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진상 맘충 해결썰 - 네이트판 레전드 썰
저희 집은 동네에서
마트를 하고 있습니다.
편의점이나 SSM은 아니고 동네에
있는 좀 규모가 있는 마트라고
하시면 아시려나요.
여름휴가 중에 3일은 저도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오고 하루는 집안일을
도와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날 엄마 아버지는 두 분이서
데이트하시라고 영화 표 끊어 드렸고요.
물건 옮기고, 청소하고 하는 일이다 보니
당연히 화장도 매우 옅게 한 상태였고
30대 초반이지만 동그란 얼굴형이랑
작은 키 때문에 좀 동안(자랑 맞아요ㅋ)이라
나이보다 좀 어려 보였겠죠.
머리도 하나로 묶고 마트 유니폼 조끼도
입고 있었으니 더욱 그랬을 겁니다.
그렇게 어제 하루 종일 가게 일을
도와드리고 있던 중에 오후 3시가
좀 지난 시각 즈음
3~4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를 데리고 젊은 할머니와
젊은 엄마가 마트로 들어왔습니다.
남자애는 손에 장난감 칼을 들고
있었고 신나게 휘두르며 뛰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 젊은 엄마가 쇼핑카트를
끌고 옆에서 할머니가 같이 오며
수다를 떨고 있었고요.
꼬마가 휘두른 칼에 상품들이
진열대에서 떨어지기도 했지만 전 그냥
묵묵히 상태만 한번 확인하고 다시 진열했어요.
솔직히 그동안 마트 운영하면서
저나 부모님이나 느꼈던 것 중에 하나가
더러운 건 피하고 보자 였거든요.
괜히 꼬장꼬장하기만 하고 개념은
없는 손님들 건드렸다가 하루 종일
기분 잡치는 일이 좀 많았어야죠..
정말 꼬마가 그렇게 헤집고
다니는 동안 엄마나 할머니나
한마디도 안 하더라고요.
그러다 일이 매장 제일 안쪽에
있는 축산 코너에서 터졌습니다.
4시 즈음부터 저녁 찬거리 준비하는 손님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3시 즈음이면
양념불고기를 재워서 진열하는데요
이 천지분간 못하고 뛰어다니던
꼬마가 자기가 바닥에도 끌고 다니고
놀이터 흙도 건들고 다녔던 그 장난감 칼을
양념 불고기 재워 놓은 진열대 안에
고기에다가 꽂아 넣었고
당연히 그 고긴 못 파는게 된 거죠.
정육코너 관리하는 실장님이 놀라서
그러면 안 돼!라고 말했지만 이미
꼬마는 일을 치른 상태였고
솔직히 우락부락한 몸집에 남자가
아이한테 좀 소리를 냈으니 애는
당연히 졸아서 지 엄마한테 뛰어갔죠.
좀 멀리서 뒤쫓아오던 엄마는 애가
자기한테 뛰어오는 걸 보고서는 왜? 왜?
하더니 양념육 속에 장난감 칼이 박혀
있는 걸 보고서 쓱- 진열대 골목 쪽으로
뒤돌아 들어가려고 폼을 잡는 겁니다.
당연히 실장님은 어이없어 하면서
그 애 엄마를 불러 세웠고, 아이가 여기에
자기 장난감 칼을 꽂아 넣었다.
우린 이제 이 상품 다 못 판다. 죄송하지만,
이건 변상해 주셔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죠. 정말 차분하게.
실장님은 자기 덩치가 자칫 잘못하면
위협적으로 보인다는 걸 알기 때문에
최대한 웃으면서 가까이 다가서지
않고 떨어져서 정말 친절하게 얘기했습니다.
제가 다 봤어요.
그랬더니 그 엄마는 애를 안아 들면서,
아니 저걸 자기가 왜 변상해야 하냐고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손님 자녀가 한 일인데 그럼 누가
변상하느냐 되물으니까 저런 건 보험
들어놓는 거 아니냐는 뭔 되지도 않는 소리를
그 아줌마는 계속 도망가려고만 하고
실장님은 괜히 남자가 붙잡았다가
험한 꼴 당했다고 난리 칠까 봐 못하고
그래서 결국 제가 나서서 우선 막아섰죠.
죄송하지만 저건 변상해 주고 가시라고.
상품값으로 안 받고, 원재료 값으로만 받을 거라고.
그랬더니 자기 아이 날뛰는 건 생각
안 하고 관리 소홀 운운하더라고요 하
아니 제정신인 아이면 아무리 어려도
그렇지 먹을 거에다가 장난감 칼을 꽂을
생각을 할리가 없잖아요.
그런걸 무슨 수로 예상하고 대처하나요.
아니 이러나저러나 어쨌든 저 꼬마가
잘못한 건데 누가 책임을 져요.
결국 애 할머니까지 합세해서
저걸 우리가 왜 변상하냐고
소리 지르기 시작했어요.
