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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썰/연애 & 데이트

남친과의 깜짝 제주도 여행! 은 끔찍. - 네이트판 레전드 결시친 이별 썰

남친과의 깜짝 제주도 여행! 은 끔찍. - 네이트판 레전드 결시친 이별 썰








제주도 여행 갔다 파혼했다는 글을 보고 
아무에게도 말하지못했던 얼마 전 
제 모습이 생각나 글을 써봅니다 

전 대학교 졸업반 학생으로 시험공부와 
취업 때문에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내고 있었고 
남자친구는 세 살 많은 직장인이었어요  

용돈 받아 생활하는 거라 항상 겨우겨우 
꼭 필요한 일만 하고 필요한 것만 사며 
매월 버티는 학생이라 평소 데이트할 땐 
더치페이를 할 수 있어도 여행 갈 정도로 
돈을 보태기는 조금 힘들었어요  


그러던 중 만난 지도 꽤 됐는데 
같이 여행 가고 싶다고 하길래 아직은 내가 
학생이라 돈을 보탤 수 없다 

나중에 내가 취업하면 그때 가자고 했더니 
이번엔 전부 자기가 부담하겠다며 오히려 
같이 여행 가는 게 자길 쉬게 해주는 거라고 
그냥 같이 가주면 안 되겠냐 하더군요 

너무너무 미안했지만 돈은 어차피 이후에 
나도 벌거니까 이번엔 그냥 하자는 대로 
하자고 생각해 미안하고 고마워했습니다  



제주도 여행을 며칠 앞뒀으니 것도 
사랑하는 사람과 처음 가는 여행인데 전 
무척 들떠서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알아봤어요 

제주도 가면 바다에서 해수욕도 하고 우도도 
가보고 성산일출봉도 가고 해안도로도 달리자고
해야지 하며 부푼 꿈을 안고 그 사람과 
제주공항에 도착했는데 

저보고 갑자기 가족여행이래요  



장난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사실 이 여행이 
가족여행이라고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 
사촌동생들 단체로 가는 가족여행이라는 거예요  

그 말 듣고 황당해서 집으로 그냥 돌아갈까 했지만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어쩔 수 없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보내다 가자 싶어서 
마음을 굳게 먹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제주도 여행은 12인승 자동차 
타고 다니면서 시간 맞춰 이동하는 여행사처럼 
여기저기 힘들게 관광지 옮겨 다니는거였어요  

근데 문제는 아무리 가족여행이라서 어렵고 
어색했다 해도 남자친구가 저랑 같이다녔으면 
그나마 버틸만했을 텐데 이상하게 저랑 도무지 
같이 있질 않고 자꾸 다른 가족들하고 
저만치 떨어져 다니더라고요  

계속 그러길래 속상해서 왜 나랑 같이 안 다니냐 
어색해서 힘들다 했더니 저보고 자기가 옆에 없어야 
제가 가족들하고 말을 많이 해서 빨리 
친해질 거라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전 남자친구가 아닌 이모들과 
할머니 사이에서 열심히 제주도 구경을 했습니다  


문제는 관광뿐만이 아니었어요 
펜션에 돌아와 식사를 할 때면 자연스럽게
음식 준비를 하는 포지션이 되더라고요 

차리는 거며 다 먹고 난 후 설거지까지 
직접적으로 저보고 하란 말은 없었지만 
노인분들이 설거지를 하겠나요 

삼촌이나 남자친구 사촌 오빠란 것들은 
밖에 나가서 담배 피우고 슬마시며 얘기하고 있고 
이모들은 방 안에서 수다 떨고 그리곤 초등학생 4명
도저히 저밖엔 할 사람이 없는데  

열댓 명이 먹고 난 무지막지한 그릇을 
설거지하다 보니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그렇게 저녁이 지나고 밤이 되자 새벽까지 
카드치는 남자친구를 보고 한숨이 나와 먼저 잔다고 
하곤 막내 이모 옆에서 쭈그리고자는 내 모습이 
어찌나 처량하던지요  

그렇게 지옥 같았던 제주도 여행이 끝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이틀간 서로 연락을 안 했어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눈물이 미친 듯이 
쏟아지기 시작해 선 거의 이틀을 울면서 지냈죠 
전 헤어질 결심을 했고 이후 남자친구한테 
온 연락은 오히려 제가 적극적으로 어른들께 
싹싹하게 굴지 못했다며 철이 없다더군요  

자긴 날 가족들한테 소개하고 싶어서 
그런 건데 왜 이해를 못 해주냐며 끝까지 말 
안 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어요 

제 생각엔 꼭 가정부가 필요해서 데려간 게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남자친구 가족 열댓 명을 

뒤치다꺼리했고 엄청난 실망을 맛봐서 

이 사람하고는 도저히 만날 수가 없겠다 생각하고  

얼굴 보기도 싫어서 문자로 이별 통보를 했는데 
남자친구는 고작 이런 일로 헤어지겠다는 거냐며
 왜 이렇게 철이 없냐는 식으로 끝까지 
절 몰아붙이더라고요  

그렇게 한 달 정도 오는 연락 씹다가 
자기도 이제 포기했는지 잠잠하더니 
추석 때 잘 지내냐며 또 연락 왔네요  

날 가족한테 소개하고 싶었단 건 
정말 좋아했단 뜻이었을 거라고 이해해보려 
노력했지만 제주도 여행의 충격은
아직도 잊히질 않네요  

저 잘 헤어진 거 맞나요?  





베플 
공항에서 가족여행이란 이야기 
들었을 때 그때 정신 바짝 차리고 집으로 
돌아갔어야 함  

그러나 그때 돌아갔으면 그 녀석이랑 
지금 안 헤어지고 뭣도 모르고 좋다고 
만나고 있을 수도 있었음 

그런 면에선 제주도가지 따라가서 
종년 노릇해봄으로써 제정신을 차린 건 오히려 득이  
되었다고 생각함 아무튼 잘 헤어졌음 

예고 없이 서프라이즈로 여자친구 데리고 
자기네 집 몸종으로  부려본 놈이 제 마누라는 
오죽하겠음 짝짝짝임  


베플 
나 참 진짜 어이가 없어서 쉬게 해준다고 
여행 가자고 해놓고는 지 식구들 수발을 들게 해? 

가족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사람이 미리 
언질도 안 주고 서프라이즈를? 
그리고 여행지에서 챙겨주지도 않고?

거기다가 사과 한 마디 없고 오히려 여자에게 
철이 없다느니 타박하다니 젠장 진짜 골고루 진상이네요 
글 읽을수록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지 싶어 소름이  


베플 
그 사람 이름이 병 X인가요? 
이모네 자식 특목고 갈 거라고 벌써부터 준비하는?
행실이 좀 비슷해서 자기 혼자 서프라이즈인데 
사람 황당하게 만드는 좋게 놀라는 게 아니라 
놀라 자빠지게 만드는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혹시 아닐 거야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