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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썰/고민 & 건강

우리 아빠의 미니멀리즘 라이프! - 82쿡 자유게시판 멋진 노년생활

우리 아빠의 미니멀리즘 라이프! - 82쿡 자유게시판 멋진 노년생활








오늘은 일평생을 '하나 사면 하나 아니 
그 이상을 버려야 한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오신  저희 아빠의 이야기 
'독거노인 미니멀리즘 라이프'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릴 적 저희 아빠의 모습은  
늘 정리정돈을 잘 하셨고 하나를 사면 
하나를 꼭 버리는 등 버리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저희가 무엇을 버린다 하면 
아주 잘한다 하고 칭찬해주셨는데  
반대로 저희가 버리지 않고 물건을 끼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셨습니다. 

반면 엄마는 부지런하고 깨끗한 분이시지만  
물건이 아까워서 잘 버리지 못하는 분이셨어요.  

깔끔한 청소에 비하면 정리정돈을 
아주 잘 하시지는 못하셨어요.  

다만 워낙 깔끔하시게
청소하셔서 집은 늘 깨끗했습니다. 

이렇듯 엄마와 아빠의 성향이 다르니 
이 버리는 문제로 가끔 싸우시기도 했어요. 
저희 아빠에 대해 몇 가지 더 이야기하면 

저희 아빠는 시간 약속을 아주 잘 지키시는데,  
칼 같은 정도가 아니라 늘 약속시간 전에 가세요.
(출근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요)  

10분 정도 빠르면 심지어 
30분 전에 약속 장소에 가 있으세요.  
어릴 적에도 지금도 아빠랑 약속을 하면 
저희가 아무리 서둘러 가도 늘 아빠가 먼저 와 계세요


아빠는 사무직 노동자셨는데, 
나름 멋쟁이셨어요.  어릴 적에는 명동에 있는 
양복점에서 똑같은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여러 개 맞춰서 입으셨어요.  

마치 유니폼처럼요.  
잘 모르는 남들이 보면 맨날 똑같은 옷이겠지만
옷장을 열어보면 똑같은 와이셔츠와 
넥타이가 주르르 걸려 있었어요. 


아무튼 아빠는 그동안 다른 가족들과 
함께 살아서 아빠만의 라이프 스타일대로 
살지 못하셨는데  저희가 독립하고 엄마가 
돌아가셔서 독거노인이 되시면서  
본인이 원하는 바대로 사시게 되었어요. 

우선, 집을 30평대에서 20평대
(방 2, 거실 및 부엌, 욕실 1)로 줄이시고  
식탁, 소파, 큰 에어컨,  tv 장식대 및 그릇장, 
큰 냉장고 및 김치냉장고, 각종 조리도구 
및 그릇을 다 버리셨어요.  
(저희가 나서서 기증도 하고 나누기도 하고) 

그리고 나이 드셔서 운전하기 
힘들다고 택시 타면 된다고 차도 없애셨어요. 

  

아빠가 집을 정리하고 새로 짐을 
꾸리실 때 저희한테 반복해서 하신 말은  
"나 그거 필요 없다" 


새로 리모델링 해서 들어가신 집에는 
방문, 도배, 몰딩, 싱크대 온통 다 
하얀색으로 하셨어요. 

거실에는 과장 하나도 없이  
하얀 벽에 벽걸이 tv, 시계, 벽걸이 에어컨  
이게 다입니다.

건너편 벽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희가 2인용 아주 작은 소파
(아니면 의자라도)와 2인용 식탁을
 사 드린다고 했을 때도 단호히 싫다고 하셨어요.  

아빠는 단지 하루 3번 밥을 먹기 위해  
집에 식탁이 있는 것 자체가 싫으신 거예요.  
귀찮더라도 잠깐 밥상을 폈다 접으면 되는 거죠. 

큰 방에는 장롱과 문갑이 있고, 
작은방에는 화장대가 있습니다.  

큰 신발장에는 운동화 3개, 
구두 1개 그리고 현관에 슬리퍼 1개   
옷장에는 아빠가 좋아하는 옷 몇 가지들  

화장대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화장품 2개와 향수 1개 

아빠가 가지고 있는 옷과 
신발들은 당연히 평소에 다 사용하시는 겁니다.  
싱크대 안의 최소한의 살림살이도 마찬가지고요.  

아빠가 사용하지 않는 것, 필요하지 않는 것은 
단 하나도 집에 없을 거예요.  

