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이는 사람, 군대이야기 - 미스테리 실화 공포
저는 의경으로 서울 서대문 쪽에서
방범순찰대로 근무했었습니다
제가 이등병 일 때 소대 고참 중에서
유난히 마르고 코피를 자주 흘리던
이제 갓 병장을 달았던 고참이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이 고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부대 적응도 아직 못하고 어리바리 하던
무렵에 독립문 근처 형무소가 있던 공원으로
순찰 근무를 나갔을 때 일입니다
같이 나갔던 고참이
저에게 뜬금없이 물어봤습니다
“야 너도 혹시 귀신같은 거 보냐?”
저는 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귀신은커녕
가위 한번 눌려 본 적이 없었고 당연히 대답은
“없습니다 ”였습니다
그러자 그 고참이
한가지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야 너 걔 알지? 아파서 비실거리는 내 동기 ”
(커피 자주 흘리던 고참을 A 근무같이
나간 고참을 B라 하겠습니다 )
“걔 귀신 본다 ”
“귀신 말입니까?”
“어 귀신이든 뭐든 하여튼 ”
“내가 일병 때 그 녀석이랑 같이 여기로
근무 나왔었거든? 그 녀석이랑 둘이서 얘기하면서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걔가 걸음이 느려지더니
얼굴이 하얗게 변하면서 식은땀을 흘리더라고
내가 막 불러도 대답도 안 하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 코피를 막 흘리는 거야 “
“내가 놀래서 그 녀석을 업고 근처 지구대로 뛰었어
(현 독립문 지구대) 이 새끼 죽는 건가 했다니까
마른 녀석이 어찌나 무겁던지 땀은 줄줄 흐르고
숨은 막히고 나도 죽겠더라고 지구대까지 갔더니
김 경장님도 놀래서 바로 순찰차에 태우고
근처 병원으로 갔어 ”
“어디 아프신 겁니까?”
“아니 그리고 그날 저녁에 부대로 복귀했는데
중대장하고 소대장이 우리 소대 분대장들 불러서
뭐라고 지시를 내리시더라고 ”
“원래 몸이 허약한데 피로가 겹쳐서
그런 거니까 일주일 근무 열외 시킨다고 ”
“동기가 근무를 빠져 버리고 분대장들이
걔는 건들지 말라고 하니까 온갖 갈굼은
내가 대신 당했지 아오 ”
“나도 열받아서 서로 말 한마디도 안 하다가
한 달쯤 지나서 그 자식하고 외출을 같이 나가게 돼서
물어봤거든 왜 그런 거냐고 내가 너 업고
뛰느라고 죽는 줄 알았다고 ”
“그랬더니 A가 미안하다고 근데 말해도
안 믿을 거라고 얘기 안 해준다고 하더라 내가 딴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아야 된다고 했지 그 자식
때문에 고생한 게 얼만데 씨 X"
“그랬더니 대뜸 하는 말이 자기는 죽은 사람을 본데 ”
“고3 때 공부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자살하려고 수면제도 막 먹고 그랬나 봐 그러고 나서
감기인지 뭔지 심하게 아픈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후로 죽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거야 ”
“다 자기가 약해서 그런 거라고 군대가면
건강해져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서 군대를 서둘러
왔나 봐 근데 아직도 적응이 안 된데 귀신이 근처에
있거나 하면 코피가 난다고 하더라고 ”
“솔직히 반신반의하면서도 섬뜩하더라고
이 자식이 부대 내에서 코피 나는 걸
내가 몇 번이나 봤는데 ”
“그날 독립문으로 근무 나갔을 때도 그랬데
거기 공원에 웬 할아버지 할머니 귀신들이
많았나 봐 그날따라 ”
“애써 안 보이는 척하고 내가 얘기하는 거 듣고 있다가
뒤에서 ‘어이구 내 손주 녀석이랑 참 닮았네~’라는
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 보는 순간 그 할머니
