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 조산원에서 자연분만한 리얼 임신후기 - 네이트판 레전드 썰
34살에 결혼과 동시에
임신하여 35살에 출산함.
예정일 2013.2.17
출산일 2013 2.18
46cm/ 3.0kg/ 여아
무통 X 촉진제 X / 3대 굴욕 세트 X
얼마 전 산부인과 의사가 출산에
대해 쓴 글과 그에 대한 반박글을 봤음.
나는 평소 병원 출산에 대한
생각이 많은 편인데, 꼭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떠나 엄마가 마음 편하게
출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함.
어쨌든 나는 조산원에서 출산을 하였고,
둘째를 갖게 된다면 또 조산원에서 출산할 생각임.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논쟁은 없었으면 좋겠음^^)
작년에 결혼하여 신혼여행 가서
생리를 함..ㅠㅠ 그게 마지막 생리
2주 후 바로 임신이 되었음.
엽산제를 미리 먹으면 좋다는 것도 몰랐는데
솔직히 조금 준비 없이 임신이 된 것이긴 함.
평소에 그저 자연스러운 게
장땡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서
임신을 꼭 계획한 것도 아니지만
그냥 피임을 하지 않고 가장 좋은 때에
아이가 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음.
어쨌든 임신이 되었고,
주말부부로 직장생활하면서
나름대로 태교에 최선을 다하였음.
4~7개월까지는 문화센터에서 퇴근 후
주 1회 요가를 했는데 직장생활을 하는
관계로 시간이 맞는 강좌가 그것뿐이었고,
그마저도 강사 샘리 요가 동작보다
개인적인 말이 너무 많아서인지
다음 학기 개설이 안 됨.
순산을 위해 요가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집에서 생각날 때마다
나비 자세와 합장 합 척 등을 하였음.
꼭 자연분만 모유 수유를 할 거라며
다짐 또 다짐했는데 7개월쯤이었나
병원에서 역아 판정을 받음.
괜히 자연분만 못할까 봐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해서 그날부터 정말
더욱 열심히 고양이 자세와 합장 합 척을 하였음.
다행히 아이는 좋은 자세로 돌아왔고
막달에는 1달간 상황이 따라줘서 주 3회
요가를 열심히 다녔고 집에 와서도
틈나는 대로 골반운동을 함.
출산 직전에 내가 꼭 마무리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어 막달엔 매일같이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쉴 새 없이 일하였음.
게다가 출산 즈음 이사까지 있어
여러 일들로 지치고 지쳐서 조산기가 있었음.
32주쯤부터 간 진통이 오기 시작.
마치 곧 나올 것처럼 골반이
서서히 벌어지고 있는 느낌.
생리통과 비슷한 싸하고 아리 한 느낌.
가끔 밑으로 뭔가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이 자주 듦.
어느 날은 도저히 불안해서 병원에 같
더니 애가 밑으로 많이 내려와 있다고 함.
그 와중에도 나는 조산 자체보다도
만약 아기가 일찍 나오게 되면 이 일들은
누가 마무리하지?라는
걱정이 먼저 들 때가 많았음.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업무를
잘 마감하고 출산 1주전쯤 출산 휴가를
내고 지금 사는 이 동네로 이사도 무사히 함.
이삿짐 정리로 무리한 탓에 골반뼈를
삐끗해서 계단 오르기 운동은커녕 평지를
걸을 때도 다리를 절게 되어
마지막 1주일은 운동을 못함.
막판 걷기 운동은 정말 중요한데 집에서
누워만 있어야 해서 그나마 있던 근육도
없어지고 힘주기에 불리한 상황이 되었음.
드디어 2.17(일) 예정일이 되었음.
아무 느낌이 없음 저녁이 되도록
양수가 터진다던가 이슬이 비친다던가
아무런 증상이 없음.
덕분에 저녁때 돼지갈비로 포식을 함
정말 많이 먹었음. 몸이 힘을 쓰기 위해
준비를 하는 것인지 정말 고기가 한없이 들어감.
갈빗집 아줌마가 금방이라도
애가 나올 것 같이 배가 많이 나왔다고
하는데 그 배가 다 아기 배는 아니라고
말을 못했음. 그
냥 오늘이 예정일이라 그래요 하고 웃었음.
하지만 그날은 결국 끝까지
별 느낌 없이 잠자리에 들게 됨.
밤이 되도록 이 생각 저 생각하며
설레기도 하고 제대로 잠을 못 이룸.
다들 두렵지 않냐고 묻는데
난 정말 별로 두렵지가 않았음.
출산 후기도 많이 읽었고
주위 아기 엄마들한테 물어보기도
많이 물어봤지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 중 3번째로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말도 들어봤지만
아직 닥친 것도 아니고,
어차피 무통을 맞을 것도 아니고
여자라면 대부분 잘 해내고 있는 것이고
우리 엄마도 이렇게 나를 낳았는데 뭐
라는 생각이었음.