지나가는 다른 손님들 중에 다른
아줌마들이 "그럼 여기는 땅 파서 장사해?
쯧쯧쯧" 하면서 한마디씩 하셨고
그러면 그 손님한테 눈 부릅뜨면서
댁은 뭔데 참견이냐고 소리를 질러 대구요.
죄송하지만 여기 서서 이러실게
아니라 사무실 들어가셔서 말씀 나누실까요?
했죠. 클레임 고객 상대 매뉴얼처럼.
그랬더니 넌 뭔데 아르바이트생 주제에
손님을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냐며
절 밀치신 겁니다 하하
저 그대로 중심 잃고 넘어지고
주위 손님들이며 실장님이며 뭐 하는
짓이냐고 다들 쏘아붙이더군요.
그냥 조용히 설득하고 싶었는데
너무 주위에 사람이 몰려 버린 겁니다.
넘어진 저를 거의 밟듯이 하면서
꼬마와 모녀가 도망 가려는 걸 누가
확 잡아채더군요. 아버지였어요..ㅠㅠ
내가 여기 사장인데, 긴말할 거 없고
여기 그대로 있으라고. 경찰 부를 거라고.
그 모녀가 또 도망가려고 하니까
무섭게 노려보시고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그땐 정말 가만 안 있는다고
지금 당신네들이 밀친 거 아르바이트생 아니고
내 딸이라고, 그리고 아르바이트생이었어도
그 아르바이트생도 어느 귀한 집 딸이라고
거기 할미 내가 지금 그쪽 딸 밀쳐 버리면
나 어떡할 거냐고. 지금 생각하는 그거
고대로 내가 하고 싶은데 참는 거라고.
실장님한테는 빨리 가서 칼 꽂혀 있는 거
사진 찍으라고 하고 아버지는 저 일으켜
세워서 엄마랑 같이 있으라고 하고
그 모녀 움찔할 때마다 어허!
하시면서 노려보셨죠.
한 10분 후에 경찰이 도착하더라고요.
경찰 오자마자 주위 아주머니들이 더
신나하면서 말해보라고도 안 했는데
목격자 진술잌ㅋㅋㅋㅋ
저 꼬마가 상품을 망쳤다.
그리고 저 애 엄마가 여기 학생을
밀치는 걸 여기 모두가 봤다.
경찰들 대충 듣고는 우리 아버지한테
사장님 어떡하길 바라시냐고. 아버지는
변상하고 내 딸한테 고개 숙여 사과하면 된다고.
실장님 시켜서 장부가액 보여주시며
이게 원가라고. 그깟 양념할 때 쓴 야채랑
다른 부자재 비용 안 받고 말 테니까
그냥 고기 비용이나 내고 가라고.
그리고 돈보다 더 중요한, 내 딸한테
진짜 잘못했다고 사과하라고.
그랬더니 거기 애 엄마가 나보고 저렇게
새파랗게 어린애한테 무슨 사과를 하라는 거냐고
저 계집애가 먼저 자기가 지나가려는데
앞길 막고 서 있어서 그런 거지 뭘
그런 거 가지고 사과까지 하냐고 난리 난리
그러면서 몇 살이나 처먹었냐고
아버지가 물어보니까 먹을 만큼 먹었다고
서른이라고. 하 나 진짜
그 순간 어이가 없어서 웃으면서
"저 서른둘인데요?" 하니까 주위에서
아줌마들 다 박장대소ㅋㅋ
경찰 아저씨도 웃음 참느라 힘들어하시고
주인공 애 엄마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거의 울라고 하고 그쯤 되니 할머니가 먼저,
자기네들도 충분히 험한 말 많이 들었고
(누가 누구한테 험한 말을??)
사과할 생각은 전혀 없다.
됐고, 고깃값 물고 가겠다. 얼마냐 해서
카드 받았는데 3개월 할부해달라
그러길래 보니까 체크카듴ㅋㅋ
그래서 일. 시. 불 결제 한우였는데
제가 아버지한테 괜찮다고 말씀드린 후에야
아버지도 좀 누그러드셔서 그 모녀 아이랑
쌩하고 도망가는데
그 와중에 애는 자기 칼 마트에 두고
간다고 찡얼거리면서 움
아.. 어제 퇴근하고 저녁에 집에서
식구들이랑 다 같이 밥 먹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오늘 날씨도 쾌청하길래
유쾌하게 끄적여 봅니다.
베플
저기서 목격자도 있으니
진단서 끊고 야채값까지 제돈 다 받고
무릎까지 꿇렸어야 사이다죠. 아 답답해
베플
동네 주민들 상대로 장사한다는 게
뭔지도 모르고 내키는 대로 개소리
지껄이는 네이트 베플 수준에
형은 오늘도 한숨짓고 간다.
저 정도면 충분히 잘 대처한 거고 글쓴이
아버님이 현명하신 거지. 가게 주인이 기어코
이겨먹으려는 모습이 손님들 입장에서
보기 좋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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