귀신이 막 달려와서 등 뒤에 업히더라는 거야 ”
“어깨가 갑자기 무거워져서 걸음이 느려졌는데
이 할머니가 갑자기 등위에서 몸을 이리저리
막 흔드시더래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어서
무릎을 꿇었던 거고 내가 와서 말 거는 모습까지 봤고
나한테 업혀서 지구대까지 간 건 몰랐데
일어나 보니 병원 침대였단다 ”
“부대 돌아와서 중대장하고 우리 소대장한테
얘기했는데 그냥 몸이 허해서 헛것이
보이는 거라고 조금 쉬면 괜찮을 거라고 하면서
근무 일주일 빼줄 테니까 몸 관리하라고 했데
안 믿는 거지 뭐 바로 옆에 있었던 나도
안 믿어지니까 할 말 다했지 ”
저는 속으로 ‘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 ’
하면서도 조금 무섭긴 하더군요
끝으로 그 고참이 이런 이야기도 해줬습니다
소대 내에서도 다들 안 믿기는
하지만 그래도 혹시 무슨 피해라도 올까 봐
그냥 간단한 대화 외에는 그 A와는 친하게 지내려
하는 사람이 없다고 어차피 우리 소대 소속이지만
대부분 근무는 본부중대에서 할 때가 많으니까
너도 괜히 같이 있다가 귀신 붙거나 하지 않게
그냥 묻는 말 정도에만 대답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며칠 뒤 제가 불침번을 서고 있을 때였습니다
시기가 환절기라 중대장님이 불침번들은
각 내무실 다니면서 기침하거나 열이 있으면
바로 본부에 보고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저는 3소대 내무실을 거쳐 우리 소대(2소대)
내무실에 왔을 때 그 A 병장 잠꼬대인지 뭔지
혼잣말을 중얼중얼 거리면서 땀을 흘리시길래
바로 달려가서 보고했고 당직이었던 1소대장님이
오셔서 그 A 병장을 흔들어 깨우셨습니다
“야 너 왜 그래 어디 아프냐? 감기야?”
하고 소대장이 물으니까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하면서 일어나는데 코에서
코피가 주륵 하면서 옷에 떨어지는 겁니다
소대장은 “너 왜 코피까지 흘리고 그래?
안되겠다 옷 갈아입고 본부로 와 병원 가자”하시는데
저는 그 A 병장이 왜 코피가 나는지 알게 된 후라
소름이 끼치고 얼굴에 확 열이 올라오고 심장도
쿵쾅거리고 멍하니 옷을 갈아입고 나가는
그 A 병장을 뒤에서 보고 있을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덕분에 남은 불침번 근무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흠칫하고 놀래는 절 볼 수 있었죠
괜히 혼자 욕하고 어디서
들은 건 있어가지고 거울 근처에는 가지도 않았고
어두운 복도 가운데 서서 고개만 좌우로
경계하면서 근무를 마쳤고 들어간 후에도
잠을 한숨도 못 잤던 걸로 기억됩니다
A 병장은 그 뒤로 병원에서
3~4개월가량을 돌아오지도 않고 병원에만
있다가 말년휴가 때 잠깐 와서 짐을 챙기고는
그대로 전역해 버렸습니다
뭐 후에 고참들에게 몇 가지 더 일화를 듣기는
했지만 나중에 짬밥을 먹고 고참이 되면서
생각해 보니까 그 A 병장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고 생각이 들더군요
말해도 믿지 않는 사람들 보기 싫어도
보이는 존재들 정신병에 걸리지 않는 게
이상하겠다 싶더라고요
그 A 병장이 본 게 귀신이든 영혼이든
뭐든지 간에 참 말도 잘하는 사람이었고
상당히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었는데
안타깝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군대에 있기 싫어서 일부러
그런 연기를 할 사람도 아니었으니
(일병 때 의가사제대나 뭐 그런 것을
알아보라고 했는데 본인이 거부했답니다 )
거짓말 같으면서도 사실이니 안 믿을 수도
없는 저의 작은 군대 경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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