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 임산부 4KG 순산후기 - 네이트판 레전드 출산후기 썰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드디어 출산 후기를 써보네요
임신 기간 내내 하루에 하나씩 출산 후기
읽으면서 두려움에 떨었었는데
저도 무사히 출산을 했어요.
막연히 공포감에 떠는 것보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난 뒤에 출산을
겪는 게 전 더 괜찮더라고요.
제 후기가 여러분께 도움이
되실까 해서 적어드릴게요
나는 출산 하루 전 날까지도 출근을 했음.
남편이 오후 2시에 출근하는 직장이어서,
매일 아침 간식 도시락도 싸주며
나를 출근시켜주었음.
출근해서 일하고 오후 6시 칼퇴근하면
택시를 타고 집에 귀가함.
임산부 체조나 호흡법 그런 건
배울 시간이 없었음.
대신 출근을 했으니깐 오전 오후
주로 앉아있었고 간간이 왔다갔다
걸어 다녔다고 보면 됨.
주말엔 마트를 꼬박꼬박 갔으니
한 시간 정도 걸은 게 되겠군
8개월 무렵에 계단에서 구른 적이 있었는데
조산기가 보여 입원해서 라보파
(자궁수축 억제 수액)를 맞았음.
다행히 무사히 퇴원했지만 아기가
일찍 나와서 인큐베이터에 드갈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낀 뒤 남편과 함께 그때부터
과일즙부터 해서 아기 키운다는 음식을
많이 많이 먹기 시작
당시 1.8킬로였던 아기가
그 뒤로 쑥쑥 자라기 시작했음.
혹시나 빨리 나올까 싶어서 정말 열심히 먹었음
하지만 출산 예정일에 다가올수록
아기가 나올 생각이 없어 보임
출산 예정일 이 주일 전 첫 산부인과 내진을 함.
내 경우는 자궁경부가
10% 정도 열려있다고 했었음.
그날 저녁부터 갈색 혈예 보이기 시작했고
그 뒤로 냉처럼 갈색 젤리가 나왔음.
이것이 이슬인가 이슬을 보면 며칠 안에
출산을 한다는 글을 읽었기 때문에
긴장을 하기 시작함.
하지만 며칠의 시간이 지나도 매일매일
약간의 이슬은 보였지만 큰 진통은 없었음
평소와 똑같이 출근을 하고 일을 했음
갈색 피 젤리와 함께하던 일주일째 되는 날
9월 18일 새벽 소변이 마려워
비몽사몽간에 화장실에 갔는데
뭔가 축축한 느낌이 있는 것임.
헐 남편을 고함쳐서 불렀음
"오빠! 이리 와서 이것 좀 봐! 빨리!"
임산부 팬티가 마치 생리량이 많았던 날처럼
갈색 피로 흥건히 다 젖어있었고 나중에
보니 침대 보도 조금 적셨음.
그때가 새벽 6시. 바로 6층의 동생에게 전화함.
엄마도 한 달 전부터 동생 집에 오셔서 조카를
봐주시며 대기 중이셨는데 부랴부랴 올라오심.
출산 가방은 미리 싸놨었기 때문에
남편이 출산 트렁크를 꺼내고
이것저것 준비하기 시작함.
배가 딱히 아프지는 않았지만 왠지 느낌이 왔음.
그날이 온 것인가! 그 와중에 엄마는 고기 먹고
가야 된다고 갈비 재워놓은 것을 구워서
밥이랑 볶아주심.
한 그릇 먹고 씻고 준비하고
9시 병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산부인과에 갔음.
초음파를 보니 우리 아기는 이미 너무 커진 상황
초음파 상으로도 3.92킬로
사실 동생도 유도 분만하고
엄청 고생하다가 결국 수술을 했었고
엄마도 수술로 우리를 낳았기 때문에
의사선생님에게 말했음.
선생님 안될 것 같으면 그냥 수술을 할게요..
그러자 담당 선생님이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일단 시도는 해보자고 나도 너를 생고생
시킬 생각은 없다고 말씀하심
집에 가서 잘 챙겨 먹고 오후 8시에
입원하고 유도 분반하자고 하셨음.
집으로 돌아오면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함.
오늘 입원하니깐 내일 아기를 낳게 될 거라서
출근 힘들 것 같다고 직장에도 말해놓고
친구들한테도 연락해놓았음.
