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과 시댁의 충격적인 비밀 - 네이트판 레전드 썰
저는 29 남자친구는 30 대학 동기로
만났고 7년을 교제했습니다
남자친구는 다정하고 자상한 성격이고
저는 애교 있는 편이라 큰 다툼 없이
오래 잘 만났어요
얼마 전 남자친구가 정직원으로
확정되면서 프러포즈를 받았고
기쁘게 수락하고선 양가 부모님을
뵙기로 했습니다
7년이나 만나긴 했지만 서로 부모님
뵙자는 말은 한 번도 한 적 없었습니다.
저희 커플은 당연히 둘이서만
연애하는 그런 분위기였어요.
아무튼 양가 스케줄을 여쭈니
저희 부모님은 언제든 상관없다 셨고
아버지는 소소하게 자영업을 하시고
어머니는 가정주부이십니다.
남자친구 쪽 부모님께서는
편하신 날짜를 정해주셔서
저희 부모님 먼저 뵙게 되었습니다
뭐 전 엄청 긴장하고 두근두근했지만
평범한 자리였습니다 인사와 덕담이 오가고
식사하고 차 마시고 다음에는 술도 한 잔 하자며
훈훈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헤어졌습니다
문제는 남자친구 부모님을 뵈러 갔을 때 터졌죠
과일바구니를 사들고 떨리는 마음으로
심호흡을 하며 남자친구의 집으로 들어가자
남자친구 어머니께서 대뜸 첫마디로
"잘 됐다. 과일 잘 깎는지 볼 수 있겠네.ㅎㅎ"
하시는 겁니다.
아니 정말 순간 어버 버버 했습니다
보수적인 분이시구나 명절에 힘들겠다.
이때만 해도 딱 저 정도 생각을 했어요
너무 긴장해서 당시에는 불편한
말을 들었다는 느낌도 없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인사를 드리는데 내내 이어지는
소위 기선제압이라고 하나요.
덕담이 아닌 악담들
기억나는 거 몇 개 적어보면
- 여자 나이 스물아홉이면 올해
후딱 잡아서 하려고 하겠네 ㅎㅎ
우리 아들은 안 급한데 네가 조른 거 아냐?
- 배가 좀 나왔네 ㅎㅎ 게으르겠다
어릴 때 복부에 큰 수술을 받아서
수술 부위를 보호하고자 지방층이
쌓이는 거라고 병원에서 얘기해줬습니다.
전반적으로 마른 체형에 가까운데
복부는 잘 빠지지도 않고 빼기도
무서워서 뱃살이 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 우리 아들 너한테 장가가야 한다고
나 용돈도 안 주는데~ 결혼하면 며느리가
챙겨줄 거지? 너만 믿으면 되겠다
- 얼굴에 색기가 있네 남자 많았겠다 ㅎㅎ
약간 하이톤의 목소리로
놀리듯 빈정거리듯 깔깔대며
말씀하신다는 느낌이었어요
만약 제가 불편하다고 말하면
"농담도 못해? 호호호. 너 좀 예민하다"하고
바로 받아칠 준비를 하고
계시는 느낌이랄까요
긴장이 오히려 풀리고
조금씩 마음이 싸해졌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마디
- 너네 부모님 너 너무 내놓고
키우신 건 아니지? 그나이면 걱정이 돼서
핀트가 딱 돌아서는게 느껴졌습니다
이 사람 며느리는 못하겠다
뭐라고 반박해야 할까 손이
떨려서 말이 안 나오는데
이어서
- 결혼하면 자주 올 거지? ㅎㅎ
얼마나 자주 올 거야? ㅎㅎ
라시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무의식 적으로
- 안 올거에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며
어머니 눈이 동그래지시더라고요
- 뭐?
- 안 올 거라고요, 결혼해도.
명절에도 생신에도 안 올 겁니다.
저희 부모님 운운하며 말 못 가리시는
분 앞으로 다시는 평생 안 볼 거예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했어요
눈물이 차오르고 몸이 떨렸어요
쉽게 흥분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 뭐 이런 게 다 있어? 야 내가
너 무서워서 말이나 한마디 하겠니?
