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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썰/임신 & 육아

34살 초산 출산후기, 무통주사, 촉진제 - 네이트판 레전드 임산부 썰

34살 초산 출산후기, 무통주사, 촉진제 - 네이트판 레전드 임산부 썰










34살의 노산인 초보 엄마입니다

여기 보면 모두들 20대 엄마들의 
출산기만 있어서 저처럼 나이 
많은(?) 맘들을 위해 올려봅니다. 

근데, 30대에 초산 인분이 
없으신가 봐요. 글이 별로 없던데
자, 갑니다! 스압 있어요
  
출산 예정일 : 5월 11일 
출산일 : 5월 5일 
성별 : 여아 
체중 : 2.97kg 
진통시간 : 13시간 
무통주사 : O 
촉진제 : O 
  
5월 1일에 병원에 가서 
내진을 받았었드랬지요

의사선생님이 보시더니 자궁이
아직 준비가 안 돼있네요.
예정일 일주일 후에나 낳을거같아요.

태아 체중이 3.3킬로라는 소리에 
운동의 절실함을 느끼고 그 담날부터 
열심히 운동 모드에 돌입했어요.

운동 모드라 해봤자 하루에 
낮에 한 시간, 저녁에 한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자전거 비슷한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 

페달 밟는 운동기도 
5분씩 나눠서 2회 했지요. 
  
5월 5일 새벽 6시에 배가 
사르르 한 기분이 들어서 깼어요.

일을 쉰지 한 달이 넘었기 땜에 낮과 
밤이 바뀌어서 원래 밤에 잘 깼었는데
이날은 생리통처럼 아프면서 대변을 
보고 싶은 기분이 계속 드는 거예요.

3분 간격으로 계속 사르르 하면
화장실!! 가서 앉아서 쪼금씩 싸고
신랑 아침 준비하는 동안 화장실을 
5~6회 갔던 거 같아요.. 

인터넷을 아무리 찾아도 가진통도 
3~4분 간격으로 아프다는 얘기도 없었고
병원에서도 아직 멀었다 했는데 설마 했지요.

신랑한테 나 배가 조금씩 아파
근데 3~4분 간격이라서 가진 통안 가봐
하면서 일단 출근은 시켰어요.
(울 신랑 어린이날에도 출근함 ) 
  
9시가 좀 너무어서도 계속 아프고 
간격은 계속 3~4분 강도도 좀 더 세지는 거
같아서 혹시 애한테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같은 아파트 사는 남동생한테 
전화해서 병원 좀 같이 가자고 하고

그래도 혹시나 해서 아픈 배를 
움켜쥐고 샤워를 하고 머리도 감았더랬지요.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가서 
끙 아를 한번 더 하고 나니 
피가 살짝 묻어나더라고요.. 

서.. 설마 요게 이슬? 아님 
똥구멍에서 묻어난 건가
  
10시 좀 너무어서 병원 도착했더니
의사선생님이 웃으면서 이제 시작했네요
0.5센티 열렸어요
오늘 저녁 7시~9시에 낳겠어요 입원합시다

허걱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돼있었는데 얼떨결에 입원하게 됐어요.
같이 병원에 왔던 동생네 부부도 얼떨떨
  
11시 병원 입원! 모처럼 쉬는 날이라 
선약이 있던 동생네 부부를 돌려보내고, 

신랑한테도 저녁에나 나오니 
점심 먹고 나 퇴근하라고 말해뒀지요.
친정엄마한테도 오후 5시에나 
오라고 했고요. 나는야 대인배

병원에다 혹시 밥은 줘요? 
저녁에 낳을거라서 배고프면 
안되는데 이랬더니 밥은 준대요

가족분만실에 들어가서 혼자 
누워있는데 간호사가 와서 왼팔에 
수액을 꽂고, 내진과 제모 후 관장약을 
투입했어요. 

남들은 관장약 힘들다고 하던데, 
전 워낙 아침에 많이 싸서인지
관장약 투입하고 나서 10분쯤 후에 반응이 왔어요.