남편도 며칠 휴가를 받아서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같이 케이크랑
딸기 빙수를 사 먹고 오후에 집에 들어가서
한숨 푹 잠. 저녁엔 동생이 뭐 먹고 싶냐고 물었음
탱탱한 삼겹살!
진짜 맛있었음. 6시쯤 저녁밥으로
오동통한 생 삼겹살을 노릇노릇 구워 폭풍
흡입하고 준비물을 챙겨서 병원으로 출발함
8시 도착. 분만실로 갔음.
가족분만실을 바로 줬음.
동생이랑 엄마는 내일 아침에 오라하고
돌려보내고 남편과 둘이 남음.
가족분만실은 생각보다 쾌적함.
방도 컸고 화장실도 따로 있고
앞에 대형 벽걸이 티브이도 걸려잇고
옆에 소파도 있어서 남편도 누워 잘 수 있고
간호사가 들어와서 남편 보고 나가있으라고 함.
-내진할게요
내진은 임신 초기 질 초음파 하듯이
초음파 기계 대신 비닐장갑을 낀 손가락을
질에 넣어 자궁입구의 열린 정도를 측정해 보는 것임
수많은 출산 후기를 읽었을 때
다들 내진할 때 엄청 굴욕적으로 아팠다고
하지만 여기는 의사선생님도 간호사도 친절했고
내 경우는 참을만 했음.
간호사가 침대 아랬쪽에 앉아서 내 양쪽
다리를 무릎을 구부린 채 벌리게 한 후
안심시키면서 말했음
-그냥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
하고 힘을 쫙 빼세요. 몸이 힘이
다 풀려야지 그게 훨씬 편해요
이제 시작할게요
손가락이 들어오자 엄청
불편한 감은 있지만 참을만 했음.
간호사가 놀라운 표정으로 골반이
정말 좋다고 칭찬
궁금했음 손가락만 넣어서
골반뼈를 어떻게 알지?
-안 아프세요? 정말 안 아프세요?
30프로나 진행이 되어 있어요.
안 아프세요? 배가 어떠세요?
헐
30프로라니 배가 별로(??) 안 아픔
음.. 그러니까 그게 안 아픈 건 아니고
적당히 아픈 정도가 참을만함.
항상 일을 했으니까 배는 많이 땅기고
콱 쪼이는 느낌이 자주 있고 애가 커서
그런지 너무 무거웠지만
아파 죽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간호사가 나가고 다른 간호사가와서
제모와 관장을 했음.
제모도 굴욕이라고 했지만
그럭저럭 참을만했으면 하지만
관장은 좀 심각했음
막달에 너무 변비가 심했고 엄청 먹어
댄 것에 비해서 변의 양이 적어서
관장할 때 물었음
-몇 분 참아야 되나요
-3분 정도 참으세요.
후기들을 읽어보면 막 10분 넘게도
참으셨다는데 난 인내의 한계를 느끼고
4분 만에 화장실에 감
그렇지만 엄청 시원한 느낌을 못 느껴서
간호사가 왔을 때 다시 물었음
-저는 변비가 너무 심했고 4분밖에
못 참아서 관장 한번 더하면 안 되나요?
-그 정도면 충분해요 안 하셔도 됩니다.
그렇게 간호사가 나가고 조금 있다가
의사 선생님이 간호사와 함께 들어와서
무통 시술을 했음.
막연히 아프지 않을까 하고 너무
긴장하고 있었는데 같이 온 간호사가
정말 친절하게 과정 하나하나 미리 설명해주고
겁을 먹지 않게 해주었음.
배가 너무 큰 관계로 새우 자세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간호사가 침대 위로 올라와서
나의 머리와 다리가 만날 수 있게 웅크리는 걸
온 힘으로 도와줌.
내 몸집이 너무 큰 게 미안했음
그러면서 안심시키며 설명해줌
-마취주사 먼저 놓을 거라서 무통시술이
고통은 거의 없어요. 마취주사 들어갈 때
바늘 따끔한 정도 있고 그 뒤엔 시술하면서
약간 싸한 느낌 들 거예요. 겁먹지 않으셔도 돼요.
엉덩이 위쪽 아래 허리 쪽에 시술을
할 건데 실처럼 가느다란 관을 연결해서
앞쪽 어깨로 빼드릴꺼에요.
