑이가 그랬대요
그것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OO(저)이
사랑한다고 힘들 거 아는데 그래도
힘들어도 동생도 생기고 좋지 않냐고
멀쩡한 사람들도 사고 치고
돌아다니면 힘든 건 마찬가지라며
그렇게 어머님께이야기 드렸고 예비 시어머니도
정말 감사하게도 예랑이 선택이 현명할 거라고
믿는다고 우리 아들 한 번도 잘못된
선택한 적 없으니 이번에도 믿는다는 듯이
그렇게 한 번에 결혼 승낙해주셨어요
예랑이도 예랑이지만 시어머님도 정말 말할
수 없을만큼 가슴이 따뜻하신 분이라
저 정말 복받았나 봅니다
뭐 결국 예랑이 자랑이 되어버린 글이지만
그냥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동생을 둔 그리고
이번에 결혼하게 되는 처자로써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사랑을 키워나갈 같은
이들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싶었습니다
장애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편견도 두렵겠지만 그걸 부끄러워하는
당사자와 가족들의 마음도 마이너스효과를
가지고 오는 듯합니다
감히 제가 어찌 모든 걸 다 알겠습니까
모두들 힘들고 지치겠지만 제가 자폐증 동생을
선택할 수 없었던 것처럼 우리 어머니가 평범한
아들을 선택할 수 없었던 것처럼
제 동생도 선택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정작 제일 답답한 것은 스스로
갇혀있는 동생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제가 이렇게 힘들다 지친다를 논하는 것이
정말 우습기도 하지만 그저 모두들 좋은
방향으로 일들이 풀리시길 바랍니다
보다 많이 사랑하시면서 예쁜 삶을 사세요
쓸데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맞아요 비교할 수 없습니다
비교하고자 올린 글도 아닙니다
하지만 저의 의도와 상관없이 기분이
언짢으셨다면 죄송합니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습니다
저도 그 새댁 언니의 마음이 돼어 보지 않았으니
어떻게 감히 좋다 나쁘다를 알 수 있겠습니까
똑같은 크기는 아니지만 비슷한 크기만큼
아팠을 것이라고 그저 생각해봅니다
제 글에 상처받는 사람이 부디 없길 바라고
또 부족하지만 글을 읽어보시면서 그냥 어는
어느 아무개의 삶의 모습은 이렇구나
그냥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근거 없는 욕설과 비난 힐책이 난무하는
네이트 판이지만 가끔은 세상 사는 따뜻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거잖아요
모두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베플
좋은 남자 만나셨네요 저도 자폐성
장애 동생을 둔 대학생입니다 저도 님처럼
좋은 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꼭 제가 성공해야
시집갈 때 막말로 꿀리지 않는다는 소리 수도
없이 들으면서 컸고 남자 친구를 사귀어 가면서
나중에 결혼을 할 나이가 된다면
내 남자 친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해보곤 해요
그런데 글쓴이님 동생을 그저 하나부터 열까지
돌보아야 한다고만 은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있고
제 동생의 경우를 보아도 자폐성 장애의 경우
발견되지 않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동생분에게도 그런 잠재력이 있을거구요
힘들지만 자폐성 장애인들도 오랜 시간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자립할 수 있잖아요
동생분을 너무 돌봐야 한다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잘 가르쳐주세요
어쨌든 저도 님처럼 제 동생까지
사랑해줄 수 있는 남자 만났으면 좋겠네요
행복한 결혼생활 되시길 바랄게요!
베플
평생을 함께 하실 좋은분 만나신 거 축하드려요
하지만 글 쓴 님께서 언급하신 시누이가 자폐아인
그분의 사연은 글 쓴 님과는 많이 다른 상황이네요
글쓴이님이 친남매인 경우인데다
그 사연의 시부모하고 글쓴이님의 부모님하고는
생각하는 게 천치 차이네요 여하튼 괜히 상황 다르고
여건 다른 두 가지 사연이 비교되지 않았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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