이런 마인드컨트롤 권장함ㅋ
괜히 미리 겁먹지들 말고 엄마
생각하며 힘내세요. 아기 보면 다 잊힘
그러다 새벽 5시쯤 화장실에
같는데 아랫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
이슬도 안 비치고 양수도 안 터졌지만
이것이 진통임을 본능적으로 알았음.
조산원에서 4분 간격일 때 오라고 했는데
진통 시작하자마자
15분, 10분, 7분으로 줄어들더니
갑자기 막 3~4분 간격으로 아픔.
골반운동을 너무 많이 했나봄ㅠㅠ
엄청난 속도로 벌어지고 있는 느낌임.
딱 몇 분 간격으로 아프다기보다는
그냥 좀 계속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좀
느슨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함.
생리통의 10배 정도 되는 듯함.
남편을 깨웠고, 평소엔 아침을 꼭
먹었지만 그날은 아무것도 못 먹을 것 같아
대신 딸기를 씻어먹었음.
배를 너무 비워두면 안 된다는 얘길 들었음.
조산원까지 1시간 넘는 거리 조수석에 앉아
2~3분도 안 되는 간격으로 비명을 지름.
나중에 남편 말이
차 안에서 애 낳는 줄 알았다고 함.
출근시간 피해 일찍
출발했더니 7시 반쯤 도착.
당직 서신 조산사 원장님이
내진하시더니 미안한 표정으로 2cm밖에
안 열렸다며 다시 집에 가 있으라 함
거의 다 열린 것 같았는데 믿을 수 없었음.
원장님은 빨라야 저녁때쯤 나올 것 같고,
이 정도면 오늘 안에 안 나오는
경우도 많다고 함.
그리고 낯선 환경보다는
익숙한 자기 집에서 진통이 더 빨리
진행된다고 하며 집에 가길 권함.
이사한 지 얼마 안 돼서 낯설긴
우리 집도 마찬가지이고 정말 금방
나올 것 같아 그냥 있겠다고 우김.
참고로 조산원은 촉진제도
안 쓰고 배를 누른다거나 하는 것도
전혀 없어서 1박 2일은 흔하며
2박 3일 간혹 3박 4일 걸리는
산모도 심심찮게 있음.
물론 위험한 경우에는
빨리 병원으로 보내고 있음.
원장님은 해가 뜨면 진통이
다시 느려지기도 하니 나가서
산책도 하고 많이 걸어 다니라고 하심.
웬걸 난 해가 떴는데도 진통이
느려지기는커녕 본격적으로 진행이
마구마구 되는 것 같고 이미 1분 간격
아니 그냥 간격 없이 계속 쭉 속이
뒤집어지는 거임.
이제 생리통의 50배 정도.
남편이 엉덩이 위쪽 척추뼈를 비벼주면
고통이 덜해진다고 하셔서 손에 화상 입기
직전까지 계속 문지름.
짐볼 끌어안은 채 서지도 앉지도
못하고 비명 지르면서 남편한테 더
세게 문지르라고 막 자꾸 소리 지름.
급기야 속을 뒤집어 놓는 것 같은
고통에 아침에 먹은 딸기를 다 토함.
두 번이나 토해서 허기가 지니
전날 올가에서 사서 출산 가방 안에 넣어둔
아몬드크림소보루빵이 생각났음.
정말 먹고 싶었는데 또 토할 것
같아서 꾹 참으며 아무것도 못 먹은
남편에게 그거라도 먹으라고 했더니
날 위해서인지 안 먹고 싶다며 같이 굶음.
아침, 점심 모두 같이 굶음.
나중엔 참 고마웠지만 그 당시엔
솔직히 남편이라도 밥 좀 먹고 오면
내 맘이 더 편할 것 같았음.
(우리 남편 진짜 똥고집임.)
조산가 샘이 나더러 그렇게
안 움직이고 있으면 진통이
더 진행이 안 되니까
밖에 나가 산책하고 오라고 하는데
나는 밖은 커녕 방문도 열고 나갈 수가 없었음.
한겨울에 보일러도 안 틀었는데
머리는 땀으로 범벅이 되고,
남편에게 다시는 아이 안 낳겠다고
울듯이 말함.
태명을 부르면서 같이 힘내자고
말하라는데 솔직히 아가가 들을 것
같지도 않고 그냥 도대체 언제 끝날까
언제 나올까 나오긴 할까
도망치고 싶은 시간들이었음.
밖에는 전날 전전날 나온 아가들과
산모들이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나도 저렇게 아가를 안고
걸어 다닐 날이 올까 싶음.
조산원은 24시간 동실이고
계속 아기를 데리고 있음.
물론 조산가 샘이 여러분 계셔서
식사때도 맡아주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맡아줌
내진이 아프고 기분 나쁘지만
난 제발 내진 좀 해 달라고
아마 거의 다 열렸을 거라고
남편한테 샘들 모셔오라고 사정함.
조산사 2분이 들어오시더니
진행이 무척 빠르다고 함.
여기 선생님들 정말 좋으심.
친절한고 맘 편하게 해 주시고 계속
격려하고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심.
친언니 같고 엄마 같은 분들임.
