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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썰/진상 & 사이다

나이만 처 먹은 노인네와 멋진 노신사분 - 오유 레전드 사아다 지하철 노약자석 썰

나이만 처 먹은 노인네와 멋진 노신사분 - 오유 레전드 사아다 지하철 노약자석 썰



어느 날 낮에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고 있었음 
그런데 갑자기 생리통이 시작된 거임 

지금 까지 내 생에 통틀어 2번째로 
아픈 생리통이었음 지하철 안이 시원했는데
식은땀 흘리고 끙끙대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음  

남들 보기에도 상태 안 좋았는지 
맞은편에서도 힐끔힐끔 쳐다보고 그랬음 
당시 지하철은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이고 
서있는 사람 전혀 없었음 

그런데 한참 끙끙대고 있는데 
누가 내 옆자리에 앉더니 내 앞에 
누가 서는 거임 

그러더니 식은땀 흘리고 간간이 신음소리가지 
내던 날 보면서 혀를 차면서 요즘 어린 것들은
하며 큰 소리로 뭐라 하기 시작함 

맞은편에 빈자리 있는데도 
굳이 내 앞에 서서  요즘 어린 것들은 
예의가 없다는 둥 가정교육이 안되어있다, 

내가 네 부모뻘인데 
넌 부모가 없냐는 둥 마구 뭐라 하는 거임 
등산을 다녀오시는지 등산복 차림이었는데 
뭐라 하다가는 등산용 스틱? 지팡이? 
그걸로 날 툭툭 치면서 이년저년 
하면서 계속 뭐라 했음 

40~50대쯤으로 보이는 남자분이었음 

진짜 아픈 것만 해도 주저앉고 울고 
싶은데 빈자리 놔두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음 
심해 보였는지 내 옆자리 앉은 일행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그만하라 말림 

그런데 이런 것들은 가르쳐서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계속 
스틱으로 툭툭 치며 욕을 함 

그냥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마음에 
쓰러지더라도 맞은편 빈자리 가서 
앉으려고 일어났음 

그런데 누가 내 팔을 붙들고 
부축하더니 날 노약자석에 앉힌는 거임 
보니까 하얀 중절모 쓴 할아버지였음  

나보다 네가 더 약자인 거 같이네 
앉아있으라고 하시면서 앉힌고 어깨 
토닥토닥하시고는봉에 기대어뒀던 지팡이를 
챙겨서 내가 앉아있던 자리 쪽으로 가심 

그 할아버지는 지팡이는 거들 뿐인 
꼿꼿한 등에 힘찬 걸음걸이로 
터벅터벅 걸어가심 

좀 전까지 막 욕을 하다가 이젠 
그 자리에 앉아 옆 사람이랑 큰 소리로 
대화중인 아저씨 앞에 딱 서자마자 등이 
휙 굽더니 지팡이에 기대면서 아이고 
삭신이야!!로 스타트를 끊으심

요즘 젊은 것들은 네 가지가 없다 
세상 말세다 자식 ㅅㄲ 만 없는줄 알았더니 
부모도 없나 보다며 막 뭐라 하심 

내가 앉은 자리에선 할아버지 
등이 보여서 할아버지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그 아저씨 표정은 잘 보였음 

한껏 구겨진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노려보더니 결국 일어나 내 앞을 
지나쳐 옆 칸으로 넘어갔음 

그리고 잠시 뒤 그 일행도 
같이 옆 칸으로 넘어갔음 

그때 그 할아버지의 뿌듯한 미소와 
후광이 비칠 것만 같은 새하얀 
중절모가 지금도 생생함 

지나가다가 하얀 중절모 
쓴 할아버지만 봐도 그때 생각나서 
왠지 좋은 할아버지 같아 보임 


베와 베 쭉 보다가 자리 양보나 
어르신 이야기가 너무 안 좋은 
이야기만 있는 거 같아서 씁니다. 

자리 강요하는 분들 말고도 이런 
어르신도 계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