만약 사용하지 않는다 싶으면 즉시 버리십니다.
(버리거나 나누거나 기증) 

문갑의 첫 번째 서랍에 무엇이 있는지
(메모지와 볼펜 2, 후리 팬 1가 나란히), 

본인의 여름 옷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아빠는 정확하게 아실 거예요. 


아빠는 정리정돈뿐만 아니라
깔끔하셔서 청소도 열심히 하십니다.  
아침저녁으로 바닥을 밀대로 미십니다.
(청소기도 없앴..)  

물건이 없으니 청소하기도 아주 쉽죠
(쓱쓱~) 

근데 여기서 반전은  
저희 아빠가 검소하고 소박한 분은 아니세요


백화점 가셔서 좋은 물건 사세요.  
다만 집에 물건이 늘어나는 것을 매우 싫어하세요.  
무언가 필요해서 사신다면 단호히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을 버리세요.  

신발 하나 사면 신발 하나는 버리십니다.  
진짜 검소한 분이라면 신발 자체를 안 사고 
하나 가지고 계속 신겠지만 아빠는 사시기는 하세요 

다만 하나 사면 하나를 버리시죠.  
저나 동생은 청소 잘 하는 엄마나 
정돈 잘 하는 아빠를  닮지 않았는지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 집이 저희 집보다 
훨씬 훨씬 깨끗.

아빠 기준으로 보면 저희 집은
다행히 저나 동생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는 노터치하십니다. 


우리 아빠처럼 이렇게 사는 게 능사는 아니겠죠.  
요즘 미니멀리즘 라이프가 유행인데, 모두가 
그렇게 살 수도 없고 그렇게 살 필요도 없고요.  

집집마다 가족수 및 구성도 다르고 
집 크기 및 형태, 인테리어 상황, 라이프 스타일도 
다 다르니 각자가 형편대로 사는거죠. 

  

다만 이게 단순히 정리정돈이나 
인테리어 스타일이 아니라 내가 어떤 소비를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림을 꾸리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작은 실천은 필요한 것 같아요. 


음 저는 이렇게 사는 할아버지도 
있으니 그냥 참고하시라고 써봤습니다. 

제가 아빠께 아빠 집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하니 좋아하시면서 
사진은 안 찍냐고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사진은 안 올리겠다고
하니 조금 아쉬워하셨어요.









댓글 
다음 글 기대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 없을 때 저희 남편은 어찌 살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저희 남편은 검소한데 천 원짜리 
열 개 사고 안 버리는 검소함이라ㅎㅎ 

지금 청소하다 들어왔는데 
다시 힘내서 쓱쓱 하러 갑니다^^
(저희는 전에 살던 집보다 좀 작은데 살다가 다시 
쪼금 넓은 집으로 옮긴 걸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댓글 
멋지시네요. 저도 심플하게 
살고 싶고 그럴 수도 있는데 
가진 걸 다 치우지를 못 하네요. 

생각까지 맑아질 거 같아요. 



댓글 
너무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아버님의 
사생활 지키지 마시고  이런저런에 글 올려 
주시기를 강력히 주장합니다. 
자극받고 싶어요. 



댓글 
제가 노년에 원하는 삶입니다 
원글 아버님만큼은 못하겠지만  
저는 나이가 들수록 무소유 가 답인 듯합니다 

저도 사는 거 좋아하고 버리기 아쉬워 
(추억) 하던 사람인데 바뀐 계기가 있어요 

가족 중에 60더 안되셔서 
갑자기 심장 마비로 돌아가셨는데  
쓰지도 않고 쌓아둔 물건 때문에 
남은 가족이 할 일이 너무 많다 라구요 

그래서 저는 50이 너무으면 주변 정리하며 살려고요 



댓글 
저는 좀 다른 의미에서 동감해요.  
저도 넓은 집 좋아해서 45평, 52평 
아파트로만 이사 다녔어요. (전세지만) 

집이 넓으면 가구나 소품, 
각종 가재도구가 늘어나더군요. 
수납해놓으면 안 보이니까 그렇게 많은 줄 몰랐죠. 

그러다가 엄마 돌아가셔서 집 정리하다가 
깨달은 바가 노년기에 접어들면 
간소하게 살아야 한다는 거

엄마가 허전함을 쇼핑으로 달래셨는지, 
아니면 필요해서 사셨는지 모르겠지만  
자주 안 쓰는 물건들이 참 많다라고요.

