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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썰/진상 & 사이다

정말 궁금해서 도를 아십니까 따라갔다가 도망친 후기 - 오유 레전드 썰

정말 궁금해서 도를 아십니까 따라갔다가 도망친 후기 - 오유 레전드 썰



길에서 한 번이라도 도를 아십니까? 
하는 일 겪어보신 분들 많을 거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겠지만 혹시 이러한 것에 별 관심은 
없어도 알고 싶은 사람들 계실 거임 

그러한 '도'의 실체에 대해서 
내가 오늘 작게나마 경험하고 
여러분들께 알려드리려고 글을 쓰겠음  

나는 평소에 호기심 많고 무엇이든지
배우기를 좋아하는 법학과 학생임  

이번 주말은 눈도 오고 옆구리가 
많이 시려 훈내나는 시립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함  

한번 책을 잡으면 한 십분 정도는 
말똥말똥한 기운을 유지하는 내가 

오늘은 딱 잡자마자 피곤한 거임 
에라 모르겠다 그냥 집에 가서 우유나 
해야지 하고 도서관을 나서 집에
가는 길이었음  


눈 내리는 포장마차의 훈훈한 불빛 
아래 삼삼오오 모여 떡볶이며 튀김이며를 
먹고 있는 오라질 여인네들의 소박한 
웃음소리를 한껏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보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아저씨 한 분이 
어! 하면서 내 손을 잡는 거임  

그러고는 다짜고짜 
'자네는 내가 알고 지내야 될 사람 같으니'
'자네가 바로 자네 가문을 이끌어갈 한 사람이네' 

이런저런 비슷한 이야기를 했음 
한마디로 도를 아십니까? 였음  

근데 말했다시피 이런사람 
저런 사람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내가 
도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했던지라 
갑자기 알고 싶어졌음  

예전에 한 번은 터미널에서 친구 
기다리다가 여기저기 전도하시는 
이단 권사님들 상대로 2시간여의 
긴 토론을 한 적이 있음 

그분들이 차 시간 언제냐고, 
어디 안 가냐고 물어봐도 안보내 드리려고 
계속 질문하고 따지고 추궁하다가 다른 
동료분이 너털웃음 지으면서 끌고 가심  

암튼 나도 이런 거 
이제 당해 보았고, 또 당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다 입에 발린 소리 하면서 기운이 
어쩌네 조상님이 어쩌네 하면서 
자기랑 공부하자고 함  

나는 뭔가 피곤하기도 하고 춥고 한데 
아저씨가 하는 말이 꽤 그럴싸하기도 하고 

어차피 집에 가봤자 
춥기만 하지 별로 할 일도 없으니까 
그 모임(?) 인가에 참여해서 배울 것이 있으면 
배워 볼까 하고 따라감 음 뭔가 이야기가 
굉장히 길어질 듯한데 

아무튼 그 모임 장소에 가면서, 
그곳이 어떤 이름의 모임인지 또 공부만 
하는데인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곳인지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음 

근데 답변하는 게 모임 이름은 없고 
그냥 수행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곳이라 돈을 목적으로 누군가를 
끌어들이는 그런 곳은 전혀 아니라고 했음  

내가 "그럼 아저씨는 돈도 안 벌고 
공부만 하신다는데, 가족도 없으시다면서 
어떻게 생활하세요?" 

그러니까 아저씨는 그냥 모임 중에 
몇몇 분들은 일을 하시니까 
그런 분들이 도와준다고 함 

아 참으로 정겨운 사람들이구나 배움을 
위해서 공동체에 헌신하는 그런 분들이 
아직도 계시는구나 하고 생각함 

아무튼 그 모임을 하는 
어떤 건물의 3층 방으로 올라갔음 
2층은 교회였음 

자세히 둘러보지는 못하였지만 
대충 수행하는 골방?이 세 개 있고 
커다란 거실이 하나 있었음 

방 하나에서는
 독경 외우는 소리가 들려왔음 
아무튼 뭐 점집처럼 화려하게 치장하거나 
병풍이 있는게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휑한 공간에 책장 하나, 난로 하나 있는 
말하자면 진짜 사람들 공부하고 
수행하는 그런 곳 같았음  

나도 아저씨 말하는 것 가만보면 
도교나 유교의 한 뿌리 정도로 생각했으니까  
아무튼 아저씨 아주머니 30대 형, 이십대로 
보이는 학생들 등등 많은 연령층의 사람들이 
10명가량 있었음 

난로 옆에 아저씨가 책상 하나를 펴더니만 
나보고 앉으라고 하고는 종이 하나를 꺼내들었음 

이름과 나이를 묻길래, 
아 사주팔자 보는구나 생각했음  
점 같은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보통 
점을 보면 앞으로 어떻게 될 팔 자라느니 
그런 말을 하지 않음? 

