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없이 출산한 38주 임산부 출산 후기 - 네이트판 레전드 썰
출산 일주일 전
입덧을 거의 안한 편이지만
입덧과 맞먹게 막달은 너무 힘듦.
아주 편한 직장에서 38주를
꽉 채우고 출산휴가를 냈음.
운동 따윈 전혀 하지 않음 운동 싫어함
배가 무거워서 운동할 엄두도 나지 않음.
출산 3일 전
정기검진하는 날. 아기는 전혀
내려오지 않음. 이런
이때가 예정일을 2주도 안 남겨놨을 땐데
담당 의사선생님이 예정일보다
많이 늦겠다며 설 명절이 지나고 낳자고 하심.
출산 하루 전
진짜 오랜만에 마트를 다녀옴.
이때가 설 명절 3-4일 전이라
남편이 상여금을 받아옴 ㅋㅋ
신나게 돌아다녔는데 배가
더 무거워진 건지 다리가 너무 아팠음
출산일
새벽 6시 30분. 평소와 같이
잦은 소변 덕분에 잠을 깸.
근데 평소와는 조금
다른 배 뭉침이 느껴짐
(평소 배 뭉침이 거의 없었음)
신기하게 배 뭉침이 10분
간격으로 윗배가 딱딱해짐.
전혀 아프진 않았기에,
남편 출근 준비해주고 다시 잠을 잤음.
오전 10시
자다가 어설프게 잠이 깸.
근데 뭔가 흘러나옴 힘을 줄 때마다 나옴
느낌이 심상찮아서 일단 샤워를 했음.
급하게 출산 가방도 싸고 ㅋㅋ
진통은 전혀 없음.
샤워 후, 생리대를 댔다가 냄새를
맡아보니 락스 냄새 또는 밤꽃 향이 남.
양수라는 걸 100% 확신하게 됨.
병원에 전화했더니 지금 바로
오라고 해서 남편한테 콜 했음.
나는 꼭 고기를 먹고 가리라
햄버거나 피자를 왕창 먹고 가리라는 개뿔.
집에 먹다 남은 식빵 있길래
대충 잼 발라서 2조각 먹음.
그래야 힘준다 해서 ㅋㅋ
오후 12시
담당 선생님이 양수 맞다고,
바로 축진 제 맞자고 하셨음.
굴욕 3종 세트 제모는 부끄럽지만
견딜만함 그 서걱서걱 소리가 민망
관장.. 최고 10분, 못해도
5분은 참으라 하는데 5분은 개뿔
5초 지나니까 바로 신호 오고
식은땀 뻘뻘 흘리고 배 정말 아프고
2분도 못 참고 그냥 뿜어댐.
이건 그냥 뿜었다고 하는 표현이 딱임.
오후 2시
촉진제 맞은 지 2시간째.
4분 간격으로 진통이 옴. 전혀 안 아픔
엄살 심한 편인데 굉장히 참을만함 ㅋㅋ
오후 4시
자궁 4cm 열렸다고 하심.
근데도 괜찮음 참을만함
근데 진행이 너무 느리다며,
분만실에서 오리걸음을 시키심
식빵 2조각에 힘이 달려서 너무 힘듦
벌써 기운이 다 떨어짐
진통보다 배가 고파서 미칠 지경
이대로 진행 안되면 수술해야 된다는데,
아픈 건 둘째치고 배고파서
빨리 낳아야겠다는 생각을 함
보통 무통은 자궁이 4cm 열렸을 때
맞는 거라고 출산 후기에 적혀있었음.
그래서 내가 무통을 놔달라고 함.
간호사 선생님이 쿨하게,
진짜 굴내 차시는
간호사 선생님이 안된다 함.
진행이 느려서 나에게는 놔줄 수 없다 함.
이런 경우는 출산 후기에서
보지 못한 케이스였음. 급당황
무통 달라고 몇 번을 사정했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파서가 아니라
빨리 낳고 밥 먹고 싶어서 ㅠ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또 쿨하게
거절당하고 뭔지 모를 노란색 주사를 놔주심
약간 마약성분 잇는 거라고 하셨던 기억이 남..
이거 맞았는데도 진행이 안되면
수술해야 된다고 마지막 기회라고 하심
난 이 주사 맞고 몽롱해지는
기분을 느끼면서 기절.
오후 6시
이때부터.. 괴물 소리가 나기 시작함.
내진하니 7cm 열렸다고 하심.
본인은 화가 나거나 짜증 나거나
배가 고프다거나 하면 욕이 나옴
남편에게도 출산할 때 욕할지도 모르니까
시부모님한테 연락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근데 이건 욕도 안 나옴.
악 음 후후 이런 괴성이나
호흡 따위는 개나 주라 하세요.
막상 진짜 아프면 욕이고 나발이고,
아파서 나오는 신음소리고 나발이고
생각도 안 남.
나는 진통하면서 호흡을 한다거나
남편의 싸다고를 때리고 싶었다거나 ㅋㅋ
하는 산모님들이 대단한 것 같음.
무통 안 맞고 생으로 느끼는
고통의 수치는 정말 눈을 뜰 힘조차 없음.
6시 30분
내진하시더니 9cm라고 하심.
