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정장 - 무서운 이야기 / 공포 썰
90년대 수원 권선동 모 아파트에
살때 이야기인데, 내가 살던 동네는 워낙
낙후된 동네라서 그런지 동네 곳곳에서
건물 리모델링도 하고 공사도 많이 했었다
철없는 어린시절 초등학교 친구들끼리
공사장근처에서 많이 놀았는데, 어른들이 위험하니까
가지 말라고 해도 우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장을 마구 잡이로 뛰어다녔었다.
그 공사장은 아파트를 짓는 꽤커다란
공사장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좀
이상한것이 어린애들이 공사장을 뛰어다니는걸
막는 공사장 관계자가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놀던 와중에 친구중
한녀석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었다.
자기가 밤에 혼자 놀다가 공사장에서
턱이 빠진 해골을 봤다는 것이다.
친구들은 그 아이를 따라 해골을
보러가기로 했다. 공사장에는 공사에 쓰기
위한 모래들이 토산처럼 쌓여있었고,
그 모래가 쓸려내려가지 않게 하려고
토산에 검은 천같은걸 둘러놓았다.
그 천을 들춰내니, 토산 한가운데가 움푹 정말로
깊숙히 구멍이 패여있고 그 안에 정말로
아래턱이 없는 해골이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아서 그런지 해골외에
다른 뼈가 있는지는 보지 못했다.
그걸 보자마자 우리들은 너나 할것없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도망쳐나왔다.
그리고 우리들은 겁을 먹고 다시는
공사장에 가지 않게 되었다.
왜 공사장 토산에 해골이 있었을까
누가 거기에 그런 구멍을 파놓았을까
지금 생각해도 알수가 없다.
그 해골이 있던 공사장에
지금은 커다란 아파트가 들어서있다.
이 이야기는 내가 젊은 시절이던 1998년.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 겪었던 기묘한 일이다.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면 꼭 이상한
사건을 겪었지만 용기를 내어 이야기를 풀어보려한다.
사귄 지 얼마 안 된 여자친구는 최근 이사를 했다.
나도 여친의 집에 가서 짐도 날라주고
청소도 해주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서부터
자꾸 기분이 이상하다며 나에게 자주 하소연했다.
"오빠, 새로 이사한 집 아무래도 이상해.
느낌이 진짜 안 좋아."
"왜?깨끗하고 아늑하니 좋더구만."
"아니. 그게 아니고 자꾸 집안에서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
여친 혼자 사는 집이었기에 괜히 혼자 있는 게
두려워서 그런가하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자친구의
하소연은 계속 됐고 나도 그냥 기분 탓으로
치부하기엔 예삿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난 스케줄이 끝나고서
여친 집을 방문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여친은 자꾸만 자신을
바라보는 기분이 떨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진짜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여자친구의 집에 가기 위해선 항상 행주대교를
지나가 야했는데 그 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스케줄을 마치고 매니저와 함께 그 곳을 운전해
통과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차체가 크게 흔들리더니
차의 속도가 줄기 시작했다.
"야, 갑자기 차가 왜 이러냐?"
"예,형님. 차 펑크난 거 같은데요?"
멀쩡한 차가 도로 한복판에서 타이어가
펑크가 난 것이다. 단순히 차량 타이어 상태가
안 좋아서 생긴 우연이라고 치부했다.
스페어 타이어로 갈고
생각보다 늦게 여친의 집에 도착했다.
여친은 왜 이리 늦게 왔냐며 투덜거렸고
난 웃으며 그녀를 달랬다.
하지만 이건 사건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이후로도 계속 여친의 불안함은
지워지지 않았고 그 때마다 난 집에 찾아가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행주대교를 지나갔는데 다른 일도 아닌
여친을 만나러 가는 길에서만 내 차에 펑크가
나서 늦게 가기 일쑤였다.
처음 몇 차례는 우연이겠거니 넘기고
렌트카를 타고 가 거나 스페어 타이어로
갈아서 가는 걸로 대신했다.
허나 이런 일은 더욱 빈번해졌고
타이어 펑크와 여친의 호소는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난 그럼에도 그저 우연이다 기분 탓이다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던 와중에 방송 중 알게 된 유명한
무속인과 식사를 하게 됐는데 그 분이
내게 대뜸 이런 말을 했다.
