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상 연인 미만 첫사랑과의 첫 키스 이야기 - 레전드 썰
첫 키스는 어떤 느낌이냐고 묻는데
추억이 생각나서 써본다.
미리 말하자면 난 운이 좋은 편이였다.
첫사랑과 첫 키스를 했거든.
2014년 2월이었다.
당시 나는 스물한 살이였고 한 살 어린
스무 살의 여자애와 우연히 만나 홀딱 반해있었지
자주 말하지만 첫사랑은 말 그대로
빠지는 순간 '아 이게 첫사랑이구나' 느낀다.
어떤 계기로 얘를 좋아하게 됐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항상 내 꿈에 나올 정도로 좋아했어.
꿈 내용도 비슷했는데 과정은 달랐지만
항상 내가 고백을 하면 얘가 차는 식으로 끝났지
아마 우리 사이가 꿈에 투영된 거 같다.
하루 종일, 눈 뜰 때부터 자기 전까지
전화 와 카톡을 하고 만나면 손도 잡고 껴안기도 하며
항상 달달한 느낌을 유지했지만 어쩐 일인지
이 애는 내가 조금이라도
마음을 표현하려 하면 냉혹하게 돌아섰다.
좋아한다는 말, 보고 싶다는 말, 하트,
선물. 뭐하나 부족한 게 없었다.
얜 나한테 호감을 표현하고 있었어.
그런데 내가 마음을 표현하는 날엔
잘 하던 연락도 뚝 끊기고 몇 시간
지나서야 연락이 왔다.
이런 이상한 관계를 얼마나 유지했는지 모르겠다.
결국 못 참았지. 난 어느 날 술에 취해서
전화를 걸었어. 좋아한다고,
이런 감정 느껴본 적 없다고 말한 내게
잠시 고민하더니 '난 아닌데?'라고 답해주던
이 애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난다.
단 한순간도 이성으로 생각해본 적
없냐는 질문에도 걘 그런 적 없다고,
우린 친구라고 딱 잘라서 말하더라.
마음이 많이 아팠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
근데도 이대로 끊으면 이 애를 잃을 것
같아 내가 되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다만 다음날 일어나 습관적으로
카톡을 켰는데 마지막 카톡이
'그럼 내일 보자'라고 와있는 거야.
직감적으로 느꼈다. 내가 또 미친 짓을 했구나.
약속은 약속인지라
그대로 씻고 준비하고 얘네 집으로 갔다.
가는 길에 카톡 대화 내용을 보니까 난 너
더 오래 보고 싶다고, 친구로 지내자는 얘의 말 뒤에
알겠다고 친구로라도 보고 싶으니까
내일 만나자고 내가 설득한 거였어.
진짜 난 자존심도 없나 보다.
하면서 걔를 만났는데. 운동복에 패딩 입고,
얼굴엔 비비만 바른 채 나왔더라.
그 모습마저도 어찌나
청초하고 이쁘던지 또 반한 거 있지.
그렇게 같이 밥을 먹으러 간데 그때
그 애랑 뭘 먹으러 간지 아직도 기억난다.
우린 닭갈비를 먹으러 갔어 밥을 먹으면서
같이 얘기를 하는데 뭔가 분위기가 안 좋더라.
내 말에 하는 반응이나, 자기가 얘기하는 거나
전부 딱딱하고 어색했어.
어찌 됐건 밥을 그렇게 다 먹고
평소에 그랬던 것처럼 같이 멀티방을 갔지.
가서 게임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데 내가
걔 무릎을 베고 누워버렸어.
ㅋㅋㅋ 어떤 생각으로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얘도 그거 보고 빵 터지고 그리고 나서
다시 원래처럼 살갑게 굴더라.
같이 손잡고 카페에 가서 이 애가 좋아하는
라테를 두 잔, 허니브레드를 하나 시켜서 앉았다.
얘기도 하고 손장난도
하다가 얘가 나한테 얼굴을 들이밀더라.
그런데 얼굴을 들이미는 게 너무 떨리는거야,
지금껏 설렘이란 단어는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심장이 떨리는 게 느껴져서 얼굴을 피했다.
그럴 줄 알았다며 웃고는 계속해서 그러더라 참
얼굴을 들이밀면 난 피하고, 이걸 몇 번이고 하니까
너무 떨리고 부끄러워서 내가
"너 그러다가 큰일 나는 수가 있다" 라고 으름장을 놨다.
그랬더니 얘가 '네가 어쩔 건데~'
하면서 다시 얼굴을 들이밀더라.
그때 들어오는 얘 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 뽀뽀해버렸다.
정적이고 뭐고 없다.
입술 닿는 순간 놀란 눈으로 내 뺨을 때리더라.
그때 웃겼닼ㅋㅋ 카페 사람들 다 우리 쳐다보곸ㅋㅋ
한대 맞은 내가 벙 쪄 있으니까 얘가 한마디 덧붙였어.
'이러면 친구가 아니잖아' 하고 그 말이
가슴에 남는다. 상처였지.
그리고 나서 걔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살살 농담도 하고 하면서 풀어주더라.
난 걔한테 말했다.
미안한데 친구로 생각하겠다는거
거짓말이라고 난 너 좋아하고 이대로 못 지내겠다고,
네가 정 아니라면 이제 그만하자는 식으로 말하니까
얘는 '그럼 이제 우리 집 안 와야겠네'
한마디만 해주더라.
그리고 얼마간 얘기를 나누고서
이렇게 끝이구나 하고 쓸쓸히 밖으로 나왔다.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니었든데 나올 때 보니
눈이 펑펑 내렸다. 2월인데도 눈이 엄청 내리더라.
우린 신기해하면서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 버스정류장 앞에 섰다.
물론 그때까지 둘 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근데 그날은 눈이 내려서
그런지 5분이면 오던 버스가 20분 가까이 안 오더라.
이제야 버스가 멀리서 보이는데, 누가 날 확 안는 거야.
그리고 입을 맞췄다.
정말 놀랐다, 눈도 커졌고.
뒤늦게 살펴보니 이 애가 까치발 들고 내 앞에 있더라.
그때가 첫 키스였다. 눈 내리고, 사람 많고,
밝고, 슬픈 상황에서 말이야.
다시 처음의 얘기로 돌아가서, 첫 키스가 어떻냐고?
녹는 기분이다. 시간도 멈추고 심장도 멈추고. 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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