관장약 넣고 신랑이랑 전화로 
통화할 정도로 괜찮았으니깐 뭐
  
배에 태아 심장박동 체크기를 달았어요.
아가의 심장박동을 들으면서 
스마트폰으로 계속 인터넷질

태아를 위해 호흡을 잘 해야 된대요.
복식호흡 아시죠? 길게 길게
  
나이가 많으니 겁도 별로 안 났어요. 
그냥 남들은 진통을 1시간 간격부터 
시작했다는데 왜 난 3~4분부터 시작하는가에 
대해 억울해 했었지요.

계속 핸드폰으로 다른 출산기 찾아보고 있었음
남들은 이렇던데, 왜 난 이럴까 요러면서
  
13시 
점심 먹고 나니 강도가 좀 세지더라고요.
10배 정도의 생리통 증상에서 20배 정도로?
신랑이 오자마자부터 배가 
더 아프기 시작했어요.. 50배로!

간격은 조끔 늦어졌음 5~6분.
그래도 제가 느끼기엔 2~3분이었어요.

한번 진통이 오면 그담 진통이 
올 때까지 1분 정도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해서인가

전날 잠을 못 자서인지 진통하는 
그 와중에도 잠이 와요
  
14시 
간호사가 내진 와서 속을 뒤집어놓는데
진통도 아프고, 내진도 아프고 소리 백
2센티 열렸대요.

4~5센티 열리면 
무통주사를 놔주겠대요.

옆에 있는 신랑은 계속 손을 
잡아주면서 불안불안 점점 강도가 세집니다.

신랑한테 무통! 무통 달라 해! 소리쳤지요
간호사가 또 내진합니다. 3센티
아직 멀었대요.. 흑
  
15시 
거의 죽을 거 같이 아팠어요.
아래에 힘을 주면 안 된다던데, 
힘이 자동으로 들어가요 똥 싸는 힘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손발이 
혈액순환이 안돼서 오그라들었어요.
신랑한테 손발을 주물러달라고 했어요.

진통 간격은 그대로 5~6분. 
하루 종일 이런 짧은 간격으로 
진통을 하고 있으니 미칠 거 같았어요.

30분 동안 무통을 외쳤는데
간호사가 이제 4센티 열렸대요
무통주사 놔주겠다면서 나갔어요.

근데 놔주겠다던 간호사는 온데간데없고
죽을 거 같은 30분이 또 흘렀어요.

신랑한테 또 소리쳤어요
무통 놔주겠다면서 왜 안 와!
  
16시 
무통주사 놔주겠다고 말한 지 
30분 만에 의사가 왔어요.. 죽일 놈
5센티 열렸대요.
  
무통을 맞은 지 10분 정도가 
되니 새 세상이 열렸어요.
전혀 아프지 않았어요.

이렇게 해서 애 낳으면 10명이라도 
낳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잠이 쏟아져요. 
전날의 피로가 확~ 오는데
거의 날밤을 샜었거든요

간호사가 절대로 자면 안 된대요.
나중에 들어보니, 자버리면 복식호흡을 
못하니까 태아가 숨을 못 쉰다고 하더라고요.
 
신랑이 계속 같이 복식호흡을 
해주면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친정엄마가 왔어요.

17시 
무통의 마법의 효력으로 신랑과 
친정엄마와 수다를 떨면서 기다렸어요.
간호사가 오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계속 태아의 심장박동 수를 체크해요.

무통 후에 진통 간격과 강도가 더뎌졌대요.
촉진제를 맞아야겠다요.
  
18시 
촉진제를 맞고도 별 반응이 없어요.
낮에는 진행이 너무 빨라서 시간보다 
더 빨리 나올 수도 있다더니

무통은 고통을 줄여주지만 
진행을 확연히 줄여버리는구나
그래도 복식호흡은 꾸준히 쓰읍 후우
  
18시 30분 
서서히 반응이 왔어요.
그래도 참을만한 정도예요.
심하게 아플 정도가 되어야지 애가 나온대요.
  