똑바로 누우셔도 거의 관의 느낌이
없기 때문에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바로 누워서 주무실 수 있어요.
간호사 말대로 마취주사 때 조금 따끔하고
그 뒤엔 참을만 했음. 의사선생님이 살 너무
쪄서 척추뼈가 잘 안 느껴진다고 재차 구박함
시술 잘 안될 수도 있다고 부끄러웠음.
의사선생님도 재차 물어봄
배 안 아팠냐고 느낌이 어떻냐고.
아직 쪼이는 정도는 있지만 크게
아프지 않다고 말함.
아마도 내가 진통에 좀 무딘 체질인 것
같다고 설명해주고 나가심.
내진 제모 관장 무통 시술이
끝나고 남편이 들어옴.
유도 분만은 내일 새벽 5시에 할 거라고 했음.
오늘 밤 11시 이후로는 금식하라고
10시 50분에 복숭아 하나를 깎아먹고
남편과 함께 잠이 듦.. 편안하게 잠을 잤음
9월 19일 새벽 5시. 어젯밤에 내진을 했던
간호사가 들어와서 다시 한번
내진을 해보겠다고 함.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음.
어젯밤 이후로 조금도 진행이 되지 않았다고
사실 어젯밤에 입원 당시 이미 나의 자궁경부가
3~4센티 정도 열려있었기 때문에 밤사이
내가 진통을 할 줄 알았다고 함.
그래서 무통도 오늘 새벽에 시술하고
촉진제도 같이 맞으려고 했는데 친절한
간호 가사 밤에 아플걸 대비해서 미리 무통을
시술을 해주었다고 함 그리고는 나에게 말했음
-산모님 제가 도와드릴게요.
내진 마사지를 해드릴게요.
무통주사도 지금 시작할게요
무통을 시작한다는 말에 겁이 덜컥 남.
수많은 후기에서 배에서 기차가 지나갈 때 무통을
맞아야 살 수 있다는데 나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미리 맞으면 어쩌지 하고
사실 난 겁도 많고 엄살이 엄청 심한 편임
간호사는 이미 40프로나 진행이
되었는데 고통을 참을 필요가 없다며
무통을 시작함. 주사약을 투여하고
똥구멍에 힘을 줘보라고 힘이 잘 안 들어가지면
마취가 된 것이니 마사지를 하겠다고 함.
곧이어 간호사가 다시 들어왔고
뒤에 이어지는 내진 마사지는 정말 깜놀했음.
단순히 손가락을 넣었다가 빼는 내진이 아님.
손을 넣어서 몸속 깊은 곳을 막 휘젓고
주무르는 참을 수 없는 불쾌한 느낌.
한 20분 정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함.
으으~~ 하는 신음소리가 절로 나옴.
하지만 그것 역시 참을만 했음.
마취 효과도 있었고.
내진 마사지가 끝나고 남편이 들어옴.
같이 손을 꽉 잡고 옆에 있었음.
마사지를 하고 나니 배가 싸리 싸리 하게
아파지기 시작함.
생리통 정말 심한 날 한 두어 배 정도
아팠지만 고함을 지르거나
그럴 정도는 아니었음.
남편에게도 말했었음
배 아프다 이제 진짜 시작되는 가보다.
후기들을 보니까 이렇게 아프기 시작하다가
진짜 기차가 배를 밟고 가야지 애가 나온다는데
기차에 밟힐 생각을 하니 겁이 덜컥 남.
그때였음. 배에 계속 태동기를
달고 있었는데 아기 심박수가 뚝뚝 떨어짐.
어느 수치 이상으로 떨어지니깐 기계에서
삐삐삐 하고 경고 소리가 남.
간호사들이 들어왔고 한 명이 조금
지켜보자 하고는 산소 호흡기를 꺼내서
머리에 씌워줌.
그냥 숨 쉬는게 더 편해서 벗고 싶었지만
간호사 말이 산소는 산모님이 아니고 아기한테
가는 거니까 계속 크고 깊게 숨을 들이마셔서
아가한테 산소를 주라고 함.
보니까 이게 배가 콱 쪼이는 느낌이 올 때마다
진통 그래프가 올라가고 아기 심박수는
떨어지고 있었음. 호흡을 열심히 마시니깐
아기 심박수는 그럭저럭 다시 올라갔음.
그렇게 두 시간 정도 보낸 듯.
