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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썰/고민 & 건강

환경미화원 딸의 이야기 - 네이트판 레전드 썰 고민

환경미화원 딸의 이야기 - 네이트판 레전드 썰 고민



저희 아빠는 환경미화원입니다  
공무원은 아니고요 구청에 소속된 
하청업체 직원이세요  

야간 조에 근무하시면서 
저녁 9시부터 새벽 5~6시까지  
주택가를 돌며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급여도 그리 높은 게 아닌지라 아빠가 
밤마다 그런 일을 하는 게 너무 속상해서  
사무실에서 일하는 거랑 현장에서 
일하는 거랑 월급 같다면서요  

그럼 사무실에서 일하는게 낫지않아요? 
라는 엄마와 저의 말에 아빠는 

'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지겹다 
아직 건강하니까 움직이는 게 낫다' 

라며 남들이 다 자는 시간에 쓰레기를 치웁니다  
그런데 아빠는 며칠을 주기로 한 번씩 
다쳐서 집에 돌아오십니다  

어제는 쓰레기 봉지를 차에 싣다가  
그 안에 있던 뾰족한 무언가에 오른쪽 
뺨이 긁혀서 오셨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부러진 
가위가 봉지에 담긴 것도 모른 체 
그 가위가 담긴 쓰레기봉투를 잡으시다가 
오른쪽 손바닥을 가득 베여서 그 상처가 
아물 때까지 오른손을 사용하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손바닥에 고무처리가 
된 목장갑을 끼고 있으셨는데도요    
어떤 때는 유리조각이 담긴 쓰레기봉투를 
쥐다가 손에 유리가 박힌 적도 있어요  
  
작업할 때마다 손바닥에 고무처리가 
된 목장갑을 끼고 있는대도 손을 
많이 다쳐서 옵니다  


한 번은 죽은 고양이를 담은 
봉투를 열었다가 놀란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어쩔 땐 강아지도 담겨있다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웃으면서이야기하시지만 
그 새벽에 봉투를 열어보고 놀랐을 
아빠를 생각하면  진짜 속상하고 죽은 
동물을 담아 버린 집을 찾아서 
그 집에다가 이야기라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새벽에 일을 하다 보니
새벽에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오는 
취객과 많이 만난다고 했습니다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다보니 폭언도 하고 더럽다고 
하기도 하고  차 좀 태워 집에 데려다 
달라 하기도 하고  속상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아! 하나 더  음식 쓰레기 
분리니 통 아시죠?  

저희 아빠나,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씩 음식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시는데  밖에 내놓은 음식 
쓰레기 분리통 한겨울에는 꽁꽁 얼어요  

그걸 저희 아빠나 다른 미화원 
아저씨들은 음식 찌꺼기 하나하나 
다 버리려고 탈탈 터는데  그 꽁꽁 언 
분리수거 통을 수거통에 한두 번씩 
치다 보면 조금씩 깨져요  

그런 통은 청테이프로 
몇 겹 붙이면 세지 않거든요  
  
그 추운데 남들이 먹다 버린 
쓰레기를 하나라도 더 털어내려고 일하는데  
그런 마음도 모르고 무조건 자기집 음식 
수거통 깨졌으니까 변상하라며 욕설 가득 
담아 전화하시는 분들한테 아빠는 연신 
죄송하다 하고 우리 집 음식 수거통이 
깨졌다, 우리 집이 어딘데 앞에 
쓰레기를 덜 치웠다  

제시간에 내놨는데 왜 안 치우냐 등등 
불만 사항이 있으면 주민분들이 
전부 회사에 전화를 하세요  

그럼 회사에서 집 주소를 듣고, 
어느 구역인지 찾은 다음 그 구역의 조장 
격인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알려줍니다  
**동 **번지 안 치우셨다고 
전화 오셨어요 그분 집 전화번호가 
***-****예요라면 서 전화해서 
얘기해봐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줘요  
  
저희 아빠가 조를 
당하는 조장 격의셔서 그런지  
그런 불만의 전화가 아침에 아빠가 
주무시는 시간에 옵니다  

그때마다 아빠는 피곤하더라도 일어나셔서  
주민분 집에 전화를 해서 죄송하다며 
꾸벅꾸벅 인사를 합니다  

어떤 분들은 깜빡하고 
제시간에 못 내놔서 죄송하다며  
치워주실 수 있냐고 사과를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대다수가  

'아저씨, 월급 받고 일하면서 
일처리는 왜 이따위로 해요?' 
  