근데 나에 관한 것은 하나도 얘기 안 하고 
시시한 하늘과 땅과 귀신에 관해서 말하는 거임 
무슨 조상님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떠돌고 
있는데 그 사람들을 하늘로 보내기 위해서는 
정성을 들여야 된다나? 

그래야 문이 열리고 조상님이
 편하게 가서 내가 잘 된다는 거임  

뉘 예뉘 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는데 어떤 50대 정도로 돼 보이는 
아저씨가 들어옴 

근데 내 앞에 설명하던 
그 아저씨가 갑자기 일어나 인사를 
하는 거임 이거 뭐야  

모임 주최자인가? 아무튼 다른 
사람들도 수행하는 방에서 나오면 뭔가 
그 사람에게 깍듯이 인사하길래 

아 여긴 무슨 단체이고 저 사람이 
대빵이구나 하는 것을 직감했음  

그리고 그 대빵 아저씨가 난로 옆에서
어떤 아주머니 불러다 놓고 훈계하는 말을 
가만 들어보니
(그들은 내가 엿듣는 것에 신경도 안 썼겠지만) 

뭐 어떻게 말하면 안 된다느니, 
좀 더 공감되는 말을 해야 된다느니 
하는 무언가의 계략을 가르치고 있었음  

아무튼 이야기가 좀 더 진행되어 
사람이 조상을 모시려면 제사, 굿, 
정성을 들이는 세 가지가 있는데 

제사는 일 년에 한번, 
굿은 시도 때도 없이, 하지만 정성만은, 
그 가문의 조상의 덕을 받은 한 사람이 
일생에 딱 한번 드려야 된다고 했음  

그리고 바로 
네가 조상이 많이 따르는 사람이라고  
여러 쓸데없는 질답이 오고 갔지만 각설하고 

그 정성을 드리기 위해서는 무슨 종이?
(부적 같은)를 손바닥에 말아서 세워놓고 
태워야 한다는 것이었음 

그래서 손바닥에 인을 새겨야 된다나? 
한마디로 손바닥에 담배빵 지지라는 거였음  
이런 미친놈들을 봤나 존나 속으로 
비웃고 있는데, 내가 별로 설득이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옆에 어떤 아주머니가 존나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척하면서 가르쳐 주는데 
아저씨가 했던 말과 진짜 레알 토씨 하나, 
쉼표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말하는 거임  

아저씨도 뜨끔했을 거임 
존나 똑같아서 아 이것들이 지금 사람 
등쳐먹는 교육을 아주 제대로 받으셨구나 하고 
내가 슬슬 떠보기 시작함 그래서 정성을 
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고 

아저씨는 이렇게 말함 물론 종이만 
태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것은 
그냥 형식에 불과하고 종이를 태워서 
정성을 들이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너의 조상들을 생각해서
 더 잘되고 더 도움을 받기 위해 떡 하나, 
대추 하나라도 상에다 올려놓고 
드리는게 낫지 않겠냐  

아 그래서 상차리려면 
얼마나 필요하냐 물어보니까 
그거야 정성을 들인 사람 마음이다 우리가 
뭐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또 학생인데 
뭐 거금 들이라는 것도 아니고라고 함  

근데 나는 지갑을 안가져 와서 
돈이 한 푼도 없음 그리고 오기 전에 
돈 한 푼도 없다고 말했고 

아저씨도 돈보다 정성이 중요하다면서 
단돈 만 원이라도 꿔줄 테니, 안되면
정화수라도 놓고 하면 되니까 따라오라고 함 

내가 존나 순진한척 하면서 
진짜 꼭 정성을 들이고 싶은데 제가 
얼마 정도 해야 될지 감이 잡히질 않네요 

라고 하니까, 어떤 사람은 500
( 시발 어떤 병신임), 108만 (108번뇌 ), 
99, 77, 50 뭐 이렇게 한다더라  

시발 학생인데 50 이하로는 
말도 안 꺼냄 그래서 내가 
69만 원도 가능하냐고 물어봄  

그랬더니 눈치 못 챘는지 아니면 
맘속으로 아주 눈이 번쩍번쩍했는지 
얼마라도 상관없다고 함  

아무튼 이놈들 속셈을 알게 되니까 
순수한 마음에서 따라갔던 나를 
이런식으로 등쳐먹으려고 하는 게 

괘씸하고 이런 것에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얼른 자리를 
떠야겠다고 마음먹음 시간은 9시를 막 넘겼음  

그래서 내가 지금은 돈이 없어서 못하고, 
낼모레 알바 월급 나오는데 생활비를 
제하고 전부를 내겠다고 함  

그랬더니 아저씨가, 안된다고 
지금 당장 안 하면 공력이 소멸되어서 
정성을 들이기 힘들어 진다네 뭐라나 

그래서 그게 뭔 소리냐고 
지금 정성을 들이나 나중에 들이나 
똑같은 거 아니냐고 말함 

그러자 옆에 얼쩡얼쩡 모여있던 사람들이 
(추워서 난로 옆에 있는척하면서 다들 
나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 