7시 반쯤 돼서 남편이 엄청 걱정스럽게 물었음.
-아파? 많이 아파??
-응. 근데 엄청 죽을 만큼은 아니야.
이게 시작인 거 같은데 코니(태명임) 심박수
너무 떨어지고 힘들어한다. 어젯밤에도 진행 1%도
안됐다는데..아기 잘못되면 어쩌노 의사선생님
이따가 9시에 출근하면 그냥 아기 힘드니깐
상태 보고 수술해달라고 하자.
출산 전부터 출산시 아기가 산모의
4배 이상의 고통을 당한다고 위험하면
수술하자고 했던 터라 내 말에 동의함.
태아 심박수 떨어지고 태동 기계에서 소리 나고
하니깐 아기 잘못될까 봐 너무 무서웠음.
기다렸다가 간호사가 들어오길래
우리 생각을 말했음. 아침이 되니깐 어제 새벽
간호사들은 퇴근했는지 다른 간호사들이 들어옴.
진행 상태 본다고 내진을 한번
해본다기에 알겠다고 함. 8시쯤 되었을 것임
산모님 지금 진행이 100%다 되었네요
10센티 다 열렸어요
헐??
잘못 들은 줄 알고 재차 물음.
- 다 열렸다고요??
오빠와 나는 놀라서 서로 얼굴을 보고 뻥찜
아직 기차가 안 지나갔는데 그 뒤로 간호사들이
계속 들어와서 내진하고 아기 위치를
확인하기 시작했음.
아기가 큰 데다가 아직 한참 위에
있다고 함. 어젯밤까지는 열리는 게 문제였는데
이제 갑자기 다 열렸다고 하더니 아기가 끼여서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함 ㅠ.ㅠ
나이가 많아 보이는 간호사님이 들어옴.
표정이 안 좋았음 힘을 줘보라고 함.
어디에 어떻게 힘을 주는지
후기에서 읽었던 똥누는 느낌을
떠올리고 힘들 빡줌.
한 서너 번 주니까 간호사님의 표정이
조금 괜찮아지며 내려온다 내려온다 하고
희망의 미소를 지으심
그 뒤에 힘주고 있으라고 말하고 나감
잠시 뒤에 두 명의 다른 간호사가 들어와서
힘주는 방법을 설명해줌.
일단 누워서 고개를 들음.
무릎을 굽히고 다리를 최대한
양쪽으로 벌린 뒤(골반이 쫙 벌어지도록)에
손으로 발목 근처를 잡음.
몸이 마치 그릇처럼 되는 모양임.
아랫배에 똥누듯이 힘을 주기 시작함.
우리 아기가 효자라서 그런지
잘 내려오는 모양.
간호사들이 내려온다!! 잘했어요!!
내려온다!! 하고 계속 응원을 북돋아줌..
조금 뒤 다른 간호사가 들어와서 아기가
너무 크니깐 배를 눌러준다고 함.
진짜 지금 생각해봐도
그게 제일 아팠음. 욕 나옴
침대 위로 한 명이 올라와서 주먹을 쥐고
내 배를 온몸으로 누름. 아기가 있는
자궁은 위험하니까 그 위에 갈비뼈 사이
명치 쪽을 진짜 콱 누르는데 다친다고 배에
힘을 꽉 주라고 말했음
힘 빠지면 다친다고 그냥 느낌이지만
윗배가 등에 붙을 것만 같았음.
헉 소리와 비명이 절로 터져 나옴
3~4차례 밀기가 지나가고 간호사들이
나가면서 수축이 올 때마다 힘주기를
혼자 하고 있으라고 했음.
수축이 안 와서 배가 안 아플 때는
기운 빠지니깐 쉬어라고 말해줌
힘주기 연습을 시작한 뒤 한 시간쯤 뒤
9시쯤 엄마와 동생이 도착함.
평일이라 제부는 출근함.
초주검이 되어있을 거란
예상이 빗나간 엄마와 동생이 깜놀함.
내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혼자서 침착하게
끙 하며 힘주기 연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이만큼 진행이 됐는데 수술을 하게 되면
절대 안된다는 생각이 엄청 들었음.
지금 이 순간 힘주기를 잘하면
잘 끝날 것 같은 예감도 있었음.
쪼이는 느낌이 오는 것도 아까보다
고통은 없었고 오히려 힘을 주니까
배가 좀 편안해지는 이상한 느낌이 듦
잠시 뒤 오전 9시 30분쯤.. 담당 의사선생님 도착.
