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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썰/임신 & 육아

출산 후 내가 없어진 기분입니다. 출산 후 우울증 - 네이트판 레전드 육아 썰

출산 후 내가 없어진 기분입니다. 출산 후 우울증 - 네이트판 레전드 육아 썰






내가 엄마 아빠를 떠나 한 남자의 
와이프가 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경험을 하니  아기를 탄생시킨 대가로 
나라는 사람이 죽었다는 말이 
가장 들어맞는 거 같아요. 

육아 힘들죠. 육아보다 
힘든 건 잃어버린 자유와 낯선 내 생활입니다. 

아내로서의 인생은 소꿉놀이마냥 
할만했지만 엄마로서의 인생은 포기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아요. 

오늘 이것을 포기하면 내일은 저것을 
또 포기해야 하더라고요. 그거도 정말 사소한 
포기에 힘이 빠져요.

커리어에 대한 포기 같은 큼직한 것들엔 
좌절감이 덜한데요. 혼자 침대에서 몸부림 맘껏 치며 
자는 것, 티브이 보며 여유롭게 밥 먹는 것, 

욕조 안에 들어가 노래 흥얼거리며 목욕하는 것,
허리 아플 때까지 늦잠 자는 것, 귀에 이어폰 끼고 
풍경 구경하며 걷거나 또각또각 힐 소리 들으며 걷는 것.

영화나 드라마 집중하며 보는 것.
이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을 이제
저는 할 수가 없어요.  

집안일 자체도 아기 없을땐 즐거웠는데 
애 보면서 청소한고 설거지하고 요리하니까 
진짜 너무 힘드네요 그 생활이 1년이 지속됐어요. 

어릴 때 귓등으로 듣던 엄마 잔소리와 뻔하디 
뻔한 선생님 잔소리처럼 엄마는 쉽게 되는 게 
아니다 육아 정말 힘들다 등등의 조언들도 
살짝 겁만 먹었을 뿐 출산이란 것에 대해 

크게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아서였을까요.
정말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 이렇게 마음의 여유가 생겨 
지껄일 수 있는 건  포기란 게 
이미 몸에 익어서 이겠지요. 

가장 먼저 가장 가까운 사람 신랑의 
생활과 내 생활이 비교가 되네요. 

신랑은 총각 때처럼 돈을 법니다.
회식도 가고 친구들과 술도 한 잔씩 하고 
엄마 대신 와이프가 차려주는 밥을 먹습니다.

엄마가 해주던 청소와 빨래는 와이프가 
해주고 달라진 거라곤 본인의 돈을 와이프와 
함께 쓰는 것 정도 부럽습니다.  

난 임신 때부터 출산한지 1년째니 
2년간 그 좋아하던 술자리도 끊었고 
아기 때문에 모임 자리는 엄두도 못내요.

맡길 사람이 있다면 말이 틀려졌을까요? 
혼자 목욕탕도 한번 못 가봤어요. 
오로지 나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 

아기를 재운 후 밤 11시 내일을 위해 
자야 하는데 아까워서 못 자겠어요. 

칭얼대는 아기 탓에 폰도 제대로 
못 보니까 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 밤 시간이 왜 이리 행복하고 간절한지
아플까 봐 겁이 나요. 조퇴란 게 없으니까요.

엄마는 아프면 안 된다는 말이 
뼈저리게 와 닿아요. 

내 밥은 굶어도 아기는 굶길 수 없어 아픈 몸을 
질질 끌고 삼시 세끼를 차려내죠. 
쉬는 날이 없으니 불금 불토도 남의 얘기죠.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단 사실을 받아들일 때 
잠시 우울증 이 왔던 거 같아요.
그게 산후 우울증이라고 하나 봐요.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많이 놀아둘걸
더 꾸미고 뭔가에 더 집중해볼걸 배우고 싶은 거 
맘껏 공부하고 나에 대해 투자도 좀 팍팍해보고 
철없단 소리도 들을 정도로 행동해볼걸

더 많이 어리광 부리고 더 많이 화도 내보고 
더 많이 잠도 자볼걸 이젠 맘껏 울지도 못해요.
내 우는 모습을 보면  아기가 따라우니까요. 

화도 못내요. 아기가 겁을 내니까요. 

아기 데리고 식당엘 가면 소란 피울까 
눈치 보이고 엄마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아기가 학교를 들어가고 내 손을 
좀 벗어날 때쯤엔 찬란했던 내 젊음과 
산뜻했던 외모는 시들어있겠죠? 

그땐 하이힐을 신고 머리를 하고 
맘껏 꾸며도 어머님이겠죠.

그냥 진짜 그냥 갑자기 문득 여러 가지 
생각에 마음이  울적해져서 적었네요. 







베플 
제가 그런 착각을 하고 살았어요 
나만 힘들게 육아하고 집안일하고 돈도 못 벌고 
내 맘대로 돈 못쓴다고. 근데 아니더군요 

남편은 청년일 때보다 더 애절한 마음으로 
출근을 하고 가기 싫은 회식에 흠 잡힐까 봐 
억지로 가고 내가 벌었다고 독단적으로 
돈 사용해본 적 없고 집에 와서 처자식 나 몰라라 하고 
혼자만 즐긴 적도 없었어요 

쉬는 날이면 친구 만나고 오라고 아이 봐주기도 하고 
내가 해볼 테니 가서 자고 오라고 해주고 나랑 
아이 집에서만 있으면 답답할까 봐 나들이 갈만한 곳 
검색하고 내가 엄마가 됨으로써 포기한 만큼 
남편도 포기한 게 많더라고요 

그리고 아, 내가 집에서 아이 보랴 집안일하랴 
힘든 만큼 남편은 놀다 들어오는 게 아니었지
나보다 힘들면 더 힘들었지 더 편히 있다 
오진 않았어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베플 
님이 쓴 글이 왜 이리 와 닿는지
다 자는 시간에 아기 엄마들만 
핸드폰으로 들락날락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