19시 
간호사가 이제 연습하재요
신랑과 엄마를 내쫓아요

진통 강도가 세질 때 힘주면 된대요.
근데 무통의 매직 효과가 지속돼서 
언제가 가장 아픈지 모르겠어요

의사선생님도 들어왔어요 낳읍시다! 
(연습한다면서 뭔 반응이 와야지 낳지)

간호사가 얘길 해요.. 지금 힘주면 된다고~ 
끄응~ 힘줬어요~ 
시원치 않아요~ 
계속 반복해요~ 
  
의사선생님과 간호사가 안되겠대요.
태아가 위에 떠있어서 자궁에서 
머리는 보이는데, 태아가 내려오지 않는대요.

그래서 힘주는 동시에 간호사가 
배를 위에서 누르겠대요.
  
자, 갑시다! 하나, 둘, 셋! 끄응
헉! 숨이 막히고 아파 죽을거같아요.
아래가 아픈 게 아니라 간호사가 누르는 배가

숨을 못 쉴 거 같아서 있는데, 
산모가 숨을 안 쉬면 태아가 
위험하다고 하는 거예요! 

저도 숨을 못 쉴 거 같아요.
누르면 너무 아파요.. ㅠㅠ 
  
그럼 혼자서 힘줘보래요 끄응
  
안된대요. 위에서 누르면서 동시에 
힘을 주는 게 산모 혼자서 
10번 힘줄 것보다 더 낫대요.
  
등치 큰 간호사가 또 확 눌러요 
두 번 더 그렇게 하니까 죽을 거 같았어요.

순간적으로 수술시켜달라는 
말이 나올뻔했어요.
  
의사선생님이 아가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대요.. 
힘드니까 지금 빨리 낳아야 된대요.
(저도 낳고싶어요ㅠㅠ)

그러면서 뚫어뻥(이름을 모르니)을 
보여주면서 그걸로 머리를 당길 거래요.
약간 튀어나오겠지만 2,3일 
지나면 괜찮을 거래요.
  
제가 힘이 모자라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해달라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다시 죽을 거 같이 항문에 힘을 주고, 
제 등치의 두 배만 한 간호사가 
엄청난 힘으로 배를 누르고, 

뚫어 뻥(?)으로 의사가 당기는 순간 
쑥~ 뭔가가 빠지는 느낌과 
물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의식이 흐려지려고 할 때, 의사가 그래요.
애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하니깐 신랑이 
탯줄을 자를 시간이 없대요.

그러라고 했어요.. ㅠ 
5분쯤 후에 애가 울었어요. 
태변을 많이 봤대요.. 많이 힘들었나 봐요.

애를 낳을 때 산모보다 애가 
몇 배나 더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아가야 미안 
  
후처리하는데 몇 번 배를 더 누르고
가위소리(?) 같은 게 몇 번 들리고
의사선생님이 너무 많이 찢어졌대요.

남들보다 더 아플 거래요.
회복 시간도 더디고.. ㅠㅠ 

그래도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수술했어야 했대요.. ㅠㅠ 
  
2011년 5월 5일 어린이날 
19시 32분 울 설리가 
그렇게 엄마한테 왔어요
  
지금 산후조리원이에요.
아직도 똥구멍도 아프고, 
젖몸살로 가슴도 아프고, 
손과 발이 탱탱 부어있어서 힘들지만

가장 아픈 건 아이가 젖을 잘 못 빨아서 
칭얼대고 황달기가 있어서 
힘들어하는 걸 보는 거예요.. ㅠ 
  
괜히 내가 노산이어서 애가 아픈 거 같고, 
젖을 못 빠는 거 같고 그러네요 
  
사랑하는 설리야, 엄마가 우리 
설리 무지무지 많이 많이 사랑해
항상 건강해주렴
  
팁! 
출산시 진통이 힘들다고 하는데요, 
사실 모유 수유가 더 힘들답니다

출산 앞두신 분들!
가슴 마사지 조금씩 조금씩 해주세요.
너무 많이 하면 조산기 있다고 하긴 하던데.
모유 수유 정말 힘들어요.
  
이상 서른네 살 
늙은 맘의 출산기였어요
모두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