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아내가 먹는게 아깝나요? - 네이트판 쓰레기 남편 레전드 썰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 중-고등학교 동창을 만났어요
이 친구가 어떤 친구냐면 고등학교 때
가끔 도시락을 싸오는 날이 있었는데
제가 사정이 있어 안 싸올 때마다 같이 먹자고
해준 친구이고 중학교 땐 엄마가 안 계셔서
소풍 때 내가 직접 싼 못난이 김밥이
부끄러워 숨길 때 자기 밥과 바꿔 먹자고
해준 그런 친구예요
그 외에도 잘 챙겨줬지만
특히 음식에 대해서 많이 고마운 친구예요
결혼식 이후에 친구의 사정으로 연락이
잠깐 뜸했었는데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더라고요
남편과 둘이 산책 나온 거 같았어요
배가 볼록해서 혹시 하고
물어보니 임신 4개월이라네요
오랜만에 만난 데다가 임신 소식까지
들으니 제가 괜히 좋아서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그냥 보내기가 그래서 뭐 먹고 싶냐고
내가 다 사주겠다 하니 남편 눈치 한번 보다가
샤부샤부가 먹고 싶다 하더라고요
남편 빼고 먹기가 미안해서 그런가
싶어서 남편에게도 간단히 인사하고
괜찮으면 저녁을 살 테니 같이 샤부샤부
먹으러 가실래요 했더니 바로 오케이 하더라고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인데다가 임신까지
했다니 더 챙겨주고 싶어서 친구
앞접시에다 막 퍼줬어요
이때 좀 마음이 아팠던 게
계속 남편 눈치를 보는 거예요
남편은 친구랑 제 눈치 전혀 안 보고 고기만
쏙쏙 골라 먹고 따로 보는 건 처음 보는 건데도
왜 이리 밉고 얄미운지 그래서 저도 일부러
더 친구 앞접시에 퍼날랐어요
이때가 저녁 7시 다 돼가는 시간인데
저녁을 안 먹었는지 친구도
허겁지겁 먹더라고요
그렇게 두 사람 먹는 걸 보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 남편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고기가 없네 네가 다 먹어서 그렇잖아
친구가 어색하게
웃으며 젓갈락 슬쩍 내리더라고요
화나서 한마디 하려는데 친구 눈빛이
그러지 말라는 듯해서 참았어요
저게 임신한 아내한테 할 말인가요?
나 같음 나 먹는 거까지 덜어서
아내 줄 거 같은데 싶더라고요
그 와중에 고기까지 추가해서 처먹곤
잘 먹었다고 웃는 친구 남편을 보자
너무 화가 나서 표정관리가 안 됐어요
내가 너 같은 놈 먹이려고
데려온 줄 아냐?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꽉꽉 올라오는데 친구 얼굴 보고 참았네요
화장실 가는 친구 따라가서 지갑에
현금 10만 원 쥐여주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참지 말고 먹어라 그리고 무슨 일 생기면
꼭 전화하고 먹고 싶은 게 생기면 전화하고
심심하면 전화하고 힘들 때 꼭 전화해라
하며 어깨 토닥이지 그제야 엉엉 울더라고요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친구
남편이 왜 안 나오냐는 전화가 와서
급하게 눈물 닦고 보냈는데 왜 이리 마음이
짠하고 안 좋은지 결혼식 땐 남편이 듬직해 보이고
친구를 지켜줄 거 같고 그랬는데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네요
친구 남편이
한 말이 머리에 맴도는 거 같아요
타박하듯이 네가 다 먹어서
고기가 없다는 말 임신한 아내가
먹는 게 그리 아까울까요?
어차피 지가 사는것도 아니고 내가
사는 건데 지가 살 땐 얼마나 눈치를 줄까
그래서 친구가 저렇게 마른 건가 싶어서
또 눈물이 핑 ㅠㅠ
집에 잘 들어갔다는
친구 문자를 한참이나 보다가
출근길에 생각나서 여러분 생각은
어떤지 한번 글 써봐요
임신한 아내가 먹는 게 아까운 남편분들
그럼 대체 왜 결혼하신 거예요?
종종 이런 글이 보이더라고요
아내가 먹는 거 아까워하고 자식이 먹는 거
아까워하는 보통 아내나 엄마는 안 그러던데
남편과 아빠는 자기 가족이 먹는 걸
아까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참 무서워서 결혼 못하겠어요 안 그런가요?
베플
황당 황당 봉황당 우리가 첫아이 임신했을때
하던 사업이 폭만으로 치닫는 중이었음
하루하루 고단하고 힘들고 불러오는 배를
보며 마당에서 혼자 밤마다 울었음
와이프가 입덧이 좀 심해서 뭐라도
먹여야겠는데 딱히 먹고 싶은 게 없다는 거임
내가 돈 없는 거 알아서 그랬던 건지 진짜
없었던 건지 아직도 사실은 모름
그러다가 참고로 미국산
wholefood라는 좀 비싼 마켓인데
임신 비타민 사러 갔다가 제주산
한라봉이 있었음
1파운드에 $14 99였음
(오렌지가 쌀 때는 5파운드에 $1 임)
그걸 보고 배시시 웃는 와이프를 봄 당근
먹고 싶어 하는 눈치였음
5개를 골랐음 한라봉만 $68(7만 원)
정도 가격이 나옴 카드가 안됨
비타민을 뺄 수는 없고 해서
한라봉 2개를 빼고 계산하니 카드 결제가 됨
차에 타자마자 하나를 까서 먹임 너무 맛있다고
나도 하나 먹어보라 하는데 도저히 못 먹겠는 거임
목이 메고(글 쓰는 지금도 나 눈물 고이네)
암튼 매일 막 열 개씩 사서 먹이고 싶고
한라봉으로 목욕을 시켜주고 싶었지만
형편이 안 좋아서 출산 때까지 3번 정도
조금씩 사다 먹였음
출산 후 형편이 급좋아져서 둘째도
생기고 먹고 싶은 거 안 먹고 싶은거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건 전부 사다 바침
나만 살찜 둘째 출산까지 서로
배가 비슷하게 나옴
지금은 가끔 둘이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암튼 와이프는 그때 나의
진심을 보았다고 이야기함
결혼 후 잘 나가던 사업이 힘들어지고
첫아이 임신 후 폭 망했을 때 애 지우고
도망갈 생각까지 했었는데 그런 모습 때문에
평생 굶어도 같이 굶자는 결심을 했다고 함
친구가 쓰니 한 테 보인 모습이나
지금 쓰니가 친구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마음이 아련하게 아픈 애틋 뭐 아려오지만
또 한편으로 아름다운 것 같아서
(남편 이야기 빼고) 나의 옛 추억을 적어봄
정말 그럴 생각이 나 용기는
0 이였지만 죽어버릴 생각도 했음
그래서 나중에 와이프의 심정을 들었을 때
백번 이해했고 또 얼마나 아팠을까 미안했음
내가 그 아픔을 알기에 아이를 뱃속에 품은
와이프의 더 큰 아픔에 엄청 미안했음
당시 정말 어려웠지만
둘 다 서로 오히려 더 웃으려고 노력했고
싫은 소리 안 하려고 서로 탓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더 많음
넘치도록 돈이 있다가 땅을 파도
없을 정도까지 가본 사람들은
내 말을 이해할 거 같음
지금은 다 회복하고 부족함 없이 살지만
예전처럼 자만 또 교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음
베플
저런 새끼가 결혼해서
애까지 싸지른다는 게 정말 화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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