결혼하고 안 와? 결혼을 안 시켜!!!
어차피 안 할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더 이상 말 섞기도
피곤해서 네 하고 대답하고
나가려는데 그때까지 한 마디도
안 하고 듣고만 있던 남자친구가
입을 열었어요
- 나도 안 올 거야. 엄마가 나한테
그러는 거 아들 도리로 30년을 참고 살았지만
이 사람에게까지 그럴 줄은 몰랐어 진짜.
엄마 동의 필요 없어.
결혼식도 오지 마 안 불러.
그리고는 제 손을 잡고 집에서 나왔습니다
저희 집으로 가는 내내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그냥 다 싫고 다 밉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남자친구도
묵묵히 같이 걸어줄 뿐 말 한마디 없었어요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카톡 한 통이 왔습니다
마음 다치게 해서 미안하다.
나는 평생을 모진 말과 정서적
학대 속에 불행하게 자랐다.
너를 만나고 처음 행복을 알았고
자존감이라는 게 생겼고 소중함을
알게 됐고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너는 나한테 태양 같은 존재다.
그래도 가족이라고 인사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너무 미련했던 거 같다.
평생 마주치는 일 없게 할게.
나 버리지 말아줘
이 일이 나흘 전이고
그 이후로 연락을 안 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정리되지가 않아요
남자친구 처음 만났을 때
괜찮은 외모와 다정한 성격임에도
굉장히 자존감이 낮고 한 번씩 과할 정도의
방어기제와 부정적인 사고를 보이기도
하는 게 이상했는데 모든 게 이해됐습니다
지금은 아주 많이 좋아졌습니다.
거의 완전히 나았다고 봐도 될 정도에요.
본인 의지가 확고해서 열심히 변해갑니다
하지만 자신 없어요
내가 저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게
나를 저 구렁텅이로 끌고 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좋을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베플
댓글 쓰려고 로그인했습니다.
전 제가 남자친구 같은 쪽입니다.
겉보기엔 멀쩡하고 학벌 좋고 직업 괜찮은데
자존감 낮고 상처가 많아 성숙한 연애도
제대로 못했었는데 기적적으로 남편
만나서 결혼했고 이제 애가 둘이지요.
솔직히 말씀드려 결혼초에는
남편이 고생 많았습니다.
특히 아이 키울 때 내 몸이 힘드니까
남편이 많이 배려하고 같이 해주는데도
그걸 몰랐었어요.
그렇지만 저도 남편과 서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제 가정사로 힘들 때 남편이
절 격려해주고 공감해주고 제가 그런
가정환경에서 이만큼 잘 해나간 것도
훌륭하다고 해줘서,
이제는 거의 극복해가면서 친정과
독립해나가고 있어요. 남편에게 나랑
결혼해줘서 고맙고 힘들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모두가 자란 환경 다르고
성격 다른데 서로 맞춰가며 사는 거라
생각하고, 본인도 결점 있는데
제가 그걸 채워줘서 남편은 제가 좋답니다.
결정적으로 사랑한다고요.
글 쓴 분도 잘 생각해보시고,
남자친구를 사랑하고 서로 맞춰가며
살 수 있다면 한번 기회를 줘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결혼은 신중해야겠지만 남자친구가
본인 한 말을 잘 지켜나가며 글 쓴 분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다면 글 쓴 분은
남자친구 존경받으며 지내실 수도 있어요.
전 제 인생을 새롭게 해준 남편을 존경하거든요.
베플
님 글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남자친구 카톡 내용에선 눈물이 핑 돌았음.
저라도 엄청 고민될 것 같은데요.
님이 제 친동생이라고 생각하면
전 결혼 말릴 것 같아요.
정말 어머니와 인연을 끊을
생각이었다면 님을 소개하기
전에 님에게 사정을 말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살다 보면 분명히 마주칠
일도 있을지도 남자친구 분에 내재돼
있는 낮은 자존감도 종종 보일 텐데
다 감당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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