이대로 1시간만 더 있으면 10 cm
열리겠다고 엄마 힘내라고 하는데
간호사의 입을... 진짜 저 입을
(이성 마비)
아파서 눈 뜰 힘조차 없는 나에게
간호사님의 1시간 견디라는 말이
나의 이성을 찾아줌.
신경질이 굉장히 엄청나게 분노 게이지가
급상승하면서 이대로 1시간 더 아프면
나는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은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임.
급! 찾아온 이성으로
나는 거짓말을 했음
출산 후기에서 아기가 나올 때 되면
똥구멍에 자동적으로 힘이 줘진다고
했다는 게 생각이 나서
간호사님한테 똥구멍에 힘이
들어간다고 거짓말을 함 ㅋㅋ
지금 힘이 들어간다고
지금 낳아보자고 사정 사정을
내가 안쓰러워서인지
아니면 진짜인 줄 아셨던 건지,
간호사님과 함께 힘주는 연습을 했음.
내 옆에서 손 꼭 잡아주고 기다려주던
남편은, 탯줄을 자르지 않을 거기
때문에 잠시 나가있고
힘주는 연습을 몇 번 했더니
담당 선생님이 들어오셨음
아 진짜 무교지만
나는 그때 하나님을 보았음..
세상에 하나님이 계시다면 바로
내 담당 선생님이셨을 거임.
선생님이 들어오시자마자 내진을
하시면서 회음부를 잡고 늘리기 시작함
두 손가락으로 양손을 사용하셔서 막 늘림
그러거나 말거라 무조건 선생님이
시키시는 대로.. 입 닥치고 힘 줌
회음부 절개는 언제 했는지도 모르겠음
출산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함
나는 무통도 안 맞았는데 생살을
째는데 전혀 안 느껴짐.
그냥 잡아 째고 있다는 느낌
내 몸은 이미 내 몸이 아님
그냥 아이를 낳는 하나의 도구 같음.
똥구멍에 수박 낀 느낌
그런 거 모르겠고. 그냥 너무 아픔..
아픈 데다 힘까지 줘야 되는 게
너무 힘들고 괴로웠지만
이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얼른 낳는 수밖에 없었음.
그렇게 선생님 오시고 몇 번
힘줬더니 물끄덩하면서 굉장히
엄청나게 큰 무언가가 물끄덩하고 나왔음
큰 게 빠져나오고 그 뒤로도
무언가 계속 나옴 굉장히 뜨거움
하 이제 끝이구나 ㅠㅠ
그제야 안도의 한
그리고 고개를 살짝 들어서 봤더니
우리 아가의 정말 작고 쪼글쪼글한 발이 보임
아가의 울음소리가 정말 크고 우렁찼음..
그날 우리 아가보다 먼저 태어나서
우는 아가들의 목소리들을 들었는데
단연 우리 아이는 그 아가들의 5배였음
우리 아가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는 출산의 고통에서 해방된 것이
너무 기뻤음.
출산의 감동 따위는 미안하지만 없음
배는 계속 미약하게나마 계속 아픔
후에 태반을 꺼냈을 때도 또 아팠고
회음부 꿰맸을 때도 따끔따끔 느낌이 다 났음
무통을 안 해서 그런가
회음부 꿰매는 바늘을 우연히 봤는데
나는 무슨 고래 낚는 낚싯바늘인 줄
알았음 겁나 큼.
나는 선생님에게 밥은 언제 주냐고 했음
고통이 사그라드니까 다시
배고픔의 고통이 참아옴
선생님이 회음부
예쁘게 꿰매고 있으니까 기다리라고
배고프면 굉장히 예민해지는데 참기가 힘듦
열심히 후처치 하는 중에 아가를
깨끗하게 씻겨서 나에게 안겨주셨음
하... 너무 ... 신기하기도 했지만 엄청 큼
불과 몇 분 전에 내 몸에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음
얼굴이 굉장히 하얗고 눈이
쌍꺼풀이 한쪽에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눈이 작음ㅠㅠ 완전 실망+속상했음.
남편 눈이 굉장히 큼
나는 어느 님이 만들어준 눈이라
제발 눈만큼은 날 닮지 마라 했는데
오후 7시 30분
후처치 30분 정도 하고
휠체어에 실려서 ㅋㅋ 병실로 옮겨짐.
그렇게 기다리고 간절히 원하던 밥이
나왔는데.. 막상 보니 입맛이 없음.
나는 평생 살면서 아무리 힘들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입맛은 사라지지 않던데,
출산 후 그렇게 기다리던 밥이
나왔는데 괜히 그냥 입맛이 없음.
12시부터 7시까지 내 곁을 지켜준
남편님께 밥을 드리고 나는
미역국만 대충 먹음.
신기하게 배가 10개월
전처럼 쏙! 들어감
이건 정말 신기했음..
태동도 없고 너무 허전함
아이 욕심이 많은 나는 죽어도,
다시는 임신을 안 하리라 결심함.
둘째 낳는다고 하면 내가 진짜
개의 자식이라고 할 정도로
근데 지금 우리 아이를 보면
너무 예뻐서 또 낳자고 남편한테
조르고 있음 하하
누가 나한테 개의 자식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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