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맘에 어디 풀 곳은 없고..
제목 적다가 참나.. 짜증도 나고 뭐야..
싶고 제목 그대로 누룽지 때문인데요
이번 설에 시댁 식구들 많은데
한소리 듣고 또 와서 단둘이 방에
가서 또 듣고 저희 집에 잘 도착했다고
전화드렸을 때도 듣고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엔 짜증이나서
결혼한 지 5개월 된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새색시입니다.
동갑내기 부부이고 아파트가
아직 덜 지어져서
지금은 제가 결혼 전에 살던
오피스텔에 살고 있어요
직장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서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
바로 밑이 시장 이어서 시장 근처에
한동 짜리 원, 투룸만 있는 오피스텔이에요
밥보다는 잠이 우선인 사람이었는데
혼자 살다 보니 먹는게 참 중요하구나..를
깨달아 갔었어요
엄마가 주말에 오시면 같이 장보고
시장에서 칼국수 같은거 먹고 집에
와서 장본 거로 반찬 만들어 놓고
가족 품에 있을 때는 요새 다들 그러겠지만..
부모님이 대해주시잖아요
그러다 혼자 귀찮아서 안 먹고
하다 보니 매가리가 없어진다고
해야 되나.. 그래서 꼭꼭 챙겨 먹기
시작했더랬죠
아침은 귀찮고 먹으면 더북하고
그 10분을 더 자겠다는 저였는데
우연히 시장서 장 보다가 누룽지를
팔길래 사서 먹기 시작했어요
정말 편하더라고요
퇴근하고 와서 한두 덩어리
냄비에 물 넣어 중간불에 올려놓고
옷 갈아 입고 씻고 저녁 먹고
설거지 할 때쯤 딱 알맞게
푹 풀어지듯 되면 불 끄고 담날엔
씻으러 갈 때 데우기만 하면 되더라고요
반찬 따로 필요 없고 뭐..
김치나..간장이나 된장찌개 정도?
뭐 없어도 뜨끈하니 술술 넘어가고
반찬 집어먹고 하는게 아니니깐
밥 먹는 시간 많이 잡아먹지도 않고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오히려 든든하니까
출근할 때 걸어가는데 추운 것도 덜한 거 같고
아침에 커피나 녹차 같은거
속 쓰려서 못 먹는데 물 많이 해서
만들어 놨을땐 텀블러에
국물만 넣어가서 차처럼 먹었어요
물이 많으면 숭늉이니까
암튼.. 결혼하고 신랑한테 먹으라고
하니 안 먹는다고 잔다고
자기는 아침 먹으면 바로 설사한다고
먹고 싶어도 못 먹는 거니
너나 많이 무라 하길래 나는 괜찮던데
하면서 뭐 안 먹는다는데 하다가
제거 숭늉 싸면서 신랑 거도 싸줬거든요
저희 둘 다 국물 있는걸 좋아해서
그리고 갈 때 추우니 한 모금씩
먹으라고 줬는데 그게 고소하니
입에 맛았었는지 저녁에 다음날 먹을 걸
끓일 때 넉넉하게 해보라고 해서
그때부터 같이 먹기 시작했어요
속이 편하다 부대끼지 않는다
든든하다는 둥 특히 설사를 하지 않는다면서
저에게 각종 칭찬을 하는데
엄지 척 같은거요
똑똑하다면서 머리 좋다면서
진짜 머리가 좋거나 똑똑해서라기
보단 추운 겨울에 속이 든든해서
뜨끈해서 좋았던 거겠지요
뭐.. 전 치켜세워주니
거봐 먹으라 했잖아로 되었었고요
그날부터 매번 그런 이야기를 해요
아침마다 죽을 먹는 건 어떨까?
아.. 너무 유동식만 먹으면
위가 활동을 안 한다고 했지
그럼 만두를 넣어보는 건 어떨까?
하면서 혼자 신이 나서 인터넷 뒤져보고
밑에 시장 가서 둘러보고 오고
식당 가서 메뉴에 누룽지 있으면
그 집 누룽지는 어떤 건지 먹어보고 하더니 그
냥 시장표 누룽지 말고 직접 만들어 먹자며
인터넷 뒤지더니 만드는 기계가 있다고
전자랜드 가서 당장 사자는 걸 비싸니
인터넷으로 사자고 제가 말릴 정도가 되었고
그냥 백미는 몸에 좋지 않을 거 같다며
현미로 했다가 발아현미가 최고 하면서
자기가 불리고 자기가 그 기계에 한웅큼씩
넣어서 만들어요
바로 했을때 먹으면 과자 같으니까 먹고
현미라 씹는데 무리가 가거나 소화가
안 될 수도 있지만 푹 끓인 거라 괜찮지롱
숙취에도 이거네!하면서 암튼..