그 물건 정리하는 것도 진짜 큰일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겠지만 
제 목표는 올해부터 서서히 줄여가서 
60세 이상이 되면 수도권에 괜찮은 원룸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거예요.

그때까지 조금씩 줄이고 버려나가려고요. 

열심히 중고시장에 팔고 버리고 하는데, 
아직도 이거 아까운데 어떻게 남을 주나 
하는 마음이 더 커요.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죠. 
내가 지금 사고로 죽으면 내 뒤처리할 
형제들이 나처럼 고생한다 하고요.  

지금 당장은 짐이 너무 많아서 어렵고 
(이사할 때 15톤으로 이사하는 집임)

나이 들수록 간소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  
가구나 가전제품들 계속 정리 중이에요. 



댓글 
멋지시네요 저도 정년퇴직 후 1년 동안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우선 너무 많은 옷과
구두부터 헌 옷 삼촌이란 곳에 45kg에 
13,500원 받고 정리했어요. 

45kg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죠? 

아직도 남아있지만 차차하기로 하고,
지난 1년 동안 운동화 2켤레, 다운패딩 하나 구입했네요. 

앞으로는 살림부터 일체 구입하지 
않으려고, 아예 큰 박스 하나를 다용도실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정리 해나가고 있답니다. 

올해 대학 4학년인 아들이 몇 년 후 
독립하면 저도 20평대로 갈 예정인데,

아끼는 가구만 들고 가서 
단출하게 살아보려고 해요. 

지나보니까 현명한 소비를 왜 
실천하지 못했는지, 아쉬운 요즘이네요. 



댓글 
대학생 딸이 옷이며 화장품이 
너무 많아 요새 정리정돈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요.  

얼마전 EBS 정리정돈 관한 다큐프라임에서 본 건데 
일본의 한 젊은 남자가 너무 많은 물건에 쌓여 
사는 자신이 싫어 총 물건을 15개로 줄여서 
사는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수건 하나 그릇 2ㅡ3개 이불, 옷 등 
정말 최소의 것만 소유하는데 
그렇게 평화로워 보이더라고요.  

저도 자극받아 간소한 삶 살고 싶어지네요 



댓글 
식탁 없이 그때그때 상 펴고 
그러는 거 엄청 번거로운데.. 

단단한 내면과 건강이 없으면
 어려운 건데 대단하신 거예요. 
그걸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는 것도. 

전 사진 정말 콜인데
각 잡힌 집 구경 너무하고 싶네요. 
82에서 젤 핫한 주제 중 하나거든요.



댓글 
제가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많아서 
미국과 일본 블로그를 몇 개씩 구독하는데요. 

거기서 언급하는 모든 원칙들을 
아버님께서는 벌써 몇 십 년 전부터 
실천하고 계신 것이군요. 
미니멀리즘의 선구자세요!  

물건을 적게 사지만, 최고의 것, 
마음에 꼭 드는 것만 사용하는 원칙을 실천하고 
싶어서 노력 중인데, 짠순이로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어서 비싼 물건을 사는 것에는 
아직 지갑이 열리지 않네요.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사진을 올려주실 수는 없으신가요? 

아버님께 팬이 한 명 생겼다고 전해주세요.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해요. 



댓글 
미니멀리즘도 좋은데 아버님은 
하루 종일 무엇을 하시나요? 
일상의 낙이 뭔지 궁금해지네요. 

화이트톤의 정갈한 아파트에 그렇다고 
서재가 있다는 얘기도 없고. 
외출해서 사람 만나기? TV? 

그냥 공간은 그 사람의 관심의 
집적체거든요, 그래서 궁금했던 것이에요. 



댓글 
아버님이 사진 안 찍어서 서운하셨다고 
하는데 왜 아버님을 서운하게 하세요.

얼른 사진 찍어서 아버님의 삶이 맞다는걸 
다른 사람들에게 본보기로 보여 준다고 하세요.

나이 든 어르신 서운하게 하시면 큰일 납니다.. 
지금 당장 사진 찍어서 올리세요.
그럼 아버님이 기뻐하시어 사시는 동안 
건강하게 사실 겁니다.



댓글 
먼저 글 올려준다고 
약속한 거 지켜주셔서 고마워요. 
작년 연말까지 집 정리한다고 계획 세운 거 
물 건너 가버리고 새해 1월 안에 다 정리한다고 
다시 계획 세워서 단계별로 실천하고 있는데 
원근님 글 보고 큰 자극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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