'좀 똑바로 치우세요' 
  
라며 아빠에게 화를 내세요  
  
  
죽은 고양이를 봉지에 
그냥 버리는 사람도 있고 음식 쓰레기 수거 
날이 아닌 날 집 밖에 내놨으면서  
치워갔다며 떼쓰는사람도있고 
  
음식 쓰레기통이 깨졌다며 
변상하라고 고래고래 욕하는 사람도 있고 
가위나 뾰족한 물건을 신문지나 휴지에 감지 
않은채 그대로 버리는 사람도 있어서  

손이 가득 배여서 
집에 오시는 아빠나 아빠의 동료  
우리 가족 아빠 동료의 가족들 전부에게 
마음 아프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새벽마다 수고한다며 
커피를 태워주시는 할머니도 계시고  
배고프실 때 드시라며 빵도 챙겨주는 
아주머니도 계시고  

음식 쓰레기를 버리고 뚜껑을 
닫기 전 그 위에 귤껍질을 올려서 
냄새를 그나마 덜 나게 하는 센스 있는 
분들도 계셔서  아빠나 아빠 동료분들은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을 더 생각하면서  
밤늦게 작업하십니다  

  
아파트 사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지만  
저희 아빠가 주택가를 청소하시는 
경미화원이라 주택가 사시는 분들께 
좀 더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쓰레기를 버린다면 
환경미화원 분들이 꼭 다 치우신답니다  
정해진 요일에 분리수거하시고 음식 쓰레기를 
내놓으신다면  그 역시 다 치우시고요  

한 겨울에 수거통이 깨지면 화나실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통이 깨졌다고 해서 
환경미화원 분들이랑 전화하면서 
고래고래 욕하지 말아주세요  

가위나 뾰족한 물건 버리실 때는 신문지로 
꽁꽁 싸서 다치지않게 버려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남들이 다 천하게 생각하는 일을 
저희 아빠나 다른 집 아버지, 
어머니들도 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치우는 일이 
천하고 더러운 일이지만 똑같이 세금 
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수고하다는 말 한마디 못할망정    
쓰레기 하나 안 치웠다고 일 똑바로 하라라든지 
폭언이나 욕을 하면서 전화하는 일    
삼가주셨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뿐만 아니라 여러분의 
부모님들께도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읽으실지 모르겠지만  
꼭 읽어주셨음 좋겠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환경미화원 분들 힘내세요
  
  

죽은 동물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버리는 게 
맞다는 댓글을 보고 확인해보니까, 
사실이더라고요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몰랐네요 
근데, 동물 버리시는 분들 중에는 죽은 동물이 
들어있다고 종이에 붙여서 버리시는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그런 걸 안 붙이고 버리시는 분들 
때문에 몇 자 적었던 거였습니다

여하튼, 많은 댓글과 응원 감사합니다
  


베플 
청소부가 하천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참 문제가 있습니다,저는 청소부 
아저씨들 지나가시면 존경을 표합니다,
정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베플 
이십 대 후반 여자입니다 제목보고 
혼자 찡해져서 들어왔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미화원이셨어요 

어린 나이에 첨엔 
너무 창피해서 말도 안 했어요 
부르면 도망가고요  
  
그리고선 저 고등학교 졸업하고 
집에서 잠시 쉴 때 새벽마다 나가시는 
아버지 뒷모습이 너무 안돼 보여서 
항상 같이 다녔습니다 엄마랑 셋이서

가서 같이 쓰레기 줍고 
낙엽 치우고 오는길에 해장국 먹고 
하다 보니 너무 즐거웠네요 

저런 순간들이  그런 아버지가
작년에 돌아가셔서 지금은 저희 곁에 없네요    
지나가면서 쓰레기를 휙 버리는 사람도 있답니다  

엄청 욕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 사람들은 말릴 수 없어요  
인성이 그런 사람들이니까  
  
아무리 밖에서 힘들 일을 해도 욕을 들어도 
다 때려치우고 싶다가도  집에 들어가서 
가족들의 따뜻한 한마디에 힘을 내는게 
아버지입니다  
  
아버지의 힘은 가족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힘내세요!! 


베플 
대한민국의 모든 아버지들 힘내세요 
언제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