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라는 의사에게 한마디 투척! - 네이트판 사이다 레전드 썰
한 쪽 허벅지에 모기 침공을 당한 데다
모기 한 번 물리면 걷잡을 수 없이
덧나는 피부라 피부과에 갔음
어렸을 때 할머니 댁에서 산모기에
집중포화 당하고 병원 신세 진 적도 있음
(엄마는 그렇게 애가 퉁퉁 부어서 병원 갔다
오는데도 집에 가라고 안 하고 병원 갔다가
시댁 다시 오라고 했다며 아직도 서운해하심)
아무튼 각설하고 내 순서가 돼서 들어갔더니
50대 후반 정도의 남자 의사 선생님이
진료를 하실 모양이었음
어디 가 불편해서 왔냐 하지길래
오른쪽 허벅지에만 모기가 물려서 왔다고 함
여름이라 짧은 거 자주 입는데
이거 어떡하냐고 상처를 보여줌
심각하긴 심각하다 하심
왜 오른쪽만 물릴까요 왜 그럴까요
하다가 속 시원한 대답은 못 듣고 빨리 왔으면
될 것을 착색됐으니까 2년 정도 있어야
다 없어진다고 슬픈 얘기를 하심
그러다가 심심하셨는지 내 차트를
넘겨보시고는 우리 큰딸이랑 동갑이네
결혼은 했는가? 하심 공부하느라 안 했습니다 함
내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님
나 이제 계란 한 판 어슬렁거리는데 생일도 느린데
주위에 시집 간 친구는 있으나 거의 다 미혼이고
우리집에서도 결혼하라고 말 안 함
뭘 공부하냐고 하길래 곧 석사 따고
박사까지 할 거라고 함
그랬더니
"결혼하기 힘들겠네 박사까지 딴 여자를
어떤 학사 남편이 좋다고 하겠어 "
이럼 아니 결혼해줄 남자 없을까봐
무서워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포기해야 하나
저요? 별로 결혼 생각 없음
우리 집에서도 나 시집보낼 생각 별로 없음
네 능력 되면 혼자 잘 먹고 잘 살라고
하시는 분들임
내가 혼자 살면서 입양할까 했더니
그 고민도 경청해주시고 내 삶의 선택을
믿으시고 전적으로 지지해주시는 분들임
그래서 결혼 생각 별로 없는데요
했더니 엄청 어이없다는 얼굴로
"아니 왜 결혼 생각이 없어?!"
하고 나를 야단치심 어이가 없어서
그냥 웃고만 있으니까
"나도 우리 딸 빨리 치우고 싶어서
걱정이 태산이야!" 하심
우리 부모님 친척들이 나한테 결혼하라고 하는 거
내가 기함하며 싫어하는거 알아서 친척들한테도
결혼 얘기 못 꺼내게 하시는 분들인데
내가 왜 생판 남한테 이딴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나 황당했음
그리고 왜 결혼 생각이 없는지
계속 캐물으시길래 나도 어디 가서
지는 성격 아니라서 생글생글 웃으면서
"의사선생님은 결혼하니까 좋으세요?
결혼하니까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이랬더니 그 의사선생님이
"안정되고 맘 쓸일 없고 어?"
"결혼하셔서 그렇게 안정되고 마음 쓸 일
없으신 분이 정작 따님 결혼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시라고 하니까 재밌네요 "
이랬더니 순간 당황하셨는지 말을 못하심
"배울 만큼 배우신 분이 어떻게 남편 못
만날까봐 박사 따지 말라는 말씀을 하세요?
동료 여의사 분들 중에서 시집 못 가신
분들이 부지기수인가 봐요?"
했더니 진짜 말을 못하심
자꾸 내 차트만 보고 계심
이제 그만해야겠다 싶었지만 내가 왜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치료받으러온 손님으로
와서 이딴 말 듣고 있어야 되나 싶었음
우리 부모님도 안 하는 말을 왜? 자기가? 왜?
내가 결혼을 하든 말든 지 딸이 결혼
안 하는 거랑 나랑 무슨 상관임?
마지막으로
"다음부턴 다른 병원 가볼게요 선생님
" 하고 나왔는데 나오니까 다리가 후들후들 거림
원래 소심한데 이런 일 있으면 일단 지르고
보는지라 진짜 왜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오지랖을 그렇게까지 부리는지 모르겠음
결혼을 하건 말건 내 선택이고,
내가 결혼한다고 해서 결혼 후의 삶과 내가
포기하게 되는 모든 것을 책임져 줄 것도 아니면서
그놈의 결혼 결혼 결혼 어휴
베플
그래도 전 나이를 떠나서 성인끼리의
대화에 반말하는 쪽이 싸가지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 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간병하느라 좀 오래 있었는데 옆 병상에
비슷한 케이스로 먼저 입원하고 계셨던
70대? 할머니가 계셨거든요
그분이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존댓말로 얘기하는걸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분 남편분도 마찬가지고요 상대적으로
엄마한테 실망한 부분이 있지만 이건 비밀
베플
저도 스무 일곱 때
박사 입학하면서 이런 말 들었어요,
결혼할 남자 만든 거 아니면 박사 들어가지 말라고,
그냥 들어가면 결혼은 물 건너 갔다고 심지어
당시에 저는 미래를 약속한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말씀하신 분은 그런 것도 모르시면서
그냥 애인 없을거라 혼자 단정하시고 계속
그 대화를 이어가시더라고요
남의 결혼에 왈가왈부하는 것도,
박사 들어가라 마라 하는 것도 굉장히
기분 나빴지만 사이다 못하고 예예~만 했는데
작성자님의 사이다 썰에 대리만족
잔뜩 하고 갑니다
베플
아니 결혼 안 하는 게 패스트푸드만
먹는 나쁜 겁니까? 진지하게 되묻고 싶네요
결혼이 얼마나 웰빙이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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