너도나도 매일 되는 것이 아니라 
길일이라는 게 있어서 오늘 꼭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랄함 

그래서 아 그렇다면 다음 길일 때에
 다시 오겠다 길일이 꼭 오늘 한번뿐인가? 
라고 반론하니까 공력 어쩌고 하면서 
되지도 않는 지랄 떪 시발 이거 그냥  
번 싸지르고 그냥 박차고 일어날까 하다가 

그럼 오늘 안에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 
내가 지금 돈이 없으니까 잠시 집에 가서 
돈 좀 가져오겠다고 하니까 

그러지 말고, 돈이야 빌려줄 테니까 
일단 정성을 들이고 나서 나중에 주라고 함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어떻게 돈을 빌려주냐 
내가 다시 안 올지도 모르지 않냐고 하니까 

그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정성을 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은혜를 망각하겠냐고  

그래서 내가 나 그냥 째고 도망갈 수도 
있다 그러니 너무 사람 믿지 말고 그냥 
내가 돈을 가져올 때까지 기다려라 

그게 나에게도 
더 진정으로 정성을 들이는 것이니 
조상님이 더 좋아하실 것 아니냐고 하니까 

어떻게든 나를 잡아 가두려고 
애를 씀 내가 이성에 의한 합리적인 
사고 판단을 하지 못할 사람이었으면 
어찌어찌 포기하는 심정으로 
그냥 상 차렸을지도 모름 

그 정도로 여러 사람이 
몰아붙였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음 
명색이 나중에 법관이 되기를 희망하는 
법학도인데 이깟 논리 없고 감성 없는 
사람들의 개소리에 흔들려서야 되겠음 

아 그래서 내가 지금 당장에 정성을 
들이기를 그쪽에서 희망한다면, 
내가 지금 부모님께 전화를 해서 
돈을 가져와 달라고 말하겠다고 함 

그러니까 아줌마가 자기도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알았다고, 전화하는 대신에 이러한 일에 
돈을 쓰는거라 말하지 말라고 함 

그래서 나도 그런 건 걱정하지 말라고 
그냥 용돈 필요하다는 식으로 얘기할 거라고 
하니까 안도를 하면서 (병신들 ) 
옥상에 가서 전화하고 오라고 함 

응? 옥상? 시발년 암튼 가방 챙기고 가는데
(가방 때문에 좀 위험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아저씨가 따라옴 ㄷㄷ 

그래서 왜요? 추운데 같이 가시게요? 
해서 아 같이 가면 안되냐고 
얼버무림 시발놈들 

이대로 아저씨랑 옥상으로 올라가면 
꼼짝없이 잡히겠구나 생각하고 
얼른 기지를 발휘함 

마침 화장실이 계단 아래 중간층에 있었음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면서 아저씨와 
만 층을 내려옴 

근데 니미럴 아줌마 년 이 문밖의로 
또 나옴 와 나 그때, 아저씨도 쉬가 
마렵다는 것을 눈치챔 

그래서 아저씨 보고 아 먼저 들어가세요 
존나 순진한 표정으로 얘기하니까 
아저씨 화장실로 들어감 

그러고 나는 그냥 튈까 아니면 
저 아줌마 뺨따귀를 한대 쌔리고 
도망칠까 생각하는데 아줌마가 불안한지 
나보고 질문하나만 하자며 올라오라고 함  

위기 절정의 순간 아저씨는 
아직도 화장실에 아무튼 나는 다시 계단을 
올라가서 아줌마의 말을 듣는 척하다가 

아 화장실 졸라 마려워 하면서 
아줌마 밑에도 화장실 있죠? 하고는 
천연덕스럽게 그 아래 아래층으로 내려감  

아줌마 존나 당황해서 야 거기로 
가면 안 돼! 막 소리치는데 시발 

무시하면서 계속 내려가니까 
존나 아저씨 들어가 있는 화장실 문 
뚜드리면서 보소!! 빨리 좀 나와보소!! 
함 시발년 
  
일층에 딱 서서 "야 이 개새끼들아!
학생이 아르바이트트 해서 힘들게 번 돈 
그렇게 등쳐먹고도 참 복 많이 받겠다 
씨팔년들아" 

하고 존나게 뛰다가 얼음판에 미끄러져서 
핸드폰 내동댕이 쳐지고 무릎 찧어서
 지금도 많이 아픔  

아옼 진짜 내가 인상이 선해서 
사람들이 호구로 보는게 있는 것 같음 
길거리 다니다보면 인터뷰 겁나게 함 

암튼 도에 대해서 
알게 된 참 값진 시간이었음 아는것이 
힘인 것과 모르는 것이 약인 것을 동시에 배움 
와 이렇게 장문의 글은 처음 써보는데 
떻게 마무리하지? 

도란 결국 이런 것임 여러분 속지 마세요 
(괜한 걱정인가?) 도를 알아도 안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