거기에 푹 빠져서 지가 알아서 만들고
주고 먹어봐 하면서 시식도 시켜주고 하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뭐야?
할 때도 많았지만 그거하라고 절 닦달하지 않고
제 혼자 신나서 하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제가 결혼 전에 했던걸 지금 신랑이
다 하니까 전 편하니까요
근데 그 불똥이 제게 튈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 설이 첫 명절이라 저희 얼굴 보신다고
정말 많은 어른들이 시댁에 오셨거든요
신랑 사촌들부터 시작해서 양가 친척들 까지
고모 삼촌들하고 이모 쪽도 그때 신랑이
사촌들하고 술 한잔하면서 누룽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 거예요
큰 발견을 한 사람처럼
와이프가 먹어보라고 했을 때
아침부터 뭘 먹냐 넌....?
이랬는데 와 이기 직이는기라
진짜라니까 나 설사 안 해?!
신기하지 하면서 일장 연설을 하면서 꼭
큰 프로젝트 발표하는 사람처럼
자신이 첨엔 그냥 먹었는데 뭘 첨가해보고
뭐도 해보고 그건 했다가 느끼해서 실패고 뭐
그런 이야기요 동갑이라
좀 ..애 같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남들이 보면 웃을 아기를 세상 혼자 진지하게
거기 온 사람들에게 사람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중..신랑 이종사촌이 형님 좀...
그렇더라라고 했나 봐요
본인은 신랑이 계속 누룽지 이야기만해서
대화가 안되더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했는데 이모가 저희 시어머니께
전달하고 시어머니가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그 많은 사람 있는데서 전 몹쓸 애가 되었고
사람들 가고나서도 방에 오라고 하셔서
또 같은 이야기를 하시고 집에 잘 도착했다고
전화드려도 또 같은 이야기를 하시고
어머님 말씀은 어떻게 누룽지를 줄 수가 있냐
너는 뭐 하고 왜 하필 명절에 사람 많을때
그 야기를 해서 사람 쪽팔리게 해냐
너는 뭐 하는인간이냐 부터 그냥...
쪽팔리기도 하고 화도 나고 한걸..
그냥 저한테 화풀이하셨다고 생각이 들었고
이 모든 건 저놈 때문이다..
싶어서 신랑을 들들 볶았어요
네놈 때문이라고 왜 1절만 하지
보는 사람마다 사불랑 거리냐고
다다다다다 걸렸고 신랑은
그게 왜 엄마가 화날 일이지
이러니 일방적으로 저만 신랑한테
퍼붓고 담부턴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긴
영양가 없는 이야긴그냥 남들 앞에
선 제발하지 말아 넘어갔거든요
근데 화요일 7시 아침에
어머니가 오신 거예요
반찬 바리바리 해서
국까지 만들어서
내가 어떻게 아침을 해야
되는지 알려주겠어!
시간 없을 거 같아서 미리 만들어 왔으니
너도 먹어라 누룽지 따위 제발 치아 푸고
얼떨결에 한상 거하게..
아침부터 강한 음식을 먹으니
당연히 배속이 뒤틀리고
저야 걸어서 회사를 가니 다행인데
신랑은 차로 이동을 해서 가는
내내 식은땀줄줄에식겁햇다고 해요
오늘 저녁엔 만드는 걸 알려주겠다고
오신다고 하는데 둘 다 야근이라고
오지 마시라고 신랑 설사 했나 보더라고
했더니 안 먹다 먹어서 그런 거라고
그러길래 평소에 좀 해주지라고 하시네요
제 생각은 그 반대인데 신랑지가
저지른 일 지가 알아서 하겠지만 아니..
누룽지를 먹던 죽을 먹던 토스트를
먹던 그건 본인 맘대로 아닌지...
언제까지 품 안의 자식이라
생각하실 건지 답답해서요
베플
누룽지가 포인트가 아니라
아침밥이 포인트인거겠져.
어른들 눈에는 그저 그냥 많이
삼시세끼 많이 쳐먹는게
젤 좋아 보이는거 뿐임..
이놈의 시월드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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