진행이 빠르다는 얘기는 골반이 아주
빠른 속도로 열린다는 뜻 그만큼
난 폭풍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것임ㅠㅠ
나중에 들어온 산모들 보니
진통하면서도 식사시간 되면 나와서 밥 먹으면서
중간중간 배 아파하고 그러던데
난 정말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음.
움직일 수조차 없었으니까..
시간은 정말 안 가는 것 같으면서도 빨리 감.
시계를 보니 어느새 10~11시쯤 되었던 것 같음.
그때부터 슬슬 아랫배에
주기적으로 힘이 들어가기 시작함.
정말 저절로 힘이 막 들어감.
흡 하는 소리와 함께 밑으로 쑥
내려오고 또 쑥 내려오고 그런 느낌임
조산가 샘이 아랫배를 만져보시더니
힘주기를 시키기 시작하심.
호흡하는 법과 힘주는 방법을
설명해주며 서서도 힘줘보고
누워서도 힘줘보게 하심.
아랫배 진통은 거의 끝난 것 같았음.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은데
나는 진통할 때 정말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이때부턴 오히려 크게 힘들지 않았음.
막판 운동부족으로 근력이 많이 부족해서
힘주는 게 잘 되지 않아 그저 속상했을 뿐
아가가 끼어 있다는 느낌이 들고
어디까지 내려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답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흔히들 이야기하는 3대 굴욕 세트 없이
선생님이 '아이 머리가 보여요'하는
순간 정말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네?
별거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음.
몇 번 힘주고 쑥 낳았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난 진통이 짧고 굵게 끝난 대신
힘주기에서 시간이 많이 걸렸음.
아기한테 많이 미안했음.
자세를 계속 바꿔가면서 힘을 주고 또 주었음.
이때 입을 벌리고 소리를 내면 공기가
다 새어나가서 그만큼 힘이 덜 들어가게 됨.
입을 앙 다물고 진짜 최선을 다해
힘줘서 아가가 1분이라도 빨리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함.
힘주기만 한참 갑자기 양수가
툭 하고 터지는 것임!!
양막이 아직도 아이를 감싸고 있었던 모양임.
몇 번 더 힘을 주는데 갑자기 아래가
찢어질 듯 아파서 순간 악 소리를 지름.
머리가 나온 것임!
(남편 말로는 뒤통수가 먼저 보였는데
머리가 눌려서 길쭉했다고 함..ㅋ)
머리 나오면 거의 다 된 거라
나는 이때부터 안도하였음.
한 번만 더 힘주라고 하시면서
하나, 둘, 셋 할 때맞춰서 살짝 힘줬더니
정말 시원~~하고 통쾌하게
우륵하고 뭔가 쏟아져 나옴.
p.m 1:55 아기가 다 나온 것임!
진통이 길어지면 아이가 태변을 싸고
그걸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엔 조금 위험함.
다행히 우리 아가는 나오면서
태변을 쌌고, 양수가 조금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함.
나오자마자 아이를 쳐다보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그럴 수가 없어
그냥 눈 감고 가만히 숨만 쉬고 있었음.
한 2~3초 지나자 응애 하는 울음소리
ㅠㅠ 아....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임.
아이를 닦고 약간의 처치를 한 후에
가슴에 올려주었는데 정말 작은 외계인 같음.
감동이 밀려오거나 막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너무 신기하고 내가 낳은 게
맞나 싶고 꿈만 같음.
일단 젖을 한번 물려주고
모유 수유에 성공하기 위해선 출산 후
30분 안에 물려야 함. 물론 젖은 나오지 않음
내 심장소리를 들려주고 안고 있었음.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신랑이 탯줄을
자르고 후처치를 위해 데리고 나감.
역시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는 후처치도 만만치 않게 아픈 것 같음.
배가 다시 아파지면 얘기하라고
하셔서 조금 아파진다 싶을 때맞춰서
태반을 쑥 하고 꺼내심.
정말 시원하게 나옴.
남은 잔여물(?)들을 마저 나오게 하기
위해 아랫배를 엄청나게 눌러대는데
배는 정말 아프지만 우르륵우르륵
나오는 것들이 많음 무지 시원함.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찢어지게 두었는데
바늘로 3땀을 꿰맸음.
예민한 부분이라
그런지 좀 따끔따끔하고 아팠음.
그곳에 있던 5명의 산모 중 찢어진 사람은
당시엔 나뿐이었음ㅠㅠ
회음부 절개를 꼭 하지 않아도
안 찢어지고 낳을 수 있음.
오래 끼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잘 참아주어서 건강하게 태어난
우리 딸에게 정말 미안하고 고마움.
낼모레면 6개월 정말 옹골차고
다부지며 잘 웃고 똘똘
밤중 수유도 알아서 끊고,
직수를 하든 젖병에 넣어주든 다 잘 먹고,
이유식도 내 손을 막 끌어당기면서 먹음.
혼자서도 잘 놀고 순하고
호기심도 많은 매력덩어리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산 앞두신 분들 모두 순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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