진짜 장화 같은 걸 신고 앞치마를 입고 나타남.
어제 아침에도 만났는데 오늘 아침에
또 만나는구나.. 그 생각이 듦
남편 엄마 동생 모두 병실밖에 나가있게 됨.
그 와중에 간호사에게 부탁함.
출산하고 탯줄 자를 때 남편이 밑을 못 보게 해주세요
알겠다고 대답했고 곧이어
침대가 변신을 시작함.
그리고 하반신에 초록색 표를 덮어서
부끄러움을 좀 줄여주었음. 아까 밀어내기
해주던 간호사가 올라와서 밀어내기 한두 번 더함.
배를 누르는 게 너무 아파서 신음이 터져 나옴.
밖에서는 내가 힘준다고 아팠는지 알았다고 했음.
잠시 뒤 힘을 계속 주라고 함. 숨을 참고 계속 힘을 줬음
의사가 고함침
아기 어깨 걸렸다 힘줘라 빨리 힘!!
힘줘야 대 빨리!!
어깨!! 어깨!! 어깨!!
다들 힘을 외침. 의사선생님이 고함치니
왠지 겁이 남 더 세게 힘을 빡줌 ㅠ
-턱
커다란 아기가 내 가슴팎에 올려짐.
3.97kg. 건강한 남자아이가 태어남.
아기는 짧게 나를 만나고 신생아 실로
옮겨짐. 귀여워라
그 뒤 탯줄을 자른 남편이 나가고
나는 평온한 몸과 마음으로 침대에 누움.
후처치는 한 30분 정도 걸린 듯.
태반도 꺼내고 꼬며고 하는데 한 30분
정도 걸린 거 같음. 마취가 잘 되었는지
처치하는 동안 고통은 전혀 없었음.
처치 후 입원할 때 입었던 이원복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임부 팬티를
꺼내서 입고 준비되어 있던 휠 채어를 타고
병실로 옮겨졌고 두어 시간 쉬다가 천천히
걸어서 아가를 만나러 감.
여기까지가 제 출산 후기에요.
저는 새벽 5시에 내진 마사지하고
촉진제 넣고 9시 43분에 낳았어요.
초산이고 아기도 엄청 큰데
다들 순산했다고 축하해주셨어요.
나이도 33이라 적은 나이가 아니라는
의사선생님도 골반이 좋아서 4킬로짜리를
순산했다고 자랑하고 다니라고
말씀하셨을 정도
제가 운이 좋아서 진통에도 좀
둔감하고 골반도 출산형 골반(?)이고
마취도 잘 돼서 크게 고통 없이 소리 한번
못 질러보고 아기를 놓았어요
눈물도 한 방울도 안 났다는
우리 엄마는 너는 좀 이상하다고
하셨을 정도.
후기들을 보면 엄청 아픈 글들이 많았는데
병원에 있어보니까 요즘 무통이 잘
발달되어있어서 저처럼 낳는 분들도 참 많은 듯.
오히려 아기 낳는 과정보다
저는 낳고 나서 산후조리하는 아래쪽
고통 젖몸살 이런 게 서너배 더 아팠었던 듯
혹시 도움 되시면 그 이야기도 한번 써드릴게요
다들 제 순산 기운 받으셔서
이쁜 아기들 쑥쑥 건강하게 잘 낳으셔요
파이팅!
전 이제 아기가 55일 돼서 너무 귀여워요.
크게 낳아서 그런지 벌써 6.5킬로에요.
지금은 다시 직장에 나와서 일하고 있어요.
점심때까지는 남편이 본인 출근 전에
아기 돌보고 그 뒤엔 친정어머니가 아기
봐주시고 제가 6시 퇴근해서 가서 아기 보고
새벽엔 남편이랑 같이 돌보고 ㅎ
우리 아들 효자라서 입덧도 전혀 없었고
크게 태동도 없어서 엄마 일하는 거 도와주고
나오기도 쑹풍쑹풍 나왔네요
지금은 목욕할 때도 안 울고 목욕을 즐겨요
눈도 잘 맞추고.. 방긋방긋 웃고 요즘은
옹알이를 어찌나 많이 하는지
임산부 여러분 힘내시고
순산 바이러스 잔뜩 가져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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