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받는 남편, 가장의 무게감 - 미즈넷 부부토크 레전드
새벽 5시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아침이지만 일어나야 했다
몸이 무겁다 잠을 잤는데도
개운하지 않다아 마 3주째 하루도 쉬지
못하고 출근해서 피로가 누적되어
있으리라 본다
와이프는 내 옆에 세근 세근 자고
있다 깨지 않게 최대한 부스럭 되지
않으며 일어나야 한다
간단한 세면을 하고 출근 준비를 해본다
나에게 아침은 사치이다 아침 6시 30분까지
출근해야 되는 나에게는 아침 시간이
그렇게 힘들 수가 없다
결혼 초반에는 곧잘 밥도 해주고
같이 일어나거나 먼저 깨워줬지만
어디까지나 초창기일 뿐이다
이젠 내가 미안해서 혼자 일어나
혼자 출근한다 출근길에 24시간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1개와 우유 600원짜리를 골라든다
줄 김밥이나 비피더스 가 먹고 싶다
하지만 얼마 전 와이프에게
사준 명품 가방의 금액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정확히 210만 원
내 용돈 20만 원 중 10만 원씩 2년 이상을
모아서 사준 가방이다
다시 모아야 된다 남자가 돈이 없으면
그것만큼 초라해 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해도 트지 않은 골목길을 나서
삼각김밥을 부랴부랴 뜯어서 입에 넣어본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목이 매인다
우유를 뜯어 급하게 마셔야 된다 통
근 버스가 정확히 6시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나는 5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모든 음식물을
섭취함과 동시에 통근 버스에 오른다
일명 닭장차라고 불리는 통근버스에
올라 잠깐 눈을 감는다 눈을 뜬다
어느덧 회사에 도착한다
회사에 도착하면 나의 일과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변함없다
늘 내가 할 일과 남이 할 일
그리고 상사의 갈굼과
직장에 대한 회의 사람이 무섭고 싫어진다
초년생 때만 해도 뭐든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넘쳤지만
이제 신이 버티 벚은 사회인이 되다 보니
사람이 무섭다
와이프가 무섭다 저 댁 본가 다 무섭다
아침 7시에 업무를 시작해 오후 5시에
일을 마무리해본다 오후 5시 이후에 상사의
1 대 1 갈굼이나 회식 다 부서 선배들의
비위 맞추는 건 후식으로 생각해야 된다
술을 좋아하지 않고 담배를 안 피우는
나에게 회식이란 업무의 연장선 중에
최악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가면
누구누구 안줏거리로 씹어댄다
만약 내가 빠져있다면 내가 안줏거리가
되었으리라 이런 생활의 연속이다 보니
회식 또한 빠질 수 없는 것 같다
집에 빨리 들어가 와이프와 손잡고
운동하고 배드민턴 치고 할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2 3번 그 외에는 잔업과
야근 회식이 정해져 있다
내 삶은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일하면 보너스에 성과까지
해서 약 6500만 원 정도 언저리의
연봉을 받아 간다 6500 참 크다면 큰돈이다
근데 막상 내가 쓰는 돈은 1년에
200만 원 정도가 전부다
어쩔 땐 비참하기도 하다 7000만원
가량 버는데 새벽에 일어나 삼각김밥에
우유로 끼니를 때우고 통근버스에 몸을
싣는 꼴이라니
와이프는 이런다 여보 돈 쓸 곳이어딨냐며
담배 안 피우고 술 잘 안 먹고 끽해야 아침
사 먹는 게 전부라며 서운하다
얼마 전 장모님 생신 때 돈봉투
50 찔러줬던 게 생각이 난다
50 나에겐 정말 큰돈이다 삼각김밥 3년분이다
가족들에게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
다만 내가 이렇게 모아서 힘들게 모아서
주는 거란 건 알아줬으면 좋겠다
내가 돈을 괜찮게 벌어서 돈도 잘 쓰는구나
싶겠지만 실상 쓰는 사람은 내 와이프다
난 개처럼 벌어서 개처럼 쓰고 있구나란 생각이 든다
요 근래 회사가 바빠
근 1달 휴일 없이일하고 있지만
이게 응당 당연한 거라 생각하는 와이프가
서운해진다 신혼 초만 해도 너무 고생하는 거
아니냐며 눈시울까지 적셨던 그 모습이
가끔 생각난다
나도 나도 정말 쉬고 싶다
몸이 예전 갖지 않다 한 번쯤은
일이고 집이고 다 때려치우고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가서 자연을 벗 삼아 1달만
살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돈 벌어다 주는
기계가 아닌가 싶다 와이프와 아직 어린
자식은 내가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걸 알까?
겉으론 괜찮다며 웃고 있지만
내 속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지 않나 싶다
결혼 전 난 나 자신에게 가장의
무게를 견딜만한 그릇인지 몇 천 번도
더 물어보았다 물론 답은 모른다였다
지금도 솔직히 모르겠다
이 인생이 내 인생인지 아니면
와이프와 자식을 위한 인생인지 내 모든 걸
희생하여 한 가정을 이끌어 나간다는 게 너무나 힘들다
가장의 무게 여기 미즈 회원분들은
생각이 나 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남자들에게 좀 잘해주길 바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국 남자들만큼
불쌍한 가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베플
남 일 같지 않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네요
삼각김밥 먹기 싫다고 아침 먹고 싶다고
아내에게 말해보심이 그 새벽에
편의점 삼각김밥 먹는 님 모습이
상상이 돼 참 마음이 아프네요
베플
이 글을 읽으니 코끝이 찡해지네요
그래요 다들 그리 산다고 하지만,
가끔씩 가슴속 뻥 뚫린 구멍을
실감할 때가 있지요 힘내십시오
베플
에고 우리 신랑 보는 것
같아 맘이 안 편하네요
밖에서 무거운 짐 지고 나르고
춥던 덥던 밖에서 일하고 그런 모습 보면
항상 맘이 안 좋고 그렇더라고요
아침밥 안 먹는 게 편하다는 사람 중간에라도
먹으라고 빵이며 도시락이며 챙겨주는데
그것마저 힘들 때도 있더라고요(임신 중;;)
서로 일하느라 치여서 같이 먹는
저녁이라도 좀 더 챙겨주고 싶고
아마 와이프도 그럴 거예요
맘 터놓고 아내분이랑 얘기해보세요
아빠가 가장이 일하는 기계는 아니잖아요?
가장이라는 그 단어가 참 무거운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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