"요즘 가장 가까운 분께서 힘드신가봅니다?"
이 말을 듣고 나와 내 매니저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친구가 겪고 있는 일들로 인해 우리도 심적으로
여간 신경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간 있던 일을 설명하니
무속인은 알겠다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 집에 혹시나 자신의 것이 아닌 물건이나
옷이 있 는지 확인해보라고 하십쇼.
그것이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겁니다."
무속인은 꽤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여자친구의 소유가 아닌 것이 집에 있기
때문에 차마 형용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는 것
이라고 내게 설명해주었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집에 너의 것이 아닌 물건이나
옷이 있으면 바로 찾아보고 연락 주라. 지금 바로!"
"어어. 알았어. 오빠 잠시만."
그렇게 전화가 끊기고 약 40분이 흘렀을 즈음.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받아보니 여자친구였다.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는 굉장히 불안정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빠 혹시 갈색 정장 입어??"
"갈색 정장??아니 난 여태껏 그런 옷은 입은 적이 없는 데?"
"그게 내 장롱 속에 그 옷이 있더라고. 이사 때도 못 본 건데."
이사할 때 본 적이 없는 누군가의 갈색 정장이
여자친구 집 장롱 속에 있다는 말에 꽤나 충격을 받았다.
나는 곧장 매니저와 함께 집으로 찾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난 만약을 대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행주대교는 무조건 피해가자고 매니저에게 당부했다.
한참을 달렸을까.
난 익숙한 풍경에 화들짝 놀라 주위를 돌아봤다.
여긴 행주대교에 들어가기 직전에 지나치는 길이다.
"야! 너 뭐하냐. 왜 행주대교로 와?"
"어어?이 길로 내가 왜 온 거지?"
매니저 동생녀석도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았다. 물론
나 역시 행주대교 근처에 올 때까지 전혀 인지 못 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우리 차는 행주대교에 진입했다.
"형님, 손잡이 꽉 잡으십쇼."
"야, 핸들 꽉 잡아라."
나와 매니저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꽉 잡으란 말을 건넸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되는 순간.
차의 핸들이 마구 떨리는 소리가 나더니 매니저가
황급히 갓길에 차를 세웠다.
그렇다, 항상 타이어가 터지던
그 지점에서 또 펑크가 나고 만 것이다.
이제는 우연이 아닌 필연이였다.
나는 그 날 렌트카를 빌려 매니저와 함께
겨우겨우 여친 집에 도착하여 문제의 정장을
가지고 나와 집 주변 공터 에서 말끔하게 불태워버렸다.
신기하게도 그 뒤엔 여친은 집에서 누군가
지켜본다는 느낌도 없이 편히 지낼 수 있었고
나 역시 행주대교에서 타이어가
펑크나는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그 무속인의 말을 인용해보자면 남의 물건이나
옷이 자기 집에 있으면 귀신이 들러붙어 집주인과
주변 지인들 에게 짖궂은 장난을 친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여자친구와 매니저,
그리고 나까지 그런 사건에 휘말린 것이었다.
몇 년 뒤, 한 방송에 나가 이 일을 직접
인터뷰하는 촬영을 했는데 인터뷰 도중
갑자기 이유없이 조명이 나가버리는
기현상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리고 유명 무속인이 나와 행주대교를
탐색했는데 참 소름돋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행주대교가 살터입니다. 한자 그대로 죽는 자리란
뜻인데 여기에 부유령들이 돌아다니는 게 보이는군요.
그리고 그 홍록기씨와 여자친구가 겪은 일은
색정귀라 는 귀신이 저지른 겁니다.
사람의 애정과 관련해서 한이 맺힌 귀신인데
집안의 물건이나 옷을 매개로 장난을 치지요."
지금 이 글을 듣고 있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장 집안에 내 것이 아닌 물건이 있는지 확인해보라.
혹여나 내 물건이 아닌 것이 있다면
즉시 버리거나 불태워버리길 추천한다.
그것을 통해 귀신들이 당신들에게
몹쓸 장난을 칠지도 모르니 말이다.
개드립 - 갈색 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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